2019/3/14 이스라엘의 결정의 시간, 4월 9일 총선

4월 9일 조기총선을 앞둔 이스라엘은 진보 vs 보수, 세속화 vs 종교적 가치 사이에서 국가의 향방이 결정될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이것은 흡사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의 선택을 시험하고 계시는 듯한 상황이다.

성경적 예언의 성취라고 일컫는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 독립 선언은 ‘유대민주국가’라는 정체성을 선포했다. 독립을 주도한 다비드 벤구리온, 골다 메이어, 이츠하크 라빈 등은 무신론자였고, 그 당시 전 세계에서 일어난 유대인 박해를 피해 이스라엘로 온 대부분의 유대인들 또한 사회주의 시오니즘 운동가들이 많았다. 이스라엘의 땅을 개척하고 경제적 기반을 잡아 주었던 키부츠 운동은 사회주의에 근거한 커뮤니티였다. 이렇듯 역사적인 사회주의 세속적 유대인들의 영향은 현재 이스라엘의 인구 분포에서도 볼 수 있듯, 이스라엘 내 유대인 660만 명 중 코셔를 지키는 유대인들은 39%도 채 되지 않는다.

또한 중동 아랍국 사이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생존’과 관련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지만, 사회 문제에 있어서는 ‘평화, 소수인권 보장, 세속화’를 추구하는 진보 진영과 ‘종교적, 성경적, 민족적 가치’를 추구하는 보수 진영 간의 갈등이 점차 극대화 되고 있다. 2014년 가자 전쟁 이후, 종교인 병역 의무화와 안식일 대중교통 운행 등의 문제를 놓고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모습이 그 예이다.

청백당 베니 간츠(좌)와 리쿠드당 베냐민 네타냐후(우)

이스라엘은 1977년 이후에는 보수우파 정당이 주로 집권해왔다. 보수우파 리쿠드당을 이끄는 네타냐후는 13년 동안 총리직을 연임했으며, 다가올 총선에서도 가장 유력한 국무총리 후보였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전 군 참모총장 베니 간츠가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베니 간츠는 12월 말 ‘동성애 옹호, 소수인권 보장’ 등의 정책 노선을 발표하며 중도좌파인 ‘이스라엘 회복당’을 창설했다. 그리고 2월 중도좌파당 ‘예쉬 아티드’와 ‘청백당’으로 합당해 총선에 등록하면서 승리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보수당 리쿠드는 2월 28일에 네타냐후의 3건의 비리와 관련된 검찰 기소가 결정되면서, 4월 9일 총선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스라엘 언론사 하아레츠가 실시한 여론조사.
베니 간츠의 선호도가 베냐민 네타냐후 보다 미세하게 앞서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의 진보 성향 언론사인 하아레츠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간츠와 라피드의 연대 ‘청백당’이 지지율 31%로 네타냐후의 라피드당 지지율 28% 보다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네타냐후와 간츠 중 ‘누가 더 신뢰가 가는가?’와 ‘누가 더 국민들을 잘 돌볼 것 같은가?’의 질문에서도 미세하게 1%차로 간츠가 앞서고 있으며, ‘다음 총선에서 네타냐후가 총리가 되길 원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는 47%가 ‘아니다’, 37%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네타냐후 현 총리의 비리 혐의가 수년째 계속 불거지면서 신뢰도에 큰 금이 갔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와 라피드당은 확고한 지지층이 꽤 두텁게 형성돼 있고, ‘지오카르토그래피’ 등 타 리서치 기관의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네타냐후가 우세하다고 조사되는 등 우위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스라엘의 앞날을 좌우할 이번 총선을 놓고, 계속 관심을 가지며 기도하기 위한 중보자들을 위해, 이스라엘 정치 및 선거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스라엘은 의회민주주의

이스라엘의 국회인 크네셋은 120명으로, 임기는 4년이며, 총리나 의회에 의해 해산될 수 있다. 2015년 선출된 제20대 의회도 예정대로라면 올해 11월까지 운영되어야 하지만, 작년 가자지구 사태로 리버만 국방장관이 사임하면서 연방정부가 위기를 맞았고, 12월 네타냐후 총리가 해산을 선언하면서 올해 4월 조기총선 사태를 맞게 되었다. 선거 후 새 의회가 구성될 때까지는 이전 의회가 모든 권한을 그대로 유지한다.

선거 제도 및 정부 형성 과정

이스라엘 총선은 100%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비례대표제란, 투표시 사람이 아닌 선호 정당에 투표하며, 각 정당별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수를 분배하는 제도를 말한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선거 전에 정당 마다 의원이 될 후보 명단을 미리 작성해 제출하고, 선거 후 의석수를 차지하게 됐을 때 그 명단에 따라 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스라엘 전체를 하나의 선거구로 보며, 의석수를 분배 받을 수 있는 최소득표율는 3.25%이다.

이스라엘 언론사 하아레츠가 실시한 여론조사.
청백당(kahol Lavan)이 리쿠드당(Likud) 보다 앞서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내각제로, 의회의 다수파가 정부를 구성하는데,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얻은 정당이 없을 경우 보통 둘 이상의 정당이 연합하여 과반 의석을 형성한 뒤 정부를 구성하며, 이를 연립정부(연정)라고 부른다. 올해 4월 실시될 제21대 총선에는 47개 정당이 등록해 역대 최다 정당 등록수를 기록했다. 평균적으로 최소득표율을 넘겨 의회에 진출하는 정당은 15개 안팎이다. 그러다보니 1위 정당도 보통 30~35%의 득표율을 얻는다. 따라서 각 정당들은 선거 이전부터 합당해서 나오거나 어느 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의사가 있는지를 미리 표명한다.

선거 후에는 최다득표 정당이 반드시 정부를 꾸리게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당이 연립정부 구성 가능성이 높은지 판단하고 권한을 주는 것은 이스라엘 법에 따라 대통령이 결정한다. 선거 후 대통령은 선출된 정당의 당수들을 모아 협의한 후 판단하고, 제일 가능성이 높은 당의 당수에게 총리 후보로써 연립정부 구성권을 부여한다. 그 한 예로 2009년 제18대 총선에서는 카디마당이 득표율 22.5%로 21.6%인 리쿠드당보다 앞섰지만, 대통령은 리쿠드당이 연립정부 구성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리쿠드당 당수인 네타냐후에게 총리 후보로써 정부를 구성할 권한을 부여했다.

대통령에 의해 연립정부 구성권을 부여받은 총리 후보는 42일 이내에 내각 명단과 정부 구성안을 작성해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42일 이내에 구성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다른 정당의 당수에게 구성권을 넘길 수 있다. 의회에 제출된 구성안은 과반수(61명) 이상의 신임을 얻은 후 최종적으로 정부가 설립된다.

참고로 국가의 원수로써 정당을 초월해 의례적, 형식적 임무들을 수행하는 대통령은 의회의 과반수 지지로 선출되는 간선제이며, 임기를 단임 7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직선제로 이스라엘 시민 여부에 관계없이 만 18세 이상의 영주권자들은 모두 투표할 수 있으며, 임기는 5년 연임제이다. 단, 가장 작은 행정단위인 면(regional council)의 장은 지자체 의원의 임명에 의해 선출된다.

투표 방법

투표용지. 각 정당을 대표하는 히브리어 글자가 적혀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관할 하에 후보 정당 등록 및 의원 후보자 명단 승인, 선거 운동 감독, 개표 결과 및 의석수 분배 등 선거 관련 모든 준비와 절차가 진행된다.

이스라엘은 부재자 투표를 실시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법에 따라 투표는 오직 이스라엘 땅에서만 가능하다. 단, 해외 영사관 및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을 위해서는 공식 투표일 12일 전인 3월 28일에 특별 투표가 진행된다. 올해는 전국 4,200여 곳에 공식 투표소가 설치되며, 군인, 병원 내 환자, 교도소 수감자를 위한 특별 투표소가 별도로 설치된다.

선거는 비밀투표로 이뤄지며, 투표소 내 부스 안에는 각 정당을 대표하는 히브리어 알파벳이 적힌 종이들이 놓인다. 부스 안에서 선호 정당의 히브리어 알파벳이 적힌 종이 1장을 선택해 봉투에 담아 투표함에 넣는 방식이다. 투표가 모두 종료된 후 각 공식 투표소에서 바로 수개표로 개표가 진행된다.

특별 투표소에서 진행된 투표는 국회로 이동해 개표를 진행한다. 특별 투표소의 경우는 이중투표 및 이동 시 조작 등의 부정을 막기 위해 투표 용지를 넣은 봉투를 투표자의 인적 사항이 적힌 봉투에 한 번 더 넣는다.

이스라엘을 둘러싼 결정의 시간?

이스라엘 북쪽 국경을 위협하고 있는 이란-러시아-시리아-레바논 헤즈볼라 연대는 갈수록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고, 이스라엘 내 하마스-팔레스타인자치정부에 의한 위협과 갈등도 커져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국경 문제와 예루살렘을 포함한 이-팔 평화계획을 이스라엘 총선 이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4월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하나님의 ‘시험대’ 위에 올려지는 시간이다. 이스라엘이 나라의 정체성을 성경적 가치로 가져갈지, 세속적 인본주의로 가져갈지에 대한 이스라엘 시민들의 선택이 있게 되고, 미국은 성경의 땅을 나눌지에 대한 하나님의 시험대 위에 올려지는 순간이다. 이들의 선택으로 인해 현재의 시간대가 하나님의 심판의 시간대에 놓일지 긍휼의 시간대에 놓일지 결정될 것이다.

이스라엘 총선을 위한 기도제목

1. 하나님이 선택의 시간을 주시고자 하는 이 총선 때에,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선택하도록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이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 (신명기 6:4-5)

2. 이스라엘 내에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손이 깨끗하고 마음이 청결한 지도자가 세워지도록

여호와의 산에 오를 자가 누구며 그의 거룩한 곳에 설 자가 누구인가 곧 손이 깨끗하며 마음이 청결하며 뜻을 허탄한 데에 두지 아니하며 거짓 맹세하지 아니하는 자로다 그는 여호와께 복을 받고 구원의 하나님께 의를 얻으리니 이는 여호와를 찾는 족속이요 야곱의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는 자로다 (시편 24:3-6)

3. 미국이 앞으로 발표할 이-팔 평화계획에서 하나님의 땅을 나누는 결정을 하지 않도록

내가 만국을 모아 데리고 여호사밧 골짜기에 내려가서 내 백성 곧 내 기업인 이스라엘을 위하여 거기에서 그들을 심문하리니 이는 그들이 이스라엘을 나라들 가운데에 흩어 버리고 나의 땅을 나누었음이며 (요엘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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