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ian Times] 2019/10/31 비잔틴 시대 ‘순교자 교회’ 발견

이스라엘 중부 도시 벧 세메쉬 인근에서 순교자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비잔틴 교회가 발견돼 눈길을 끌고 있다.

3년 전 벧 세메쉬 도시 확장 개발 과정에서 처음 발견된 이 교회는 파괴된 흔적 없이 잘 보존된 상태였기에 오일램프, 대리석 장식 등 많은 유물들이 발굴됐고, 바닥의 모자이크도 상당부분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 교회는 6세기 초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며, 안뜰 입구 바닥에 모자이크로 새겨진 글을 통해 건축 목적을 알 수 있다. 글에는 “성직자 말호스가 영광스러운 순교자를 기리기 위해 교회를 세우고 기부했다”는 내용이 그리스어로 기록돼 있다. ‘말호스’는 셈어로 번역하면 ‘말라기’로 현지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순교자’가 누군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교회 바로 옆에 위치한 예배실의 바닥 모자이크에는 “티베리우스 2세가 교회 옆에 예배실 등을 확장, 증축하고 기증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티베리우스 2세는 6세기 말(574-582CE)에 통치한 로마 황제이다. 예배실의 또다른 모자이크에는 당시 로마제국을 상징하는 독수리 그림과 함께 “그리스도가 승리하신다”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교회 중앙에는 지하실이 발견됐는데, 그 안에서 수백 개의 오일램프와 함께 당시에 성스러운 물건을 담는 데에 사용되던 돌상자 조각이 발굴됐다. 고고학자들은 순교자의 유골이나 순교자와 관련된 물건이 돌상자에 담겨 지하실에 안치됐으며, 수많은 순례자들이 교회를 찾아와 지하실에서 램프에 불을 켰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발굴된 오일램프들 중에는 6세기 비잔틴 시대에 사용되던 것 뿐만 아니라 9세기 이슬람 시대 것까지 있다는 점이다. 교회 전체에 파괴 흔적이 없다는 점과 함께 미루어 볼 때, 이슬람 왕조는 7세기에 이스라엘을 정복한 후 이 교회를 파괴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크리스천 순례자들이 교회를 계속 방문하도록 허락했던 것으로 보인다. 학자들은 이에 대해 “순례자들의 방문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고, 순례자들에게 평화롭게 이슬람을 전파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또한 지하실 한쪽 벽면에서 아랍어와 함께 물고기 두 마리가 그려진 그림이 발견돼 아랍 크리스천들도 이 교회를 방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년 간 유대인 청소년, 청년 5천여 명이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발굴에 함께 참여했다. 순교자 교회 발견으로 인해 이 지역에 계획됐던 도시 확장 공사는 중단됐고, 이스라엘 고고학청은 앞으로 이 교회를 어떻게 안전하게 보존해 대중들에게 공개할 수 있을지 논의한 후, 고고학 공원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발굴된 주요 유물들은 예루살렘 성지박물관에 전시됐다. 

안뜰 바닥 모자이크. “성직자 말호스가 ‘영광스러운 순교자’를 기리기 위해 교회를 세웠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티베리우스 2세 로마 황제가 증축한 예배실
예배실 바닥 모자이크. 독수리 날개 위에 “그리스도가 승리하신다”는 의미의 그리스어가 새겨져 있다.
교회 중앙에 위치한 지하실. 고고학자들은 순교자의 유골이 안치됐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교회 발굴에 참여한 유대인 청소년들
지하실 벽에 그려져 있는 아랍어와 물고기 두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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