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23 이스라엘, 코로나19 바이러스 패닉

21일 금요일, 일본에 정박 중이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에서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던 12명이 이스라엘에 도착하고, 그 중 한 명이 재검사에서 확진을 받아 쉐바 메디컬 센터에 격리되면서, 이스라엘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포가 점차 스며들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일본 크루즈선에서 데려올 자국민들에 대해 나름대로 ‘완벽한’ 격리시설을 만들어 놓고 준비하고 있었다. 쉐바 메디컬 센터에 물과, 전기, 동력까지 완전히 분리된 장소를 만들었고, 환자와 의료진 간의 접촉을 줄일 수 있도록 간호 로봇까지 동원한 최첨단 시설을 만들어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있었다.

그러던 중 22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들에 대한 보도와 함께, 이스라엘을 순례한 관광객 중 9명이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이스라엘 보건부 장관이 한국을 입국 금지 대상국으로 추가함과 더불어, 당일 이스라엘에 도착한 대한항공 마저도 급하게 입국 거부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스라엘 보건부 장관 모쉐 바르 시만 토브는 이스라엘 국민을 제외한 모든 탑승객의 입국 거부를 결정했고,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활주로에서 이스라엘 국민 12명만 내리게 하고 2백여 명의 승객은 내리지도 못하게 한 후 돌려보냈다.

이스라엘이 향후 대책과 계획도 없이, 그리고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내린 결정으로 인해, 도착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던 한국인 140여 명은 공항에 그대로 발이 묶였다. 이런 보건부의 패닉은 곧 이스라엘 곳곳으로 퍼졌다.

보건부 발표 후 24시간이 지나는 동안 이스라엘은 사회 전체가 코로나19 공포증에 사로잡힌 것 같다. 버스 기사가 한국 순례팀을 호텔에 내려주고 그냥 가버린 사례, 호텔에서 입실 거부를 해서 버스 안에서 밤을 새우다 공항으로 간 사례 등 어려움을 겪은 사례들이 여럿 보고됐다. 일요일 저녁, 현재 150여 명이 순례를 종료하고 공항에서 비행기 표를 구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스라엘 내에는 천여 명의 한국 관광객들이 남아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의 대책회의에서 나온 ‘예루살렘 인근 길로 지역의 이스라엘 군시설에 한국 관광객 200명을 격리수용하자’는 제안이 오늘 오전 언론으로 새어나와, 길로 주민들이 도로에 나와 반대한다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주이스라엘 한국 대사관은 이스라엘에 남아 있는 순례객들이 조속히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귀국 항공편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청정국으로 알려졌던 이스라엘이기에, 한국인 성지순례객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소식은 이스라엘에 큰 충격을 줬다. 특히 해당 순례팀들과 동선이 겹쳤던 2백여 명의 자가격리자들 중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떠났던 중학교 및 고등학교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세계보건기구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1월 31일부터,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입국 금지, 자국민은 14일간 자가격리하도록 법으로 제정하고 2월에는 태국, 마카오, 싱가폴, 홍콩 4개국까지 추가한 상황이었다. 

위의 나라들을 방문했던 이스라엘인은 14일 자가격리를 지키지 않으면 7년형을 선고 받게 되어 있고, 코로나19 감염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응급의료기관인 마겐 다비드 아돔에 전화를 해 문진 후, 구급차가 검사 키트를 가지고 집으로 찾아가 검사를 진행한 후, 병원 격리실로 데려가도록 되어있다. 마겐 다비드 아돔 대변인에 의하면, 내일부터 자가격리 중인 사람들을 방문해 검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에서 살고 있는 한국 교민 대부분은 산책을 나가거나, 학교에 가거나, 슈퍼에 물건을 사러 나갈 때, 주변 사람들에게 마치 내가 바이러스인 것처럼 인식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누르고 있는 두려움과 패닉이 사그러질 때까지는 한국 관광객들과 교민들은 당분간 집 안에 머물며 안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21일 오후, 한국과 일본을 입국 제재 국가로 추가한다고 발표하고 있는 보건부
21일 저녁 도착한 대한항공 비행기에서 이스라엘 국적자들만 활주로에서 곧바로 내리고 있다
이스라엘 국적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대비하고 있는 관계자들
보건부 발표 후 응급의료기관 마겐 다비드 아돔에 전화가 폭증해 하루 동안 5천 건의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구해 수속하고 있는 한국 순례객들
예루살렘 인근 길로 지역 군시설에 한국 관광객들이 출국하기 전까지 격리수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후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길로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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