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스라엘서 마주한 코로나 가짜뉴스

3월 2일(현지시간) 총선을 앞둔 이스라엘은 현재 2명이 코로나19 확진, 1600여 명이 자가격리 중이다. 확진자는 2명에 불과하지만 이스라엘도 심한 `코로나 포비아`를 앓고 있다. 이스라엘은 1월부터 코로나19가 발생한 중국을 비롯해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태국에 이어 한국과 일본까지 입국 금지 국가로 지정했다. 이스라엘 언론들이 한국인 성지순례객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기사를 보도한 것은 2월 22일 오전부터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이날 오후 4시께 한국 입국 금지 발표와 함께 그날 저녁 도착할 예정인 대한항공 비행기에서 자국민만을 입국시키겠다고 통보했다. 한국대사관뿐 아니라 이스라엘 외교부와도 협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

이스라엘의 `코로나 패닉`은 `코리아 포비아`로 이어졌다. 현지 언론 사이에서 경쟁적 보도가 이뤄지면서 과장·추측성 기사, 오보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22일 저녁 현지 방송국 채널12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한국인 순례팀이 헤브론 막펠라 굴을 다녀갔을 때 촬영된 것”이라며 한국인 남성 두 명이 기도하고 있는 영상을 올렸다. 해당 뉴스는 오보였다. 뉴스 영상 속 한국인들은 확진자가 발생한 순례팀과 다른 팀이었을 뿐만 아니라 헤브론을 방문한 날짜도 달랐다.

23일 아침 현지 신문사 Ynet은 “이스라엘군이 예루살렘 인근 하르 길로 지역에 위치한 군시설에 한국인 200명을 격리 수용하기로 결정돼 준비 중”이라고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다. 다른 현지 언론사들도 앞다퉈 Ynet 기사를 인용해 이 소식을 다뤘다.

이 기사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이스라엘 정부가 호텔들의 입실 거부로 곤경에 처한 한국인 관광팀들을 위해 임시 거처로 한국대사관에 제안한 것이었다. 기사를 접한 하르 길로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한국 관광객을 격리 수용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거세게 시위를 벌였다. 보도와 함께 본격적으로 코리아 포비아가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에서 본 한국 보도에도 문제가 있었다. 23일 오전 한국에서는 “이스라엘이 한국과 일본에 대한 입국 거부를 철회했다”는 오보가 나왔고, 많은 한국 언론사가 이를 다뤘다. 그로 인해 이스라엘 보건부 발표 이후 자가격리 중이던 한국 관광객들이 `순례를 계속할 수 있겠다`고 오해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한국 외교부의 항의를 받은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경비를 지불해 남은 한국 관광객을 전세기 두 대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남겨진 교민들은 이스라엘의 코리아 포비아를 고스란히 경험하고 있다.

현지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교민 중 일부는 14일간 등교시키지 말아 달란 부탁을 받았고, 등교한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한국인들이 이스라엘에 코로나19를 가져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 교민들은 길을 지나갈 때 아이들이 “코로나”라고 외치며 도망가고, 슈퍼나 상점에 갔을 때 직원과 손님들이 자리를 피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 와중에도 미국이나 유럽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폭력적 혐오 범죄는 없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인이 아닌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리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웃으며 “코로나19 때문에 걱정돼서 그러니?”라고 물으면 겸연쩍어한다. 팬데믹 선언이 임박한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는 한 `코로나 포비아`든 `코리아 포비아`든 이 땅에서 사는 우리가 겪어야 할 몫이 된 것 같다. 그렇다면 다음에 누가 나에게 “코로나”라고 부르면 “어디에?”라고 반문해봐야겠다.

원문 기사 링크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02/206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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