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스라엘의 백신 전략 현장이 한국에 주는 충고

이스라엘은 2월 말 기준으로 전 국민 930만 명 중 469만 명(46.9%)이 1차 접종을 마쳤다. 332만 명은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이스라엘의 백신 성공 배경에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체계화된 의료 시스템 등 많은 요인이 있다.

그중에서도 백신 확보를 위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외교적 수완과 위기 대처 능력이 단연 돋보였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 초기 그는 총리실 산하 정보국인 모사드(Mossad)를 즉각 동원했다. 모사드는 무기 거래 경로를 통해 외교 관계가 없는 나라로부터 산소호흡기, 마스크, 검사 키트 등 코로나 대응에 필요한 물품을 성공적으로 구했다.

각국에서 진행된 백신 연구 관련 정보를 수집했고, 중국과 러시아 백신도 도입했다. 국내 자체 개발뿐 아니라 지난여름부터 가능성이 보이는 전 세계 모든 백신 기업들과 접촉했다. 지난해 11월에 화이자 800만 회분, 모더나 600만 회분,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 회분의 백신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이들 중  화이자 백신의 미국 식품의약(FDA) 승인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하자 구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유럽연합(EU) 보다 두 배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백신 접종자의 연령·성별 등 개인 의료 정보도 화이자 측에 제공하는 파격적 제안도 있었다. 이에  화이자는 이스라엘 인구의 95%가 접종을 완료할 때까지 백신을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백신 공급량이 많아지자 이스라엘은 모더나 백신 사용을 보류했을 정도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전투적 백신 확보는 ‘백신 외교’까지 가능케 했다. 2월 초 온두라스·과테말라·체코 등 과거 외교 관계에 도움을 준 국가들에 잉여 백신을 보냈다. 심지어 시리아로 넘어간 인질 교환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화이자·모더나와 백신 위탁생산 계약 체결을 논의 중이다. 충분한 백신 물량 확보 이후에는 공격적인 접종 캠페인이 곧바로 이어졌다. 우선 mRNA 백신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고령인 네타냐후(72) 총리와 레우벤 리블린(82) 대통령이 가장 먼저 백신을 접종했다. 양로원 등 이동이 어려운 사람들이 모인 시설은 직접 찾아가 접종을 시행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원이나 유흥시설에도 간이 접종센터를 설치해 최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접종을 장려하기 위해 ‘그린 패스’ 제도를 만들어 2차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 한해 체육시설·호텔·공연장 등 시설 이용이 가능하도록 우대했다. 이와 함께 미접종자 직장인의 출근 금지, 교육직 종사자 백신 접종 의무화 등 접종 여부에 따른 제재 법안까지 추진했다. 개인 인권 침해라는 반대 시위도 있지만, 3월 말까지 전 국민 접종 완료와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희생하며 방역 수칙을 잘 준수하는 한국과 달리 이스라엘은 방역 수칙 미준수라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코로나 사태 초기 바이러스의 외부 유입을 막기 위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경을 봉쇄했다. 세 차례나 국가 전면봉쇄를 단행했지만, 감염 확산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일차적으로 시민들의 방역 수칙 준수가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 수가 평균 10명인 정통 유대인과 아랍계 이스라엘 가정의 경우 대가족 특성상 가족 내 감염 확산을 막기 어려운 것도 한 원인이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여전히 하루 3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현지 의료 전문가들은 빠른 백신 접종이 방역 경계심을 늦출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백신 확보가 늦어진 것은 유감스럽지만, 국민의 질책 때문에 서두르다 또 실수하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이스라엘의 경험을 참고하되 한국적 현실을 고려해 백신 접종도 방역도 성공하길 기대한다.

명형주 이스라엘 KRM뉴스 대표

[출처: 중앙일보] [시론] 이스라엘의 백신 전략 현장이 한국에 주는 충고
링크 https://news.joins.com/article/24003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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