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ian Times] 2020/4/8 세기의 유월절과 부활절

“세기의 딜”이라고 불린 트럼프 중동 평화구상안이 발표된 이후, 2020년에는 “세기의” 라는 타이틀이 붙는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2019년 말 중국을 강타한 후 1월부터 아시아 각국으로 퍼졌고, 이스라엘에는 2월 중순, 한국인 관광객들이 이스라엘을 다녀간 후 확진 판정 받은 소식이 전해지며 처음으로 코로나 공포증이 시작되었다. 

마하네 예후다 예루살렘 전통 시장

그로부터 한 달 반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현재 이스라엘은 구천 명이 넘는 확진자와 칠십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하루마다 몇백 명씩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성경에 마지막 때의 재앙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와 있지만, 실제로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으로 인해 각자의 집에 갇히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도로에서 검문 중인 경찰 모습

이스라엘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텔아비브를 중심으로 처음 퍼져 3월 9일 부림절을 기점으로 급격히 확산되었다. 이후 이스라엘 정부의 자가 격리 규정은 1~3일 마다 네타냐후 총리의 대국민 발표와 함께 강화되었다. 4월 8일 저녁부터 시작되는 유월절을 기점으로 4일 동안은 도시들을 봉쇄하고, 8일 저녁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완전 봉쇄에 들어간다. 

현재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곳은 초정통 유대교인들인 ‘하레딤’이 모여 살고 있는 도시들이다. 브네이 브락, 벳 쉐메쉬, 예루살렘의 미아 쉐아림 같은 지역들은 인구당 가장 높은 코로나19 확진률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이미 사람들을 모이는 것을 금했지만, 정통 유대인들은 여전히 회당을 찾아 기도하고 있고, 좁은 공간에 많은 식구들이 밀집해서 살고 있는 환경 때문에 2차 코로나19의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성경의 3대 절기인 유월절에는 많은 유대인들이 율법에 따라 예루살렘으로 절기를 지키러 올라오기 때문에, 도시간 이동과 예루살렘 내 구역간의 이동을 완전 금했다. 유월절 세데르 만찬도 한지붕 밑에 사는 핵가족끼리만 가능하게 했다.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맞은 첫 유월절 이후, 처음으로 역병을 피해 집안에서 보내는 ‘세기의 유월절’이 되는 것이다.

예루살렘 올드시티 통곡의 벽

이스라엘에 있는 기독교인들과 무슬림들도 마찬가지이다. 오는 부활절을 앞두고, 사람들의 모임은 계속 금지되고, 교회와 같은 예배 처소들도 모두 닫혀 있을 것이다. 부활절에 교회에서 모이지 못하고 가족과 지내야 하는 것 또한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생소한 일일 것이다. 지금은 테크놀로지의 도움으로 물리적으로 교회에 모이지 못하더라도, 줌이나 유투브 등을 통해 함께 온라인 예배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인터넷과 테크놀로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성경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안식년을 지키지 않았던 햇수만큼 바벨론 포로 기간을 겪었다. 

전 세계가 각자의 집에 격리되고 집에서 일하는 동안, 베니스의 강물은 깨끗해지고 중국에서 뿜어내던 미세먼지와 대기 오염들은 감소되었다. 인간들에 의해 착취되던 지구도 이 시간을 통해 소생되고 회복되고 있다. 참 기독교인으로서, 유월절 어린양이신 예수님의 보혈로 죽음에서 건져진 우리도, 이 시기에 하나님과의 관계와 예배가 회복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예루살렘 올드시티 성묘 교회

항상 열려있던 성묘 교회 문이 굳게 닫혀진 모습은 우리가 항상 원할 때 갈 수 있었던 교회 건물이나, 우리의 신앙생활을 돌아보는 계기를 주고 있는 것 같다. 어린 양의 피로 구원 받은 이 유월절과 부활절을 보내며, 세기의 유월절과 부활절을 지내는 모든 분들께 예루살렘에서 평안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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