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비상대책 컨퍼런스가 이스라엘 중부 도시 모딘에서 12일 일요일 개최됐다. 역사상 처음 치러진 행사로, 이스라엘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상 응급 상황을 관리하는 이스라엘군, 경찰, 소방서, 응급의료기관의 대원들이 참가했다.
이번 컨퍼런스의 가장 큰 주제는 ‘이스라엘이 경험하게 될 가장 큰 응급 상황인 지진과 전쟁의 위협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지’였다. 군, 지방자치단체, 정부 관계자들이 패널로 나와 현재 이스라엘이 당면한 가장 큰 위기가 무엇인지, 어떻게 준비되어 있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이스라엘을 가장 크게 위협하고 있는 비상 상황은 지진과 전쟁이다. 이란이 공공연한 핵 위협과 협박, 그리고 주변 대리국들에 군 거점을 세워 위협을 가하는 것은 이미 이스라엘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아비 코하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현재 북쪽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가장 큰 위협으로 간주했다. 2006년 2차 레바논 전쟁 이후 큰 충돌은 없었지만, 그동안 15만 개 이상의 중장거리 미사일을 구비해 놓은 헤즈볼라의 공격이 곧 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이스라엘은 업그레이드된 레이저 아이언 돔, 인공지능이 탑재된 스마트 드론, 라파엘의 6세대 안티 탱크 미사일 등 새 무기들을 공개하고 있다. 이란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국경 주변의 이란 대리국들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이다.
아미르 벤 다비드 이스라엘군 비상대책 사령부 장관은 헤즈볼라가 개입된 전쟁이 일어난다면 15만 개의 중장거리 미사일이 이스라엘의 수도, 전기, 원자력 발전소를 집중 타격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 동시에 수천 발의 미사일이 집중적으로 하이파, 텔아비브에 떨어진다면, 아이언 돔 같은 아무리 좋은 방어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사상자 수와 건물 등의 인프라 파괴가 클 것을 얘기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모두 헤즈볼라와의 전쟁에 대비해 시민들이 3-4주 동안 방공호 안에서 생활할 수 있는 물과 전기를 준비해 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전시 시나리오를 가지고 군, 경찰, 응급요원 등이 훈련하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에게 비상시 대응 방법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 않다는 우려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시,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시민들에게 필요 이상의 불안감을 조성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전쟁 외에 100년에 한 번씩 일어나고 있는 대지진에 대해서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스라엘은 시리아-북아프리카를 지나는 지진대에 자리잡고 있어 100년 주기로 큰 지진을 여러 차례 겪었다. 1927년 여리고에서 강도 6.2의 지진이 발생해 500명이 죽고 7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고, 1837년에는 갈릴리 근처 사패드에서 강도 6.5의 지진이 발생해 6천 명에서 7천 명이 죽은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키프로스, 그리스 등 근방에 작은 지진들이 자주 보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 비상대책 사령부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지진시 응급 대응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비 코하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헤즈볼라의 공격시 무기들이 숨겨진 민간 시설들에 대한 타격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 경고했다. 헤즈볼라가 군 시설과 무기들을 집과 학교 등 이스라엘과의 국경 인근 민간 시설에 숨긴 것에 대한 경고 메시지이다. 또한 이란의 핵 위협에 대해서는 이란이 보유한 우라늄의 무게에 따라 발생하게 될 인명 피해에 상응하는 공격을 퍼부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지금 원하지 않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