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원
한 사건의 시작과 끝이 하나의 점에서 만나 완전한 결말을 이루는 것을 영어로 “coming to a full circle”이라는 표현으로 말하곤 한다. 원이 완성된 모습은 시작과 끝이 드러나지 않는 형태이지만, 누군가 그 원을 그리고 있을 때에는 시작점과 끝점이 뚜렷하게 보인다. 사람은 이미 일어난 일을 통해 사건의 시작을 인지할 수 있지만, 그 결말이 어떻게 다가올지 알 수 없는 존재이다. 오늘날 AI를 통해 수천 가지 가능성을 예측하고, 추려낼 수는 있을지라도, 언제나 변수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끝이 어떻게 다가올지는 결코 알 수 없는 것이다.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침공과 학살을 오랜 시간 철저하게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배후에는 하마스 테러단체의 지도자 야히예 신와르가 있었다. 신와르는 하마스의 군사 조직인 이즈 아드-딘 알-카삼 여단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으로, 군사 및 정치 전략 수립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이스라엘군이 최근 공개한 기밀 영상에 따르면, 신와르는 침공 전날인 10월 6일 가족과 함께 터널로 들어가 지하 요새에 장기 체류를 준비하며 식량과 물, 생활 필수품을 운반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이스라엘의 지상공세가 본격화되자, 신와르는 인질을 방패막이로 삼으며 가자의 지하 터널 네트워크를 통해 지난 1년간 이스라엘군을 피해 은신 생활을 이어갔다.
신와르는 의도적으로 10월 7일 이스라엘을 침공하기 위해 장막 절기의 마지막 날인 제8일을 선택했다. 이 날은 유대인들이 1년간 모세오경을 완독한 뒤 다시 창세기로 돌아가면서 하나님의 말씀은 끝이 없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기념하며 기쁨으로 축제를 벌이는 날이다. 이는 마치 한국전쟁 당시 북한이 남침을 고요한 주일 새벽에 감행한 것처럼, 하마스가 대절기의 마지막 날 새벽녘에 온 가족이 모인 공동체들을 습격해 참혹한 학살을 벌인 것과 유사하다.
따라서 신와르가 제거된 날과 그 전말을 알게 된 순간, 나는 이 사건이 정확히 장막절 첫날에 이루어지면서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한 ‘원’을 완성하신 것으로 보게 되었다. 이는 하나님의 정의가 드러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바닥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전략적으로 얕본 나머지, 이란이나 헤즈볼라와 같은 강력한 적으로 여길 필요가 없다고 오판해왔다. MEMRI(중동 미디어 연구소)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이갈 카르몬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가자지구 주민들이 카타르의 막대한 자금 지원을 통해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하다고 여겼다. 이와 같은 신념으로 인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의 경계에 철책과 최첨단 보안 장비를 설치해 하마스의 공격을 손쉽게 차단할 수 있다고 과신했다.
하마스 또한 지난 2년 동안 이런 이스라엘의 안일한 태도에 맞춰 무력 충돌을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 결과, 이스라엘의 정치 및 군사 지도층은 가자지구에서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 기만과 교만은 결국 10월 7일 장막절 마지막 날의 비극적 침공으로 이어지며, 이스라엘이 예상치 못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1 그렇게 시작된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은 어느덧 1년을 넘어섰고, 그동안 이스라엘군은 뛰어난 정보력을 발휘해 하마스 주요 지도부를 하나 둘씩 제거해 왔다. 여단장, 사령관, 고위 인사들이 차례로 타격을 입었지만, 야히예 신와르는 끝까지 도망쳐 마치 미꾸라지처럼 끊임없이 추적을 피했다.
놀랍게도 2024년 10월 16~17일 장막절 첫날, 이스라엘군 사령관 학교에서 훈련을 마친 신병들이 맡은 임무에 따라 가자 남부 라파의 텔 술탄 지역을 순찰 중이었다. 이들은 수상한 움직임을 감지하였고, 이에 따라 조심스럽게 추적하여 마침내 한 테러 분대를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이스라엘 군인들은 사살된 테러 분자 중 한 명이 신와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다음 날 사망 확인을 위해 드론을 띄워 건물을 점검하던 중, 제거된 요원이 바로 하마스 수장 신와르임을 그제야 확인하게 되었다.
신와르의 최후는 그를 추적하던 특수부대나 미국의 최첨단 무기의 성과가 아니었다. 신병들은 훈련받은 대로 사방을 경계하며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고, 뜻하지 않게 신와르의 종말을 이루었다. 만물의 주권자이신 하나님이 그분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단호하면서도 침착한 이스라엘 신병들을 도구로 사용하신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하나님의 손길이 너무도 분명하게 드러난 이 사건을 이스라엘인이라면 누가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누가 감히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부인할 수 있겠는가? 마치 나비가 꽃 향기에 이끌리듯, 하나님은 당신의 기묘한 계획으로 언약백성 이스라엘을 주님께로 더욱 가까이 이끄신다. 이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닌 창조주 하나님의 정해진 시간표, 즉 ‘모에드’—여호와의 절기—안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적어도 신와르에게 있어서 하나의 원을 완전히 닫으셨다.
1 MEMRI Analysis: Never Again? Preventing The Next October 7 | MEM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