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미국과 적대행위 중단에 합의한 뒤 주어진 60일의 협상 기간을 외교가 아니라 확전 준비에 썼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16일 이란과 아랍권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합의는 미국과 이란이 지난 6월 서명한 양해각서(MOU)로, 교전을 멈추고 60일 안에 전쟁을 끝낼 방안을 협상하기로 한 문서다. 이스라엘은 서명 당사자가 아니다. 협상 시한은 17일 만료되지만 양측은 이렇다 할 진전을 내지 못한 채 산발적 교전만 반복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테헤란이 이 기간을 다르게 읽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다음 공격을 준비할 시간을 벌고, 그사이 세계 경제가 앞선 교전의 충격에서 회복할 여유를 두려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에 따라 이란은 지난 60일 동안 미사일과 드론 생산을 늘리고 강경파 인사들을 주요 자리에 앉혔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아랍권 정보 당국자들은 이란 지도부에서 전략적 전환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군을 전쟁 확대에 대비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다. 모하마드 하산 상타라시 이란 국방 분석가는 이 신문에 “이란에서는 본격적인 전쟁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라크와 예멘,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세력에 고문단을 보내 역내 분쟁을 확대할 방안을 논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아랍권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혁명수비대는 7월 예멘 반군 후티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충돌이 격화하기 직전, 후티에 사우디 항만과 에너지 시설이 담긴 표적 목록을 건네고 방어 전략까지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티는 7월 20일 홍해에서 사우디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사우디가 예멘을 봉쇄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으나 사우디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상선 위협과 연관된 후티 군사시설을 타격했다며 예멘 항구도시 호데이다를 공습했다. 후티는 이에 맞서 사우디 석유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후티의 홍해 봉쇄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이는 봉쇄와 맞물려 있다. 혁명수비대는 아랍 이웃국들에도 에너지 시설 표적 목록을 보내며, 미국이 이란의 에너지 시설을 때리면 이들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이 미국과 함께 2월 28일 이란 공격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이스라엘 지도부는 이란 정권의 군사력을 약화하고 핵·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며, 이란 국민이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6월 양해각서로 성립된 휴전이 무너진 뒤 이란은 선박 공격을 재개했다. 허가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 한다는 이유다. 이 해협은 전쟁을 끝내려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여러 차례 예고했다가 협상 진전을 이유로 물러서기를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이 미국의 통제 아래 있다고 거듭 밝히고 있으나 실제 통항량은 여전히 묶여 있다.
전쟁 이전 이 해협은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의 5분의 1가량을 실어 날랐다. 해협을 둘러싼 분쟁이 불거진 뒤 국제 유가가 반복해서 급등하면서 미국 정부는 경제적·정치적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란은 지난주 오만과 선박 통항 항로에 합의했으며 두 나라가 해협을 공동 관리하는 방안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재국을 통한 간접 접촉도 이어지고 있지만 돌파구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이란은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한 조건으로 전쟁 피해 배상 등을 요구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