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스라엘 벤구리온 국제공항 출국장 © 위키미디어 커먼즈 |
이스라엘에서 자국을 떠나는 시민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2년 사이 해외로 나간 이스라엘인이 돌아온 사람보다 12만5200명 더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인구 이동이 아닌 전쟁이 남긴 사회적·심리적 상처의 징후로 보고 있다.
■ “이건 이민이 아니라 쓰나미”
이스라엘 의회 연구정보센터(RIC)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2년 이후 장기 체류를 위해 떠나는 이스라엘인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귀국자는 감소세”라고 밝혔다.
회의를 주재한 길라드 카리브 민주당 의원은 “지난 2년 동안 수만 명이 나라를 떠났다”며 “이건 단순한 이민이 아니라, 이스라엘인들이 떠나는 ‘쓰나미’ 수준의 현상”이라고 경고했다.
![]() ▲ 20일 이스라엘 의회 이민·통합위원회 회의에서 발언 중인 길라드 카리브 의원 © 다니 솀-토브 / 이스라엘 의회사무처 대변인실 |
■ 가족 단위 이주 급증…“아이들에게 다른 미래를”
이번 이탈 흐름의 중심에는 개인이 아니라 가족 단위 이주가 있다. 가자전쟁 이후 이어진 안보 불안과 정치적 분열, 높은 물가와 주거난 속에서 자녀의 교육·심리적 안정을 이유로 유럽·북미·아시아로 장기 체류를 선택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한 사회학자는 “과거에는 ‘언젠가 돌아오겠다’는 전제가 있었지만, 이제는 부모들이 ‘아이들이 다른 나라에서 자라길 바란다’고 말한다”며 귀환 의지의 약화를 지적했다.
■ “전쟁이 남긴 보이지 않는 상처”…안보·신뢰·정체성의 균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탈을 가자전쟁 이후 사회 전체가 겪는 정체성 균열로 해석한다. 10월 7일 하마스의 학살, 장기화된 전쟁, 정치 양극화와 군 복무 부담, 끝나지 않는 생활비 압박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리며 ‘남을 이유보다 떠날 이유가 많은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한 시민은 “매일 비상경보 속에서 사는 게 더는 정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정부는 명확한 주무 부처를 지정하지 못한 채, 부처 간 책임 공방만 이어지고 있다. 에릭 마이클슨 이민·통합부 부국장은 “우리 임무는 알리야(귀국 이민) 지원이지, 출국을 막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누가 떠남을 다룰 것인가”라는 구조적 공백이 생겼으며, 문제는 그 사이 꾸준히 심화되고 있다.
■ 국가 경쟁력의 잠식
블라디미르 벨리악 예쉬 아티드당 의원은 “해외로 나가는 고급 인력이 늘면서 매년 수십억 셰켈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혁신청도 “하이테크 인력의 해외 이전이 국가 경쟁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며 정부에 귀환 인센티브와 사업 환경 안정화를 촉구했다.
떠나는 이들은 대체로 젊고 고학력층, 즉 사회의 ‘허리 세대’를 이루는 핵심 인력이다. 이들의 유출은 단순한 숫자의 감소가 아니라, 공동체의 연대력과 국가의 미래 역량이 비워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 “정부 차원의 실질적 대응 시급”
의회 위원회는 단순한 보고를 넘어 세제 감면·정착 보조금·면허 절차 간소화 등을 포함한 ‘귀환 촉진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과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스라엘 의회는 다음 달 후속 회의를 열어 구체적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카리브 의원은 “지금 필요한 것은 경고가 아니라 행동”이라며 “정부가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이스라엘인 귀환을 유도할 실질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회 연구정보센터도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향후 10년 내 중산층 핵심 인구의 구조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전략적 개입이 절실하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