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 본회의가 15일 최고법률책임자(Attorney General)의 권한을 대폭 약화하는 법안을 찬성 65표 대 반대 51표로 최종 통과시켰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연립 정부가 임기 내 통과를 목표로 추진해온 핵심 입법 가운데 하나다.
이 법의 핵심 내용은 정부가 최고법률책임자의 의견을 무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현행 체계에서는 법원이 달리 판결하지 않는 한 최고법률책임자의 의견이 행정부를 구속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법안은 또 법원에서 국가 입장을 제시하는 최고법률책임자의 독점적 권한을 박탈하고, 해임 및 임명 절차도 정부가 결정할 수 있도록 열어놓고 있다.
현행 최고법률책임자 해임 절차는 은퇴한 대법관이 이끄는 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갈리 바하라프-미아라 최고법률책임자를 해임하는 결의를 한 차례 통과시켰으나 대법원이 이 결정을 무효화한 바 있다. 법안은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며, 법 발효 30일 안에 정부는 최고법률책임자 임명 및 해임 절차에 관한 새 결정을 채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안은 종교시온주의당 소속 심하 로트만 의원이 발의했다. 로트만 의원은 크네세트 헌법법률사법위원회를 이끌며 이 법안을 추진해왔다. 당초 법안에는 현재 최고법률책임자가 보유한 직무를 법률고문과 검찰총장 두 개 직위로 분리하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입법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 조항은 최종 법안에서 삭제됐다.
이스라엘 최고법률책임자 직위는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를 국가들과는 다른 복합적 역할을 수행한다. 정부 법률 자문, 행정부에 대한 법 해석 권한, 법원에서 국가 입장 대변, 국가 기소 시스템 수장, 고위 공직자 연루 주요 형사 사건에 대한 최종 권한 등이 한 직위에 집중돼 있다.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IDI)는 이 법이 약화시키는 기능들이 최고법률책임자가 법치를 수호하는 주요 수단이라고 지적하며, 이 법이 “법 집행 시스템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정부를 강화하며 민주주의와 법치, 인권 보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정부에 대한 견제 장치를 제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립과 바하라프-미아라 최고법률책임자는 두 가지 핵심 쟁점에서 지속적으로 충돌해왔다. 바하라프-미아라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재판을 중도에 취소하는 것을 거부한 것과, 하레디 징집 기피자에 대한 재정 지원 삭감을 규정한 대법원 판결 이행을 고수한 것이 핵심 갈등 요인이었다. 연립 측 각료와 의원들은 “바하라프-미아라가 마녀사냥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법 통과 직후 품질정부운동(MQG), 이스라엘시민권협회, 길라드 카리브 의원(더민주당), 줄라트 연구소 등 4개 단체와 의원이 이 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청원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야리브 레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연립 의원들은 법안 통과를 환영했다. 레빈 장관은 “오늘 승인된 법은 사법 개혁의 또 다른 핵심 기둥”이라고 밝혔다. 반면 야권 의원들은 이 법을 강하게 비판하며 다음 총선 이후 폐기를 약속했다. 야샤르당 가디 아이젠코트 대표는 “이스라엘의 문지기를 무력화하고 법치를 해체하려는 노골적인 시도”라며 “정부가 스스로를 법 위에 두고 민주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리는 위험한 선례를 만들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