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러드 쿠슈너 미국 대통령 선임고문이 16일 이집트 지중해 연안 도시 엘알라메인에서 칼릴 알하이야 하마스 지도자를 만나 가자지구 무장 해제 이행을 압박했다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아랍권 외교관을 인용해 보도했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이자 최측근으로 가자지구 협상을 이끌어왔다. 이번 회담은 그가 2025년 10월 휴전·인질 석방 합의를 마무리하기 위해 알하이야를 처음 만난 이후 처음이다.
회담에는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고위 특사인 니콜라이 믈라데노프와 토니 블레어, 중재국인 이집트·카타르·튀르키예의 고위 외교관들이 함께 참석했다. 평화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안을 총괄하는 미국 주도 기구다.
하마스는 이 자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평화안 이행을 공개적으로 약속해야 무장 해제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고 아랍권 외교관은 전했다. 하마스는 회담 뒤 평화위원회에 이스라엘이 평화안을 수용하도록 강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지난 7월 30일 평화위원회의 무장 해제안에 동의했다. 다만 하마스는 무장 해제라는 표현 자체를 피하며, 미국이 후원하는 팔레스타인 기술관료 기구인 가자지구 행정국가위원회(NCAG)에 무기를 넘겨 보관하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NCAG는 평화위원회 감독 아래 하마스를 대신해 가자지구를 통치하게 된다.
알하이야는 하마스가 무장 해제안을 계속 지지하지만 이스라엘이 약속을 지켜야 이행할 수 있다고 쿠슈너 선임고문에게 말했다고 이 외교관은 전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평화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해온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쿠슈너 선임고문은 하마스가 무기를 넘기기 시작하면 평화위원회가 이스라엘에 공습 중단과 단계적 철군을 압박하겠다고 약속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완전히 무장 해제하기 전에는 철군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다만 평화위원회 소식통은 네타냐후 총리가 비공개로는 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전했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하마스에 가자지구 곳곳에서 벌이는 무력 과시를 중단하라고도 요구했다. 하마스는 최근 무장한 제복 차림의 대원들을 가자지구 거리에 배치해왔다. 그는 알하이야가 이끄는 대표단에 가자지구 통치권을 NCAG에 원활하게 넘기라고 촉구했다.
평화위원회는 하마스가 NCAG에 무기를 넘기는 첫 절차를 몇 주 안에 진행하기를 기대해왔다. 그러나 아랍권 외교관은 이 절차가 올해 안에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무기 인수를 지원할 국제안정화군(ISF)이 아직 훈련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 외교관은 네타냐후 총리가 10월 27일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선거 전에 무장 해제안의 진전을 허용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선거 뒤 새 정부를 구성하는 데 다시 1~2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하마스와는 때때로 직접 접촉해왔다. 반면 상대적으로 온건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는 이 같은 고위급 회담을 하지 않았고, 자치정부가 명목상 통치하는 서안지구 상황에도 관심을 덜 기울여왔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16일 가자지구에서 공격을 준비하던 무장세력 2명을 각각 겨냥해 공습했다고 밝혔다. 남부 칸 유니스에서는 이슬람지하드 대원이, 중부 누세이라트에서는 하마스 대원이 표적이 됐다. 이스라엘군은 “테러리스트들이 공격을 추진하고 있어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정밀 공습으로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매체들은 두 공습으로 여러 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앞서 15일에는 가자지구 남부에서 이스라엘군 전차가 하마스가 설치한 폭발물에 피격됐다. 이스라엘군은 기바티 여단이 옐로라인 인근에서 작전하던 중 벌어진 일이며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옐로라인은 이스라엘군 점령 지역과 하마스 통제 지역을 가르는 휴전 경계선이다. 이스라엘군은 이 공격을 휴전 위반으로 규정했다.
이스라엘은 무장 해제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가자지구 공습을 일주일간 조용히 중단했다가 12일 재개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군사행동 재개를 막기 위해 무장 해제 절차를 이용하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고위 당국자들은 하마스의 합의 수용을 이스라엘을 겨냥한 ‘전략적 매복’으로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평화안 이행을 거부하자 주요 이슬람권 국가들은 16일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행을 강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집트·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튀르키예·파키스탄·인도네시아는 공동성명에서 이스라엘의 거부가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국가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지역의 평화 노력을 방해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태도가 평화안의 공식 명칭인 ‘포괄적 계획’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이행을 위태롭게 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미국이 지속적으로 관여해 이스라엘이 평화안과 이행 로드맵상 약속을 온전히 지키도록 보장하고 강제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이스라엘이 거부·방해·지연을 이어갈 경우 현지 상황 악화와 종전 무산 등 모든 결과에 직접적이고 전면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평화위원회를 향해서도 미국의 지원을 받아 어느 쪽도 이행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쿠슈너 선임고문과 알하이야는 이집트에서 각각 별도 회담도 가졌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알하이야는 하산 라샤드 이집트 정보국장을 만났다. 모하메드 엘셰나위 이집트 대통령실 대변인은 쿠슈너 선임고문과 엘시시 대통령이 모든 당사자의 휴전 합의 의무 이행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16일 저녁 이집트를 떠나 이스라엘로 향했다. 그는 17일 믈라데노프·블레어 특사와 함께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이 자리에서 2025년 10월 휴전 합의 당시 이스라엘이 약속한 인도적 조치의 이행도 요구할 것이라고 아랍권 외교관은 전했다. 하루 600대 분량의 구호 트럭 반입과 가자지구 기반시설 복구 허용이 여기에 포함된다. ISF의 가자지구 배치, 남부 라파 폐허 위에 평화위원회가 세우려는 시범 인도주의 구역 설치에도 이스라엘의 추가 승인이 필요하다.
반면 쿠슈너 선임고문은 옐로라인 문제는 거론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 외교관은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휴전 합의로 가자지구의 약 53%를 통제하기로 했지만, 이후 경계선을 해안 쪽으로 일방적으로 밀어 60% 이상을 차지했다. 평화위원회 소식통은 이스라엘군이 새 옐로라인을 따라 실제 병력을 배치하지는 않아 중재국들의 큰 우려 사항은 아니라고 지난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