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언론 대이란 압박론 확산

Share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왼쪽),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중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오른쪽)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 파키스탄이 지난 7일 사우디 성지 메카에서 3자 국방협정에 서명한 것을 놓고 아랍권 언론에서 이란에 대한 지역 포위망이 사실상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무함마드 알루마이히 사우디 매체 아시라크알아우사트 칼럼니스트는 15일 이번 협정이 걸프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는 결국 역내 전체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돌아온다는 경고 메시지를 이란에 보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협정은 형식과 시점, 장소 모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게 알루마이히의 설명이다. 이슬람 최고 성지인 메카에서 서명이 이뤄진 것 자체가 최근 겪은 파괴적인 전쟁들에 대한 현실을 더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걸프 국가들의 신호라는 것이다.

3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3조3000억달러에 달하고, 파키스탄은 아라비아해와 접해 있으며 튀르키예는 소말리아 주둔을 통해 홍해 접근권을 확보하고 있어 세 나라 모두 경제·외교적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알루마이히는 설명했다. 튀르키예는 최근 나토(NATO) 회의를 주최했고 파키스탄은 이란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온 나라로, 두 나라 모두 이란과 적대적 관계는 아니지만 걸프 국가들에 대한 이란의 지속적인 위협이 이번 협정 체결로 이어졌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는 앞서 14개국이 참여해 서명한 다국적 홍해 방위연합과 이번 협정이 맞물리면서 이란을 비롯한 역내 위협 세력을 포위하는 억지망이 사실상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란 내부에서도 반복된 시위와 경제난으로 정권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레바논 매체 안나하르는 16일 트럼프 행정부 내 대이란 정책을 둘러싼 노선 경쟁이 이달 들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안나하르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협상을 통한 조기 종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득해온 온건파의 입지가 약화하고, 군사·경제적 최대 압박을 주장하는 국가안보팀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외교적 협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설득해왔다. 그러나 이란이 구체적인 양보안을 내놓지 않고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먼저 요구하면서 이들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게 안나하르의 분석이다.

대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을 중심으로 한 국가안보팀이 다시 전면에 나섰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고 안나하르는 전했다. 베선트 장관은 기존 제재를 넘어 이란을 금융적으로 고립·봉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이 에이브러햄링컨함을 대신해 중동 해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미국이 군사적 개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안나하르는 짚었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 해군이 이란에 대한 봉쇄를 무기한 유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베선트 장관은 대러시아·대이란 제재 강화를 담은 이른바 ‘그레이엄 법안’을 지렛대로 삼고 있다. 이 법안은 린지 그레이엄 미국 상원의원이 주도해 상원에서 이미 큰 표차로 통과됐으며, 하원 통과 여부가 남아 있다.

이 법안의 파급력은 이란뿐 아니라 이란에 금융·상업적 통로를 제공해온 국가와 기업에까지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이란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중국을 겨냥한 압박은 이란의 제재 회피 경로 자체를 차단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와 함께 이란이 금융망 우회에 활용해온 가상화폐와 중개 네트워크, 유령회사 등도 제재 대상에 포함할 방침이라고 안나하르는 전했다. 단순히 제재 대상 명단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이란 정부와 혁명수비대, 해외 조직의 자금 조달 능력 자체를 무력화하겠다는 목표라는 것이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