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1일 열린 알마 연구교육센터 북부 안보 컨퍼런스에서 탈 베에리 알마센터 연구부장(왼쪽)과 사리트 자하비 알마센터 소장(오른쪽)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박지형/KRM NEWS |
사리트 자하비 이스라엘 알마 연구교육센터 소장과 탈 베에리 연구부장이 21일 열린 북부 안보 컨퍼런스에서 레바논과 헤즈볼라의 현황, 이스라엘 북부 안보의 미래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알마 연구교육센터는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역의 안보 문제와 중동의 다층적 복합성을 연구하는 비영리 싱크탱크다. 센터는 레바논, 시리아 및 이스라엘 국경지대의 군사·지정학적 현안을 현장 경험과 전문적 분석을 결합해 국내외 정책결정자와 언론, 연구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모든 연구진이 실제 국경 지역에 거주하며, 이스라엘 북부 주민의 삶과 안보 현실을 직접 체감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리트 자하비 “헤즈볼라, 사회복지 네트워크 통해 사회적 기반 갖춰…여전히 영향력 행사”
자하비 소장은 자신이 갈릴리 지역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북부 주민으로서 직접 체감한 안보 현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발표를 시작했다. 최근 몇 달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수천 발의 로켓과 드론, 미사일을 발사했다. 주민들은 15초 이내에 대피소로 달려가야 했고, 반복되는 대피와 경보로 심리적‧물리적 부담이 컸다. 현재는 휴전과 헤즈볼라의 힘이 약화된 덕분에 북부의 안보 상황이 가장 안전한 시기지만, 헤즈볼라는 다시 힘을 회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평온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 자하비의 평가다.
이는 헤즈볼라가 단순한 무장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분석했다. 헤즈볼라는 시아파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사회복지 네트워크를 통해 막강한 사회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연료, 의료, 금융 등 다양한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민들의 충성도를 굳건히 하고 있다. 실제로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약국과 은행 등은 시아파 주민들의 일상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최근 지방선거에서도 헤즈볼라는 전통적 지지층에서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헤즈볼라, 정부 내에서도 영향력 유지…레바논 정치의 한계”
정치적으로도 헤즈볼라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최근 조세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이 새 정부를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미국이 헤즈볼라의 정치 참여를 공식적으로 반대했음에도 내각 24명 중 3명이 헤즈볼라, 2명이 시아파 아말 그룹 출신으로 임명됐다. 이는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헤즈볼라가 레바논 정부 내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어 자하비는 헤즈볼라의 무장해제 임무를 맡은 레바논군이 테러단체와 직접 충돌을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군 지휘관들은 헤즈볼라와 오랜 유착 관계를 맺고 있다. 최근 레바논군이 헤즈볼라의 무기고를 발견했다고 발표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지만, 자하비는 이것이 실제로는 단순한 소규모 무기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표는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으며, 헤즈볼라의 첨단 무기나 실질적 군사력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녀의 평가다.
마지막으로 자하비는 헤즈볼라가 레바논의 정치·사회 구조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한, 단순한 군사적 압박이나 외교적 노력만으로는 근본적 변화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과 국제사회가 헤즈볼라의 재무장과 영향력 확대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한다면, 북부 주민들은 앞으로도 불안정한 안보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녀의 결론이다.
탈 베에리 “헤즈볼라 군사력 크게 감소, 재건 시도 중…위협 여전”
탈 베에리 연구부장은 헤즈볼라의 군사적 현황과 향후 전망을 다뤘다. 그는 이스라엘의 집중적인 군사 작전으로 헤즈볼라가 최근 수개월간 큰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고위 지휘관 170여 명이 제거됐고, 전투원의 약 15%가 사망 또는 부상당했다. 특히 이스라엘 침투를 목표로 했던 라드완 부대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소규모 침투 시도는 여전히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헤즈볼라의 로켓과 미사일 보유량은 전쟁 전 7만 5천 발에서 2만~2만 5천 발로 줄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북부에는 여전히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 국경 인근의 터널과 군사시설이 다수 파괴됐지만, 주요 지하 네트워크와 무기 보급 경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베에리는 헤즈볼라가 1980년대 구식 로켓에 최신 유도장치를 부착하는 등 무기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업그레이드 작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헤즈볼라의 재건 과정에서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역할도 두드러진다. 이란은 레바논에 인력을 파견해 터널 복구와 군사력 재건을 지원하고 있다. 무기와 자금, 장비는 육상, 해상, 항공로를 통해 지속적으로 유입된다. 이스라엘의 차단 작전에도 불구하고 헤즈볼라는 밀수 경로를 유연하게 변경하며 보급을 이어가고 있다.
조직 내부적으로는 지휘관 제거와 정보 유출로 인한 불신과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헤즈볼라의 핵심 이념과 사회복지 네트워크, 그리고 최근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 등은 이들의 영향력이 쉽게 약화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베에리는 “헤즈볼라 무장해제의 역사적 기회”라는 기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의 현실적 전략은 헤즈볼라를 점진적으로 약화시키고, 명확한 레드라인을 설정해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결론 “장기적 억제 전략이 현실적 해법”
결국 두 전문가는 헤즈볼라가 군사적 타격을 입었음에도 여전히 강력한 사회적 기반과 정치적 영향력, 그리고 이란의 지원을 바탕으로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단기적 해법이나 급격한 변화보다는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억제 전략이 현실적이라는 점을 결론으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