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의 역내 패권이 약화되는 가운데 튀르키예가 이스라엘의 새로운 최대 전략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예루살렘포스트 외교 칼럼니스트 허브 케이넌이 10일 분석했다. 케이넌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번 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튀르키예 F-35 스텔스 전투기 판매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대 로비에 나선 것이 이 같은 전략 판단을 반영한다고 봤다.
케이넌은 이란이 군사 능력과 역내 대리 네트워크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은 반면, 튀르키예는 시리아에서 이미 세력을 공고히 하고 자국산 드론·함정 등 방위산업을 꾸준히 키우면서 가자지구에도 발판을 마련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란이 이스라엘을 시아파 포위망으로 둘러싸려 했다면 튀르키예는 수니파 포위망을 구축하려 한다는 전(前)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 기오라 에일란드의 경고를 소개했다.
케이넌은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 반하는 행동을 공개적으로 취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에르도안의 튀르키예가 “공격적인 야심을 갖고 있으며 평화와 안보의 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나란히 세우고 “탁월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으나, 하루 뒤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을 누그러뜨렸다.
케이넌은 네타냐후 총리가 과거 조지 H.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상대한 이츠하크 샤미르 전 총리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이란 핵 합의를 두고 맞붙었던 자신의 전례를 따라 미국 국내 여론과 의회에 직접 호소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전 두 사례 모두 이스라엘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으며, 당시보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의회와 여론의 지지가 낮아진 지금은 상황이 더 어렵다고 케이넌은 지적했다.
케이넌은 그럼에도 이번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고 봤다. 그리스·키프로스·아르메니아 등 튀르키예의 강경 노선에 우려를 품은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넌은 이스라엘이 지난달 각료회의에서 1915년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제노사이드로 공식 인정한 것이 단순한 역사 정의 실현이 아니라 아르메니아계 미국인 로비 단체와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케이넌은 미국 의회가 튀르키예의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방어 미사일 시스템 도입을 이유로 F-35 판매를 금지하는 법률을 이미 통과시킨 상태임을 상기시켰다. 그는 또 지난달 그리스계 미국인 의원 디나 티투스가 7억 달러(약 9535억원) 규모의 튀르키예 자국산 전투기용 제트 엔진 판매를 막기 위한 공동 결의안을 발의한 것도 우연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케이넌은 동지중해에서 그리스·키프로스와 구축해온 이스라엘의 동맹 네트워크가 워싱턴 로비전에서도 복수의 세력이 연대하는 구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케이넌은 F-35 판매 저지가 결론이 아니라 서막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에일란드 전 보좌관이 “불평만으로는 작전 계획이 될 수 없다”고 말한 것을 인용하며, 이스라엘이 튀르키예의 야심에 대응하기 위해 실질적인 파트너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분석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