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합의, 레바논 포함 역내 적대행위 중단 담아

이스라엘, 합의 내용 공유 배제…핵 가속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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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카메이니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미국 백악관)     

 

미국과 이란이 서명한 양해각서(MOU)가 이란과 그 동맹 세력의 역내 적대행위 전면 중단을 규정하고 있으며,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교전 중인 헤즈볼라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17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은 미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번 합의 내용을 보도했고,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알아라비야는 14개 항목으로 구성된 합의문 전문을 입수해 공개했다. 합의 틀에 따르면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획득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미국과 이란은 이란의 기존 농축우라늄 재고 처리 방안과 향후 농축 수준 및 이란의 민간 핵 수요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로 했다.

 

합의문에 담긴 미국의 의무 조항도 공개됐다. 미국은 해군 봉쇄를 해제하고, 협상 기간 중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거나 역내 군사력을 증강하지 않으며, 이란의 석유 수출에 대한 제재 완화를 허용한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 현상 유지와 함께 60일간의 핵 협상 기간 동안 호르무즈해협의 상선 통항량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양해각서 이행 즉시 이란의 동결 자산이 해제되며, 최종 합의가 성사될 경우 미군의 역내 철수와 대이란 제재 전면 해제로 이어진다고 복수의 매체가 보도했다. 최종 합의에는 이란 투자·재건을 위한 3000억 달러(약 408조원) 규모의 민간 펀드 조성도 포함된다.

 

이란 측 고위 소식통은 로이터에, 이란이 당초 미국에 전쟁 피해 배상 명목으로 4000억 달러를 요구했지만 미국이 이를 거절했고, 이후 협상을 거쳐 ‘재건개발기금’이라는 이름의 별도 펀드 구상이 등장했다고 전했다. 해당 펀드 조성에 정부 자금이나 보조금은 포함되지 않는다. 미국, 걸프 아랍 국가,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기업들이 참여를 약정했으며, 한국·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미국 기업들도 투자를 확약했다고 소식통은 밝혔다. 투자 분야는 에너지, 물류, 제조, 운송에 걸쳐 있으며,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모바라케 제철소·정유소·공항 등 기반 시설 재건도 포함된다.

 

한편 이란의 국제 금융시장 접근은 지난 40년간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사실상 차단됐다. 이란은 세계 2위의 천연가스 매장량과 4위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9200만 명 이상의 젊고 교육 수준이 높은 인구와 석유화학·광업·관광·농업 등 다양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채널12는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들 사이에서 이번 합의를 둘러싼 이견도 있다고 전했다. 제이디 밴스 부통령, 재러드 쿠슈너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는 합의를 지지한 반면,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존 래트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란이 합의를 이행할지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정보 유출 우려를 이유로 합의 내용이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채널12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가 양해각서 검토를 요청했지만 미국이 이를 거절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관리들은 60일간의 핵 협상 기간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가속화해 핵무기 개발에 근접할 수 있다고 이스라엘 정부에 경고했다. 채널12는 이스라엘 당국이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종 핵 합의에 응할 의사가 없으며, 양해각서에 서명한 목적이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경제적 숨통을 트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한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채널12에 “이란이 협상이라는 명분 아래 핵 무기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제재 완화에 조건이 붙는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해왔으나, 이란의 석유 수출을 허용하는 사전 면제 조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 관리와 중동 외교관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이같이 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17일 이 조치를 먼저 보도했으며, 이란 유조선 한 척이 이날 미국의 봉쇄선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란 협상팀은 양해각서가 최종 합의가 아닌 기본 틀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60일간의 협상 기간 동안 핵, 제재, 역내 안보 등 복수의 의제가 병행 논의될 예정이다. 재건개발기금은 최종 합의가 체결된 후에야 설립되며, 60일의 협상 기간에는 기금 운영 주체와 이란 측 투자자들이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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