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라크에 근거를 둔 이란 지원 민병대들이 다시금 인접국들을 공격하며 중동 정세를 위협하고 있다고 예루살렘포스트가 28일 분석했다. 이들 민병대는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에 걸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내 자치지역인 쿠르디스탄 지역을 겨냥한 공격을 감행했다.
요르단과 이스라엘, 시리아 역시 위협 대상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그동안 이들 민병대가 보여온 행동 양식과 일치한다는 평가다. 이란은 지난 수십 년간 이라크 내 민병대 조직망을 구축하고, 이를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연계해 왔다.
최근 공격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르디스탄 지역을 겨냥했으며, 밤사이 시리아 상공에서 대공포 사격이 목격된 점에 비춰 시리아에 대한 공격도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공격들은 이란이 이라크 내 대리 민병대를 실전에 동원하려 하고 있음을 뚜렷하게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이들 민병대의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라크 내 이란 지원 민병대는 대부분 2003년 미국 주도 침공 이후 미군과 연합군에 맞서 싸운 시아파 무장단체에서 출발했다. 바드르 등 일부 조직은 그 뿌리가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를 비롯한 일부 지도자들은 1980년대 쿠웨이트에서 벌어진 테러 음모에 연루된 인물들이었다. 이후 알무한디스는 이라크 내 카타이브 헤즈볼라 지휘관 자리에까지 올랐으며, 2020년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와 함께 미군의 무인기 공습으로 사망했다.
쿠드스군은 이들 민병대에 자금과 무기, 훈련 등을 지원해 왔다. 아사이브 아흘 알하크는 마흐디군과의 연계 속에서 성장했으며,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2006년 무렵 결성됐다.
2014년 IS(이슬람국가)가 이라크 광범위한 지역을 장악하자, 다수의 시아파 민병대가 인민동원군(PMF)이라는 우산 조직 아래 결집했다. PMF는 이후 이라크 안보 체계에 편입됐지만, 상당수 계파는 테헤란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이란혁명수비대와의 정치·경제적 유대를 키워 왔다.
미국은 카타이브 헤즈볼라, 아사이브 아흘 알하크, 하라카트 알누자바, 카타이브 사이드 알슈하다 등 이라크 내 주요 이란 지원 민병대 여러 곳을 외국테러조직(FTO) 및 특별지정국제테러리스트(SDGT)로 지정하고 있다.
월요일과 화요일 공격을 실행한 조직의 정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통상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한 정교하고 장거리에 이르는 드론 공격의 배후로 지목돼 왔다. 이 조직은 시리아 내전 당시에도 대원들을 파견해 알부카말에 거점 사령부를 설치한 바 있으며, 아사드 정권이 붕괴하면서 대원들이 시리아를 떠났다.
아사이브 아흘 알하크의 카이스 하자알리 대표는 2017년 레바논을 방문해 이스라엘을 위협한 바 있다.
이들 조직은 헤즈볼라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이제는 이들이 시리아까지 위협할 조짐도 보인다. 현재 다마스쿠스 정권은 미국과의 관계가 가까워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헤즈볼라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신호도 내비친 바 있다. 다마스쿠스 정권은 또 시리아를 경유한 헤즈볼라에 대한 무기 밀반입도 중단시킨 상태다.
이달 초 이란은 시리아 내 탄프 인근 지역을 겨냥해 공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탄프는 과거 IS에 맞서 싸우던 시리아 반군 세력을 지원하기 위해 세워졌던 옛 미군 주둔지로, 지난 2월 폐쇄됐다.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또 요르단 북동부의 미군 전초기지인 ‘타워22’를 겨냥해 2024년 1월 공격을 감행, 미군 3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란이 현재 이들 이라크 내 민병대를 동원해 시리아·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 쿠르디스탄 지역을 새롭게 위협하는 한편, 이스라엘이나 주둔 미군까지 노릴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과거에도 이들 민병대가 취했던 방식이다. 이란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 학살 사건 이후 이라크 내 이란 지원 민병대들이 내세운 우산 조직명 ‘이라크 이슬람저항군’을 다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 명칭을 내세운 조직들은 최근 몇 년간 이라크와 시리아 주둔 미군을 겨냥한 다수의 드론·로켓 공격, 그리고 이스라엘을 겨냥한 공격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스스로를 이란이 이끄는 역내 ‘저항의 축’의 일원으로 내세워 왔다.
이라크 북부 모술 인근의 니느웨 평원에도 이란 지원 민병대가 존재한다. 최근 며칠간 이 지역을 겨냥한 공격은 모술 일대에서 발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마스로우르 바르자니 쿠르디스탄지역정부(KRG) 총리가 밝혔다.
니느웨 평원에는 기독교인과 야지디, 그밖의 소수 공동체들이 다양하게 거주하고 있다.
샤바크 공동체와 연계된 PMF 예하 30여단은 IS와의 전쟁 과정에서 결성돼, 이후 모술과 니느웨 평원 일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구축했다. 이 조직은 PMF 내 최대 민병대 중 하나인 바드르와 연계돼 있으며, 바드르는 미국의 제재 대상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과거 니느웨 평원의 민병대들은 122㎜ 로켓을 실은 ‘봉고’ 트럭을 이용해 쿠르드지역정부(KRG) 관할인 아르빌 일대를 겨냥해 왔다. 아르빌에는 미군 병력과 미국 영사관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몇 달 사이 공격은 드론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는 이들 민병대가 지난 6년간 이란으로부터 더 많은 드론을 확보해 온 흐름과 맞닿아 있다.
최근 며칠간 벌어진 드론 공격의 세부 경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요르단 국영통신 페트라는 “요르단 왕립공군이 화요일 새벽 요르단 영공을 침범한 드론을 요격해 격추했다고 요르단군 아랍군사령부가 밝혔다”고 보도했다. 요르단군은 드론의 발진 지점은 밝히지 않았다.
화요일 오전 6시 직전 이스라엘군은 “조금 전 이스라엘 공군이 요르단 국경 인근 지역에서 무인기(UAV) 1대를 요격했다. 해당 무인기는 이스라엘 영토로 진입하지 않았으며, 발진 지점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역시 무인기의 발진 지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월요일에는 “요르단 국경 인근 지역에서 확인된 무인기 2대를 요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는 이라크 내 모든 무기를 국가 통제 아래 두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이는 곧 민병대들이 무장을 해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이는 동시에, PMF 소속이라는 이유로 이미 국가 통제하에 있다고 주장할 여지를 민병대들에 열어줄 수도 있다. 예컨대 바드르는 PMF 내 최대 민병대라는 점을 들어 이 같은 주장을 펼 가능성이 크다.
자이디 총리는 무장해제 대상으로 지목할 구체적인 민병대 명단은 밝히지 않았다. ‘이슬람저항군’의 강경파는 무장해제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저항하겠다는 신호를 내비쳤다.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비롯한 강경파는 충분한 무장을 갖추고 있으며, 이란의 뜻에 따라 주변국들을 위협할 의지가 있음을 그동안 여러 차례 보여줬다.
월요일과 화요일의 공격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이란 간 긴장이 일시적으로 완화된 국면에서도, 이란이 이들 대리 조직을 실전에 다시 동원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