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트럼프와 이견 속 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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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를쪽) 회동 장면 (사진=미백악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화요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다.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임기 들어 여덟 번째 회동으로, 두 정상 모두 유난히 어려운 정치적 상황에 놓인 가운데 성사됐다.

이번 만남은 5개월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그동안 두 정상이 10주 넘게 만나지 않은 적이 거의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네타냐후 총리는 수 주간의 노력 끝에야 백악관 초청을 받아낼 수 있었으며, 이번 방미 일정을 최근 별세한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장례식 참석 일정과 함께 묶었다.

두 정상의 마지막 만남은 지난 2월 11일이었다. 이후 약 2주 만에 양국은 이란의 핵·탄도미사일·대리세력 프로그램 파괴와 정권 교체 여건 조성까지 목표로 내건 합동 작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작전 중단을 지시했다. 이 작전은 핵심 목표 어느 것도 결정적 승리로 이어지지 못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치러야 할 정치·경제적 대가만 뚜렷해진 상태로 끝났다.

많은 미국인이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이번 전쟁으로 끌어들였다고 보는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 본인은 그 중단이 시기상조였다고 여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히브리어 매체들의 이번 주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새로 즉위한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 치하에서 이란이 군사·핵 능력을 회복하고 있다는 새로운 정보를 백악관 회동에서 공개해 재공습에 나서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교적 절차를 접고 다시 대규모 군사작전에 나서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몇 달 사이 네타냐후 총리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작전을 전격 중단하고 양해각서에 서명했는데, 이스라엘은 이 각서가 이란 정권의 경제·군사 회복을 도우면서 정작 이스라엘의 레바논 내 헤즈볼라 대응 작전의 자유는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국제적 앙숙으로 꼽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게 F-35 전투기를 판매하는 데 열린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공개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서다. 워싱턴은 또 사우디아라비아와 민간 원자력 협력 협정 체결을 확인하면서, 처음에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조건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사우디가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하지 않으면 이 협정을 진전시키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다.

두 정상은 각각 다가오는 선거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스라엘은 오는 10월 말 크네세트 총선을, 미국은 그로부터 며칠 뒤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남은 핵·탄도미사일 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보다 강경한 대응을 원하며, 이를 총선에서 내세울 성과로 활용하려 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위기를 해소하고 미국 유권자를 위해 물가를 낮출 수 있는 합의를 원한다.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기 어려운 만큼, 그의 현실적인 목표는 즉각적인 확전 약속을 받아내는 것보다는 이스라엘의 안보 이익과 마지노선, 그리고 필요시 단독으로라도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출국에 앞서 한 발언에서 이 같은 기류를 보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의제에 오른 모든 사안, 무엇보다 먼저 이란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목표는 물론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 동시에 우리를 둘러싼 평화의 고리를 넓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을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보는 반면, 미국은 이란과의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 네타냐후 총리는 남은 이란의 능력을 추가로 약화시키려면 단독으로든 미국과 함께든 추가 공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동참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전쟁의 성과를 역사적 업적으로 포장하려 해왔지만, 몇 주간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피해 방공호에서 지내야 했던 이스라엘 국민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주장이다. 적국이 패배하지 않았고 핵 야욕도 여전한 채로 전쟁이 갑작스레 끝났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핵 프로그램이 제기하는 ‘실존적 위협’을 이스라엘이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본인 스스로도 “임무를 아직 끝내지 못했다”고 재차 밝힌 바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를 지낸 톰 나이즈스 전 대사는 “평균적인 이스라엘 국민에게 전달됐던 약속들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데 대한 엄청난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나이즈스 전 대사는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국민이 이란에 대해 갖고 있는 남은 안보 우려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전쟁으로 끌어들이도록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부터 토요일 밤 사이 2주 만에 처음으로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자제했다. 확전에 따른 우려, 즉 국방 물자 비축분 고갈과 중동 걸프 동맹국들과의 관계 악화, 에너지 공급과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이유로 최측근 군사·정치 참모진이 추가 확전에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월츠 미국 유엔대사는 일요일 워싱턴이 당분간 외교에 더 힘을 싣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이 같은 흐름을 막기가 쉽지 않은 처지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단독 행동 가능성도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 역시 제약이 따른다. 이스라엘 총선까지 약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사실상 재연할 수 있는 작전에 대해 미국의 군사·외교적 지지를 확보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현재 카타르와 파키스탄이 이란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벌이고 있는 중재 노력이 결실을 볼 경우,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런 성과를 무산시키고 미국 내 에너지 가격 급등을 촉발한다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성향을 고려하면 상황이 조기 확전 쪽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의 현실적인 기대는 11월 이후 합동 작전을 위한 조건에 합의하거나, 협상이 결렬되거나 이란이 합의를 위반할 경우 이스라엘의 독자 행동에 대한 미국의 사실상 승인을 확보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가자지구의 하마스와 레바논의 헤즈볼라 문제는 그동안 네타냐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 회동에서 핵심 의제였고 때로는 갈등의 주된 원인이기도 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두 사안 모두 양국 정부 입장이 비교적 일치해, 상대적으로 넘기 쉬운 안건으로 꼽힌다.

레바논에서는 워싱턴에서 열린 여섯 차례의 이스라엘-레바논 직접 협상을 통해 이스라엘군의 남부 레바논 안보지대 단계적 철수와 레바논군 배치, 헤즈볼라의 검증된 무장해제를 담은 미국 주도 합의 틀이 마련됐다. 가자지구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20개 항 평화안이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와 가자지구 전면 비무장화, 하마스 무장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회동을 앞두고 두 계획 모두에 협조할 정치적 의지를 최근 며칠간 보여줬다. 지난주 이스라엘군은 레바논군 배치를 위해 레바논 내 시범 지역에서 철수했으며, 이스라엘 안보내각은 일요일 가자지구에 투입될 국제안정화군(ISF)의 진입을 위한 법적 절차를 공개적으로 승인했다.

예루살렘전략안보연구소의 야코브 아미드로르 선임연구원(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두 계획이 성공하려면 이스라엘의 지지와 더불어, 합의가 위반되거나 이행되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신뢰할 만한 위협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계획들을 최대한 진전시키려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이스라엘이 군사적 선택지를 계속 테이블 위에 올려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 정보국장을 지낸 아모스 야들린 민드이스라엘(MIND Israel) 대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각각 팀을 꾸려 제한선과 마지노선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마스가 합의를 무산시키면 어떻게 하나? 그러면 이스라엘이 군사적으로 대응하기로 합의하면 된다. 헤즈볼라가 북부 시범계획을 무너뜨리면 어떻게 하나? 그러면 이스라엘이 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병행 합의가 있으면 이스라엘이 대응할 자유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더 큰 틀의 합의를 지지할 수 있다는 취지다.

정치·군사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이번 방미에서 살릴 수 있는 기회 요인도 있다. 그중 하나가 전쟁 이후 조용히 심화돼 온 반이란 역내 결집이다. 바레인과 쿠웨이트는 최근 이란을 상대로 전례 없는 보복 공습을 감행했으며, 아랍 국가들은 갈수록 이스라엘의 전략적 우려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나마 측이 먼저 요청해 성사되고 이후 적극적으로 공개된 하마드 알칼리파 바레인 국왕과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 간의 최근 전화 통화는, 이란에 대한 역내 우려가 바레인을 예루살렘과의 정보·안보 협력 심화로 이끌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워싱턴이 리야드와 민간 원자력 협정을 체결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이스라엘 인정과 연계하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으로, 이 문제는 네타냐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회동에서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당시처럼 미국-사우디 패키지가 민간 원자력 협력과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를 다시 연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는 예루살렘과 워싱턴 모두 오랫동안 아브라함 협정의 최고 성과이자, 친서방 아랍권이 이스라엘을 확고히 받아들이는 지역 질서 전환의 토대로 여겨온 목표다.

아미드로르 선임연구원은 아랍권 내 위치와 인도로 이어지는 육상 회랑을 구축하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사업의 경제적 전망을 고려할 때, 석유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정상화는 이스라엘의 핵심 전략 목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레이엄 상원의원 별세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도 재확인됐다. 그레이엄 의원은 생전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의 주요 추진자였으며, 나이즈스 전 대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양국 정상화 추진 노력을 처음 이끌어낸 인물로 그를 꼽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들어 정상화에 다소 시들해진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도 있지만, 현재는 이란과 그 대리세력인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에 맞서는 거의 모든 역내 갈등에서 이스라엘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처지가 됐다. 리야드는 과거 레바논 내 영향력 확대와 이란 견제를 위해 친수니파 정치세력을 지원해 온 전력도 있다.

사우디-이스라엘 정상화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진다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방미에서 그토록 원하는 정치적 승리를 챙길 수 있게 된다. 10월 7일 이후 그가 내세워 온 핵심 정치적 논리, 즉 자신만이 트럼프 대통령과 발맞춰 움직이며 이스라엘의 전략적 입지를 재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이란 전쟁 이후 점점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화요일 회동은 이를 뒤집고,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역내 구상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될 전망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기회를 살리지 못할 경우 10월 총선 전에는 한 차례의 기회만 더 남아 있다. 오는 9월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해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과 대립하는 일정이다. 이번 주에 내려질 판단들이 이스라엘 국민들이 총선일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평가할지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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