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오만과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 방안에 합의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테헤란에서 기자들에게 “통항 항로 지도를 두고 양해가 이뤄졌다”며 양국이 공동성명 문안을 다듬고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놓인 좁은 바닷길이다. 바가이 대변인은 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선박은 이란 쪽에 가까운 항로로 들어가 오만 쪽에 가까운 항로로 빠져나가게 된다. 잠정 운영 기간에는 통항료나 이용료를 내지 않는다.
바가이 대변인은 오만과의 협의가 더디게 진행됐다고 인정하면서도 “항로 지도와 공동성명을 묶은 하나의 패키지로 마무리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란과 미국은 이 해협의 통제권과 이란 핵 프로그램을 놓고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이란이 사실상 해협을 닫아걸자 미국은 이란 항구를 봉쇄하며 맞섰다. 미국은 해협을 다시 여는 합의가 나온 뒤에야 항구 봉쇄를 풀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이란·오만 합의가 미국의 요구 수준을 채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바가이 대변인의 발표는 미국과 이란이 지난 6월 서명한 양해각서(MOU)의 60일 협상 시한이 만료된 날 나왔다. 전쟁을 끝낼 합의를 이 기간에 도출하기로 한 문서였지만 성과는 없었다. 이스라엘은 이 양해각서의 당사자가 아니다.
양해각서는 발표 직후부터 사실상 무너졌다. 이란은 허가 없이 해협을 통과하려 한다며 선박 공격을 재개했고 미국은 보복 타격으로 맞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른 아침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의 최우선 목표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는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번 목표는 이란이 어떤 형태로도 핵무기를 가질 수 없게 하는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주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밝힌 내용과 정면으로 어긋난다. 밴스 부통령은 미국의 최우선 목표가 자국민의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 것이고 이란의 핵무장 저지는 두 번째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 세 곳을 폭격해 이란의 핵 능력을 완전히 파괴했으며 핵 프로그램을 수십 년 후퇴시켰다고 주장했다. 다만 실제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은 폭격 이전 우라늄을 60%까지 농축하고 있었다.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수준을 크게 웃도는 농도로,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90%까지 한 걸음 남은 단계다.
당시 시설에 보관돼 있던 고농축 우라늄 440㎏은 공습으로 잔해에 파묻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란이 이 가운데 일부를 인근 지하시설인 ‘피카액스 마운틴’으로 옮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시설은 지난해 공습과 이번 전쟁에서 모두 타격받지 않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을 폭격하겠다고 여러 차례 위협해 왔다.
바가이 대변인은 걸프 해역에서 잇따라 보고된 기름 유출의 책임도 미군에 돌렸다. 그는 “이 환경 피해는 미군의 주둔과 미국이 지난 50년간 이 지역에서 벌인 전쟁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페르시아만과 오만해가 입은 피해가 이번 전쟁만의 결과는 아니라며 미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 규모는 수조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란은 지난주에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기름띠가 케슈름섬 해변과 맹그로브 숲까지 번졌다며 배상을 요구했다. 당시 바가이 대변인은 외국 국적 벌크선을 유출원으로 지목했고 이란 당국은 이후 오염이 모두 제거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라크 북부에서는 이날 고위 인사 두 명을 겨냥한 드론 공격이 발생했다. 마스루르 바르자니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총리의 집무실과 이 지역 정보기관 고위 인사의 자택이 표적이 됐다고 쿠르드 대테러당국이 밝혔다. 당국은 드론이 이란과 맞닿은 국경 쪽에서 발사됐다고 설명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고 건물이 파손됐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배후를 자처한 세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된 뒤 이란과 친이란 이라크 무장세력은 이라크 내 미군 시설과 외교공관, 이란 출신 쿠르드 반체제 인사들의 거점을 반복해서 공격해 왔다. 다만 이번처럼 자치정부 청사를 직접 노린 사례는 이례적이다. 바르자니 총리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번 공격을 두고 “위험한 확전이자 쿠르드 지역의 안보와 안정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밝혔다.
이라크 쿠르드 지역에 주둔해 온 미군은 철수를 시작한 상태다. 미국과 이라크 정부는 이라크 내 미군 주둔을 9월 30일까지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