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하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부총리 겸 외무장관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
카타르가 이란과 미국 사이에서 철저한 자국 이익을 위해 양측을 동시에 상대하는 ‘이중 게임’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스라엘 안보기관에서 27년간 근무한 아비람 벨라이셰 예루살렘 안보·외교연구센터 부소장이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에 7일 기고한 분석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벨라이셰 부소장은 카타르를 정보학 개념인 ‘페들러(peddler·중개상)’에 빗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교리 문서는 페들러를 “어떤 정보기관의 지휘도 받지 않고 스스로를 위해 일하며 복수의 구매자에게 동시에 접근권·정보·정당성을 파는 존재”로 규정한다. 벨라이셰 부소장은 이것이 카타르를 설명하는 유일한 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과 카타르가 하마스, 헤즈볼라, 대미 공작 등 세 전선에서 역할을 분담했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무기·훈련·자금 등 하드파워를 공급하고 카타르는 돈과 정치적 정당성을 제공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하마스 지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란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통해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이슬람지하드 대원 수백 명을 훈련시켰다고 WSJ이 보도한 바 있다. 반면 카타르는 2018년부터 매월 3000만 달러를 가자지구에 송금해 연료비·공무원 급여·직접 지원금으로 분배했다. 하마스 정치국은 2012년부터 도하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헤즈볼라 지원에서도 같은 분업 구조가 나타났다. 이란이 지휘 체계와 무기를 제공했다면 카타르는 2006년 전쟁 이후 시아파 밀집 지역 재건에 3억 달러를 지원했다. 2009년에는 헤즈볼라와 동맹 세력에 레바논 정부 의사결정 거부권을 부여하는 도하협정을 중재했다.
미국 내 영향력 공작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드러난다고 벨라이셰 부소장은 주장했다. 이란이 IRGC를 통한 암살 모의·침투·간첩 활동으로 미국을 직접 압박하는 동안 카타르는 미국 대학 투자와 미디어를 통해 친(親)이란 담론을 확산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법무부는 2020년 알자지라의 미국 디지털 플랫폼 에이제이플러스(AJ+)가 카타르 정부의 대리인으로서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등록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카타르는 미국 대학에 대한 외국 자금 지원국 중 최대 규모에 속한다.
벨라이셰 부소장은 카타르의 전략적 목표가 이란의 승리도, 이란의 붕괴도 아니라고 분석했다. 카타르에 최적인 이란은 핵을 포기한 채 제재를 받으며 중재자로서 카타르의 가치를 유지시켜줄 만큼 위협적이되, 에너지 시장과 지역 패권에서 카타르를 능가할 만큼 강하지 않은 이란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란이 지난 3월 카타르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인 라스라판을 공격한 것도 이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타르 외교부는 당시 이 공격을 자국 주권과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벨라이셰 부소장은 이란이 카타르를 종속적 대리인이 아닌 자신을 제약해온 중개상으로 인식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카타르는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 개발에 8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25년 5월 방문 당시 380억 달러 이상의 추가 안보 투자를 약속하는 등 대미 관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벨라이셰 부소장은 “워싱턴이 기지·대학 자금·미디어 플랫폼·중재 채널이라는 각각의 경로를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결론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