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미국과 이란 간 양해각서(MOU)가 14일 서명될 예정이며 서명 직후 호르무즈해협이 전면 개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는 그러나 14일 서명 계획은 없다고 즉각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합의는 내일 서명될 예정이며, 서명 직후 호르무즈해협은 모든 이에게 개방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은 이번 단계에서 즉각 수거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안정되면 적절한 시기에 B-2 폭격기가 매립해 놓은 핵 물질을 수거할 것”이라며 “이 과정이 순조롭게 마무리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최후의 대안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란 관영 매체를 통해 “양해각서 서명의 정확한 날짜를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내일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며칠 내 서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상대방의 주저함으로 인해 이 과정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즉각적인 공식 확인을 하지 않았다.
반면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최종 합의문이 마련됐으며 14일 전자 서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Axios)는 파키스탄과 카타르 중재단이 미국·이란 관리들과 함께 화상 서명식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측은 제네바에서 공개 서명식을 원했고 파키스탄은 이슬라마바드를 제안했으나, 이란이 두 방안 모두를 거부해 화상 서명 방식으로 결정됐다고 이스라엘 채널12가 전했다.
이번 양해각서는 60일간 휴전을 연장하고 호르무즈해협을 재개방하며 이란 핵 프로그램 협상을 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은 양해각서가 전쟁의 핵심 목표인 이란의 핵무기 보유 방지·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한·테러 조직 지원 중단 등을 직접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브리핑에서 이번 합의가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이란 핵 프로그램 해체로 가는 길 마련, 이란의 농축 우라늄 수거, 역내 장기 평화 보장, 이란의 핵무기 비보유 공약 이행 감시 체계 구축 등 미국의 5가지 목표를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합의 내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은 채널12에 이번 양해각서 조건이 “이스라엘의 안보 이익을 위협한다”고 밝혔다. 관리들은 “당장 이뤄지는 것은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이란 정권의 소생”이라며 “이란은 이번 합의를 외상으로 얻어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전쟁을 통해 달성하려 했던 목표 중 즉각 처리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며 “이란이 대리 세력 지원을 중단하도록 요구받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번 합의를 통해 헤즈볼라와 재연결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이스라엘 관리는 “미국의 신뢰할 만한 군사적 위협이 사실상 소멸됐다”며 “60일 휴전 후 이란이 요구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 레버리지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채널12는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이전 네타냐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것이 합의다. 훌륭한 합의이며 이제 전쟁을 끝낼 때”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관리는 “네타냐후 총리는 통화에서 말이 없었다. 합의가 이뤄질 것이며 자신이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한 듯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양해각서가 이스라엘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직접 반응하는 대신 핵 문제에만 집중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총리실은 13일 “내가 이스라엘 총리인 한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4일 밤 안보 내각을 소집해 이번 합의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합의에 대한 반발은 이란 내부에서도 나왔다. 13일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에서 수십 명이 외교부 청사 앞에 모여 압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란 반관영 매체 파르스뉴스에이전시가 공유한 영상에서 시위대는 “타협주의자는 사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테헤란에서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외교부 청사 앞에서 아라그치 장관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겸 수석 협상가를 향해 “사임하라”고 요구하는 영상이 확산됐다. 시위대는 이번 합의가 이란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이란의 협상 레버리지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