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 추가 공습 시 걸프국 에너지시설 보복”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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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이란이 미국의 추가 공습이 발생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지역 우방국의 에너지 시설을 보복 타격 대상으로 삼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동맹국들을 겨냥한 위협으로 확전 비용을 끌어올려 워싱턴의 군사행동을 억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소식통 5명을 인용해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 경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이란의 에너지망과 기반시설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한 직후, 고위급 외교 접촉을 통해 전달됐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란 고위 관리 2명과 걸프 지역 소식통 2명, 사정에 정통한 역내 고위 외교관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카타르 외무장관, 그리고 파키스탄군 참모총장과 잇따라 통화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통화에서 미국의 걸프 동맹국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추가 공습을 단념시켜 달라고 촉구했으며, 이란에 대한 공격이 있을 경우 미국 자산과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에 대한 보복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역내 고위 외교관은 전했다. 그는 모든 통화에서 메시지가 동일했다며 “우리는 보복할 준비가 돼 있지만, 외교적 해법을 찾는 것이 지역 전체의 확전과 파괴를 막는 최선의 길”이라고 아라그치 장관이 말했다고 전했다.

한 걸프 지역 소식통은 “이란의 경고는 명확했다. 미국이 이란의 기반시설을 타격하면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과 다른 역내 목표물을 타격해 보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외교적 움직임은 이란이 광범위한 지역 파괴 위협을 지렛대 삼아 미국의 추가 공습을 막으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미군 기지를 유치하고 에너지 수출에 의존하는 걸프 국가들은 워싱턴과 테헤란 사이에서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 군사행동을 미루고 협상으로 복귀할 것과 휴전 및 외교적 타결 추진을 촉구했다고 역내 고위 외교관과 걸프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란의 경고는 모든 걸프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지만 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통해 전달됐다고 또 다른 걸프 소식통은 밝혔다. 이란은 최근 수년간 과거 지역 라이벌이던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걸프 이웃국들과 관계를 회복해 온 상태다.

카타르와 오만, 사우디아라비아는 모두 워싱턴에 테헤란과의 대화 재개를 촉구하며 확전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두 번째 이란 관리는 추가 미군 공습이 이뤄지면 “지역이 불덩어리로 변할 수 있다”는 이란 측의 경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첫 번째 걸프 소식통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추가 확전이 더 큰 파괴만 불러올 것이라 믿는다”며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교에 기회를 달라고 촉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워싱턴에 외교적 해법을 촉구하면서도 자국이 위협받을 경우 스스로 방어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두 번째 걸프 소식통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영토에 대한 공격이 있을 경우 군사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한 이란 관리에 따르면 테헤란의 경고는 미국이 새로 공습을 감행할 경우 걸프 지역의 에너지 시설·정유시설·전력망·수자원 기반시설·운송망·유전이 보복 대상이 될 것이라는 내용을 명확히 담고 있다. 이 관리는 “적이 계속해서 이란의 기반시설을 위협하고 있다. 이란이 피해를 입으면 그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되갚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여전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를 기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2019년 9월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사우디 아브카이크·쿠라이스 시설이 타격을 입어 사우디 원유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고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의 취약성이 드러났던 사건을 가리킨다.

이란 측 고위 관리는 테헤란의 시각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봤다. 걸프 지역 전체를 삼키고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을 뒤흔들 수 있는 확전에 나서거나, 워싱턴이 원하는 확실한 승리에는 못 미치는 협상 타결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역내 고위 외교관은 합의 도출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미국이 테헤란이 승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결과를 받아들이길 꺼린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미국은 자신들이 이 전쟁에서 이겼다는 증거로 내세울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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