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가 13일 토라 학습을 유대 민족과 이스라엘 국가의 근본 가치로 규정하는 기본법을 찬성 63표, 반대 52표로 통과시켰다.
이스라엘에는 성문헌법이 없고 대신 기본법이 그 역할을 한다. 이스라엘 기본법은 정부 구조나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특정 가치를 국가의 근본 가치로 명시한 기본법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레디 정당들은 초정통파 남성의 병역 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이 법을 추진해왔다. 야권은 이 법이 토라 학습만 특별 취급해 다른 가치보다 우선시하며, 병역 명령을 어긴 예시바(유대교 신학교) 학생을 처벌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레디 남성 병역 문제는 그동안 이스라엘 정치권의 뜨거운 쟁점이었다. 이스라엘군이 인력난을 거듭 경고해온 터라 갈등은 더 컸다.
법안을 공동 발의한 유대교토라연합(UTJ) 정당 소속 모셰 가프니 의원은 “오늘 이스라엘이 역사적인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법은 토라 학습이 과거의 유산에 그치지 않고 이 땅에서 유대 민족의 현재와 미래를 지탱하는 토대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리쿠드당 소속 율리 에델스타인, 단 일루즈 의원은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두 의원은 그동안 계속 이 법안에 반대해왔으며 최근에는 이 문제로 리쿠드당을 탈당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법안은 원래 초안에서 토라 학습을 병역과 동등한 가치로 명시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리쿠드당의 반발로 이 조항은 최종안에서 삭제됐다. 그럼에도 야권은 병역과의 동일시 조항이 빠졌을 뿐 토라 학습에만 헌법적 지위를 부여한다는 법의 핵심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법무부 부차관보는 위원회 논의에서 이 조항이 삭제됐더라도 법원이 향후 재판에서 이 법을 근거로 폭넓게 해석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DI)도 토라 학습에 헌법적 지위를 부여하면 앞으로 하레디 병역 면제, 예시바 지원금, 핵심 교육과정을 가르치지 않는 교육기관에 대한 지원 등을 정당화하는 법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스라엘 정부투명성운동은 이 법이 병역 면제를 기본법에 못 박아 국민 모두가 병역 의무를 평등하게 나눠야 한다는 원칙을 훼손하려는 목적이라며 대법원에 위헌 소송을 냈다. 이 단체는 법을 뒤집고 병역법이 하레디 남성에게도 공평하게 집행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레디 병역 기피자에 대한 체포를 일시 중단하는 별도 법안도 위원회 논의를 거쳐 본회의 2·3차 독회를 앞두고 있다. 자미르 참모총장은 이 법안이 시행되면 병력 충원이 어려워지고 이스라엘군에 심각한 안보 위험이 생길 것이라며 13일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에게 서한을 보냈다.
야권 대표 야이르 라피드를 비롯한 야당 지도자들은 표결에 앞서 여당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참모총장의 경고를 무시하지 말고 전시에 이스라엘군에 해를 끼치는 법안에 찬성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