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수요일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를 겨냥해 강도 높은 공습을 감행했다. 사우디 유전시설을 겨냥한 드론 공격의 배후로 이들 민병대를 지목한 데 따른 조치다. 같은 날 이란은 요르단 주둔 미군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 지난 주말 교전이 소강 국면에 접어든 이후 처음으로 이 같은 공격을 감행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29일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 고위 당국자 한 명은 로이터통신에 테헤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역내 공동관리를 골자로 한 오만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밝히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성공 가능성이 없는 비현실적 계획”을 추진하도록 오만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도 이 핵심 수로에 대한 통제권을 재차 과시하며, 경고를 무시한 유조선 3척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최근 며칠간 이어진 공방으로 짧았던 교전 소강 국면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주간의 대이란 공습을 전격 중단했고 이란도 이에 호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지난 4월 휴전 이후 최대 규모로 재점화됐던 이번 역내 분쟁이 진정되는 듯했다.
중재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화요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백악관 회담 이후, 이스라엘이 참여하지 않은 지난달 대이란 잠정합의를 재가동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이라크 동부에서 벌어진 이번 미·사우디 공습은 미군이 역내 미군을 겨냥한 이란의 기습 공격을 방공망으로 막아냈다고 발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요르단군은 요르단 왕국을 겨냥한 이란 미사일 5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IRGC는 요르단 주둔 미군을 겨냥해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히며, “미군의 우리 이익에 대한 불법적이고 악의적인 행위가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저항”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방송 IRIB에 발언한 익명의 이란 국방 당국자는 다른 나라에서 사우디를 겨냥해 발사된 발사체와 이란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 당국자는 역내 미국 이익에 대한 공격을 이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중대한 오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앞서 화요일 사우디 국방부가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들이 사우디 동부주 유전시설을 겨냥해 드론을 발사했다고 비난한 데 따른 것이다. 사우디 국방부는 자국 방공망이 이 드론들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후 사우디 국방부와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이 드론 공격을 지휘하는 데 사용해온 이라크 동부의 여러 거점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국방부는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어떤 “공격 행위”에도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라크군에 편입된 친이란 시아파 무장세력 연합체인 인민동원군(PMF)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라크 여러 지역의 PMF 공식 본부를 겨냥해 공격을 가한 결과 최소 20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PMF는 이번 공습을 “위험한 확전이자 이라크 주권 침해, 그리고 공식 안보기구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가장 활발히 활동해온 친이란 무장조직들은 ‘이라크 이슬람저항군’이라는 연대체 아래 뭉쳐 있으며, 이 조직은 올해 초 전쟁 당시 테헤란을 지원하며 이라크 및 역내 미군기지에 대한 수백 건의 공격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이달 초 미국과 이란 간 교전이 재개된 이후로는 별다른 공격 성명을 내지 않고 있다.
워싱턴과 테헤란은 이라크의 양대 주요 우방국이지만, 양측의 오랜 반목으로 이라크는 대리전의 무대가 돼왔고, 역대 이라크 정부들은 두 세력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미국의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올해 워싱턴의 지지 속에 집권한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는 친이란 무장조직들의 무장해제를 관철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일부 유력 계파의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알자이디 총리는 이달 초 미국과 이란을 모두 방문한 바 있다.
이달 들어 호르무즈 해협에서 계속된 이란의 선박 공격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전쟁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이 해협을 통해 운송됐다.
긴장 완화를 위해 오만은 걸프 국가들의 지지를 받는 안을 이란 측에 제시했다. 통항 선박으로부터 자발적 통행료를 걷는 방식으로 해협을 관리하는 방안이다. 걸프 지역 소식통과 서방 외교관 한 명이 화요일 로이터통신에 이같이 전했다.
그러나 이란 고위 당국자는 오만과의 50대 50 공동관리 방식이 이란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테헤란은 오만을 소중한 이웃국가로 여긴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이란과 오만은 호르무즈 해협의 서로 다른 연안을 각각 관할하고 있지만, 이란은 해협을 통한 입항 항로 전체와 출항 항로 일부에 대해 자국이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이 이란 당국자가 수요일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반면 오만의 제안은 이란의 단독 통제를 배제하는 한편, 통항 선박에 대한 모든 통행료를 자발적 방식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걸프 지역 소식통과 서방 외교관은 전했다.
이 방식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가 항행·환경보호·수색구조 활동 재원 마련을 위해 통항 선박에 자발적 기여금을 요청하는 아시아 말라카 해협의 방식과 유사하다.
카타르 외교부는 걸프협력회의(GCC) 외무장관들이 화요일 화상회의를 통해 이번 분쟁의 최근 상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당국자는 화요일 해협을 통항하는 선박에 통행료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재차 반대 입장을 밝히며, 이 해협은 이란의 통제나 제약 없이 자유로워야 할 국제 수로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현재 논의 중인 합의안에는 어떤 통행료나 수수료도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전쟁 초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바 있다. 이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상대로 개시한 것이다.
지난달 미국과 이란 간 합의로 해협이 부분적으로 재개방됐으며, 이란 핵 프로그램을 비롯한 더 큰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향후 협상도 계획됐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참여하지 않은 이 합의는, 이란이 자신들이 인정하지 않는 항로를 이용하던 선박에 사격을 가하면서 지난 7월 초 결렬됐다.
수요일 IRGC는 “위험하고 불법적인 항로”를 이용하며 경고를 무시한 유조선 3척을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포해 강제로 멈춰 세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 같은 IRGC의 주장을 즉각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IRGC 해군은 성명에서 이 전략적 수로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며, “미군의 불법적인 군사 개입”과 역내 선박에 대한 지시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