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협정에 수니 블록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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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왼쪽),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중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오른쪽)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 파키스탄이 서명한 메카 공동방위협정을 계기로 이스라엘과 이란 양쪽을 동시에 견제하는 보수 수니파 이슬람 블록이 처음으로 공식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의 중동 분석가 조너선 스파이어는 15일 기고에서 이같이 진단하고, 이스라엘이 이 블록의 결집 과정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메카 공동방위협정은 지난 7일 사우디의 이슬람 성지 메카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성립됐다. 3국은 공동성명에서 이 합의가 모든 침략 행위에 대한 집단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3국 가운데 어느 한 나라에 대한 무력 공격도 3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했다. 또 3국 간 방위 협력을 전 분야로 확대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스파이어는 이 블록이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무역·경제와 군사 협력 등 기존 양자 관계를 토대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루살렘과 예루살렘을 둘러싼 이슬람권의 권리 주장이 이 그룹을 하나로 묶는 상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상징은 종종 실제 정치적·군사적 형태를 띠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그는 협정 문구가 나토(NATO) 헌장 5조를 연상시키는 공동 군사 보장처럼 들리도록 의도됐다고 분석했다. 나토 5조는 회원국 한 곳에 대한 무력 공격을 동맹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본다는 조항이다.

다만 스파이어는 실제 이행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인도가 파키스탄을 공격했을 때 튀르키예가 참전하거나, 이란 혁명수비대나 그 대리 세력이 사우디를 공격했을 때 파키스탄이 이란과 싸울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후자의 경우가 이미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서명 이후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를 공격했지만 나머지 두 협정 당사국은 아무런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파키스탄의 핵우산이 사우디와 튀르키예로 확대될 것으로 보는 관측도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스파이어는 나토 5조 역시 회원국에 선전포고나 참전 의무를 지우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조항은 무력 사용을 포함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뿐이라는 것이다. 메카 협정은 이보다 더 모호해, 한 나라에 대한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본다는 문구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뜻하는지 밝히지 않았다고 그는 짚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 블록의 등장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은 아니라고 봤다. 핵심은 튀르키예와 파키스탄의 양자 관계이며, 두 나라는 지난 10년간 전략·국방 협력을 꾸준히 넓혀왔다는 것이다.

파키스탄 해군은 2018년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로 튀르키예산 밀겜급 함정 4척을 도입했다. 이는 튀르키예의 단일 방산 수출로는 최대 규모였다. 양국은 드론 개발에서도 협력하고 있으며, 튀르키예는 파키스탄의 F-16 전투기 성능 개량을 지원했다. 현재 튀르키예는 중국에 이어 파키스탄의 4번째 무기 공급국이다.

스파이어는 두 나라가 보수적 수니파 정치이슬람과 경쟁 상대를 향한 강경 노선을 함께 공유한다고 분석했다. 메카 협정은 이런 실질적 유대를 제도화하는 한 축이라는 설명이다.

사우디의 위치는 더 복잡하다고 그는 진단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3년 전 역내 전쟁이 터지기 전까지 아랍에미리트·바레인 지도자들과 함께 옛 동맹과 반목을 넘어 경제·기술 발전을 앞세워 이스라엘에 다가서려는 걸프 지도자군으로 분류됐다.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바레인 등과 관계를 정상화한 2020년 아브라함 협정이 이런 흐름의 결과물이었다.

스파이어는 사우디가 이 노선을 완전히 접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이후 중동에서는 군사적 방위와 종교·문명적 상징에 대한 충성이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환경에서 사우디는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한 전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걸프 국가들을 이란의 공격으로부터 충분히 지켜주지도 못하는 현실을 지켜봤다고 그는 분석했다. 미국이 중동에서 대규모 개입을 줄이려는 기류도 사우디가 놓치지 않았다고 봤다.

그는 이것이 사우디가 파키스탄이나 튀르키예에 자국 방위를 맡겼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사우디가 위험을 분산하면서 미국과 역내 동맹국들에 선택지가 여럿 있다는 신호를 보내려 한다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사우디는 이번 합의 이후에도 이 동맹의 핵심 구성원이라기보다 영입 대상에 가깝다고 그는 평가했다.

스파이어는 튀르키예·파키스탄과 함께 카타르를 이 그룹의 세 번째 핵심 국가로 꼽았다. 메카 협정 서명국에는 빠졌지만 카타르와 시리아 신정권 모두 이 블록의 구성 요소이며, 오히려 사우디보다 자연스러운 구성원이라는 것이다. 그는 메카 협정의 의미가 사우디가 이 축에 최소한 한 발은 걸치려 한다는 점을 보여준 데 있다고 봤다.

이스라엘이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 동맹의 수사가 일제히 강한 반이스라엘 성향을 띤다는 점이라고 그는 짚었다. 크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지난 8일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이슬람권 전체에 위협이라며 통일된 군사 전선을 촉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시오니즘이 자신과 자신의 정당, 동맹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협한다고 말한 바 있다.

스파이어는 이런 발언이 말에 그치지 않는다고 봤다. 튀르키예와 카타르는 이란과 함께 하마스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주요 세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이 이끄는 수니파 이슬람주의 신정권도 이 동맹의 일원이라고 분석했다. 튀르키예와 카타르는 시리아 신정권의 주요 후원국이며, 튀르키예는 수니파 이슬람주의 지휘관들이 통제하는 20만명 규모의 새 시리아군 창설을 지원하고 있다.

스파이어는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11 보도를 인용해, 익명의 한 중동 국가가 다른 중동 국가에 이스라엘과 합의를 맺어 시간을 벌고 힘을 기른 뒤 합의를 깨고 전쟁에 나서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두 나라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조언을 받은 쪽이 시리아, 조언한 쪽이 튀르키예나 카타르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스파이어는 이 블록의 반이스라엘 발언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전략의 한 축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의 전략 담당자들이 이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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