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해상봉쇄로 이란 경제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지만 이란 지도부는 협상 복귀 대신 더 강경한 노선을 택했다고 라즈 짐트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 이란·시아파축 프로그램 국장이 16일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 기고문에서 밝혔다.
짐트 국장은 마수드 닐리 이란 경제학자가 최근 공개한 수치를 근거로 들었다. 2018년부터 2026년까지 이란의 환율은 50배 가까이 뛰었고 물가 수준은 19배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빈곤선 아래로 떨어진 인구는 1600만명 늘었다.
고용 사정도 나빠졌다. 생산가능인구는 500만명 늘었지만 취업자는 40만명 느는 데 그쳤다. 최근 몇 달 사이 공식 물가상승률은 70%를 넘어섰고 제조업 취업자는 약 63만명 줄었다.
그럼에도 이란 지도부가 미국과의 양해각서 복귀를 위해 입장을 누그러뜨릴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양해각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열면 미국이 해상봉쇄를 풀고 제재를 대폭 완화하며 동결된 이란 자산을 해제한다는 내용으로 2026년 6월 체결됐다.
오히려 최근 몇 주 사이 이란의 요구 수위는 높아졌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의 대가로 해상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데서 더 나아가, 동결자산 해제와 제재 완화 등 양해각서상 미국의 약속을 먼저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해협의 향후 운용 방안을 놓고 오만과 벌이는 협상에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이 조건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전선의 휴전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혁명수비대와 가까운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논평에서 팔레스타인 전선 휴전 요구를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규정했다. 적이 새로운 전쟁을 걸어올 때마다 개전 이전보다 더 많은 요구와 더 까다로운 조건에 부딪히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인사에서도 장기전 대비 기류가 드러난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최근 군 수뇌부 인사를 잇달아 단행했다. 앞서 모흐센 레자에이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겸 최고지도자 대리로 임명한 데 이은 조치다. 짐트 국장은 이번 인사가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인 ‘포효하는 사자 작전’의 교훈을 반영한 것이며 세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지휘 체계 정비다. 비상시 무력 운용을 맡아온 하탐 알안비아 사령부가 군 총참모부에 통합됐다. 그동안 전력 증강과 전략 기획, 혁명수비대와 정규군 간 조율은 총참모부가 맡고 비상시 무력 사용은 하탐 알안비아 사령부가 맡아 지휘가 이원화돼 있었다. 짐트 국장은 이번 통합이 중복을 없애고 의사결정을 개선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공세 교리로의 전환이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아마드 바히디 신임 혁명수비대 사령관에게 보낸 임명장에서 최대 억지력에 만족하지 말고 “적을 상대로 한 강력한 공세 작전”에 대비하라고 요구했다.
모하마드 레자 나크디 혁명수비대 사령관 선임보좌관은 상황이 요구할 때면 언제든 전장을 적 영토로 옮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 방어에만 머무는 방어 교리 대신 공세적 군사 교리를 채택해야 한다는 취지다. 에스마일 쿠사리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 위원도 이번 전쟁에서 요르단과 쿠웨이트, 바레인을 겨냥한 이란의 공세 작전이 효과를 입증했다며 공세 교리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셋째는 대내 통제 강화다. 호세인 타에브 전 혁명수비대 정보조직 수장이 바시지 사령관에 임명됐다. 바시지는 혁명수비대 산하 준군사 민병조직으로 시위 진압과 사회 감시를 담당해 왔다. 짐트 국장은 정치·민간 탄압 경험이 풍부한 타에브의 기용이 경제난 악화 속에서 시위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한 포석이라고 봤다.
타에브는 이른바 주민 정보망을 강화하고 신기술 활용을 늘리며 도시 지역과 각 계층으로 바시지 조직 활동을 넓히라는 지시를 받았다. 짐트 국장은 이 조치로 바시지와 정보기관의 협력이 늘어날 수 있다며,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 당시 드러난 정보 실패를 만회하고 공론장 통제력을 높이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짐트 국장은 이란이 협상 복귀나 미국과의 합의 가능성 자체를 닫지는 않았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이란은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갈 뜻이 없으며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역내 미군·아랍 국가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지키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압박이 커질수록 이란 지도부가 더 강경하고 공세적인 노선을 택하고 있다며, 일시적 휴전이 아니라 이란의 억지력을 인정받는 형태로 사태를 매듭짓기 위해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장기전과 확전을 감수할 태세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