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4일 이란 정권을 겨냥한 2차 제재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는 이란과 함께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워싱턴 재무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에 걸쳐 이란의 금융 연결망에 대한 경제적 총공세를 개시한다”며 “목표는 이 폭압적 정권을 지탱하는 모든 경제적 생명줄을 끊어 테헤란을 완전히 고립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이 정권에 대한 경제적 질식”이라고 표현하며 “우리는 모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이란 정권이 붕괴하는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이용해온 디지털자산·기술·금·항공·해운 등 5개 핵심 부문에 대한 제재 방침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을 대신해 자금세탁을 돕는 어떤 기관이든 미국 달러화 결제망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지 6개월가량 지난 시점에 나왔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 28일 이란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등 군사력을 무력화하고 이란 정권 교체 여건을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이란을 공격했으며, 이후 전면전은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평화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이란은 원유·원자재 수송의 핵심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통행 대부분을 막고 있어 국제 에너지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는 이란과 함께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 정상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테헤란과의 관계를 끊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더는 회색 지대에서 활동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구체적으로 어떤 국가가 2차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중국과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꼽힌다. 그는 “미국의 입장에 어떤 모호함도 없어야 한다”며 “이 살인적인 정권과 어떤 형태로든 경제적 관계를 맺는 자는 누구든 미국의 전방위적 힘에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은행들이 이란과 거래할 경우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베선트 장관은 “미국의 제재가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고 답했다. 중국은 수년째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며, 워싱턴은 중국의 이란산 원유 구매를 억제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왔지만 아직 이를 실제로 중개해온 대형 중국 은행들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지는 않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베선트 장관은 앞서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이란을 겨냥한 “경제적 D데이”가 시작됐다고 선언한 바 있다. 즉각적인 조치 대신 유예 기간을 두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왜 내가 세계 금융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싶겠느냐”며 “각국이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할 유예 기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사태가 매우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과 우리가 진지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차 제재는 매우 강력한 수단”이라고 경고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주 이란과의 모든 교역과 상업적 거래, 금융 거래를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베선트 장관은 재무부와 국무부 관계자들이 미국이 압박을 원하는 국가·기관 관계자들과 통화하거나 직접 만나 “정확히 무엇을 기대하는지와 시한”을 통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란 통화 리알화는 이날 비공식 환전 시장에서 달러당 202만 리알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새로 썼다. 이란 중앙은행의 공식 환율은 달러당 약 150만 리알이지만, 대다수 이란 국민이 실제로 적용받는 것은 이 비공식 환율이다. 이란 통화는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공격 이전부터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과 마이너스 성장 속에 압박을 받아왔으며, 6개월 가까이 이어진 전쟁으로 낙폭이 더 커지고 있다.
미국은 수십 년째 이란에 제재를 유지해왔으며, 대부분 이란의 원유 수출과 항공 산업, 암호화폐, 무기 부품 조달, 이란 경제의 지배적 세력인 이슬람혁명수비대 산하 기업 자금줄을 겨냥해왔다. 이 같은 제재는 대상 기업·기관을 달러화 금융망에서 배제하는 방식이지만, 이란은 그동안 신속하게 위장 회사와 선박 등록을 새로 만들어 제재를 우회해왔다.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3%까지 떨어져 취임 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경제적 비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