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레디 징집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대 (위키미디어 커먼즈) |
이스라엘 고등법원이 초정통파 유대교도, 이른바 하레디에 대한 병역의무 집행을 미루고 있는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전쟁 장기화로 군 인력난이 심해진 상황에서 징병 문제를 더 늦출 수 없다는 압박이 커지면서, 하레디 병역 논란이 종교 갈등을 넘어 국가안보 문제로 번지고 있다.
최근 열린 고등법원 심리의 쟁점은 정부가 하레디 징병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있느냐였다. 법원은 이미 2024년 6월, 적법한 면제 근거 없이 예시바 학생의 입대를 계속 피하게 할 권한이 정부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2025년 11월에는 국가가 실질적인 집행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 심리에서도 법적 의무와 현실 집행 사이의 간극이 여전하다는 점이 다시 드러났다.
정부는 법정에서 군 수뇌부의 입장을 근거로 제시하려 했지만 곧바로 논란에 휩싸였다. 요시 푹스 내각서기는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정부가 추진 중인 징병안에 힘을 실은 것처럼 설명했다. 하지만 군은 즉시 자미르 총장이 어떤 징병법안도 지지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군 입장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했지만 오히려 혼선만 키운 셈이다.
자미르 총장이 실제로 내놓은 메시지는 병력난의 심각성에 더 가까웠다. 그는 3월 말 군 내부 붕괴를 우려할 정도의 적신호가 켜졌다고 경고했다. 또 병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전투병과 전투지원 병력 수천 명이 모자라게 돼 군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시 상황에서 상비군과 예비군의 부담이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는 공개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법원도 정부 태도에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노암 솔베르그 대법원 부원장은 징집 수치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하며, 이미 법원 판단이 나온 만큼 이제는 이행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되는 공방이 결국 시간 끌기로 보인다는 취지의 지적도 나왔다. 법원이 정부 대응을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니라 정책 실패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논란은 이스라엘이 2년 넘게 전쟁을 이어가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더 민감해지고 있다. 상비군과 예비군, 가족들까지 반복 동원에 지친 가운데 일부 시민만 국가 생존의 부담을 지고 다른 일부는 정치적 이유로 복무 의무에서 벗어나 있는 구조가 정당하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병역 형평성 논란이 곧 안보의 지속 가능성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레디 징병 갈등은 하루아침에 생긴 문제가 아니다. 여러 정부가 오랜 기간 결정을 미루며 누적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교육과 고용, 시민의무, 군 복무에서 이어진 불균형이 결국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연정 유지를 이유로 징병 문제를 계속 미루면 병력난과 사회적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법원은 이미 판단을 내렸고, 군 수뇌부도 경고를 보냈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가 하레디 징병 문제를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공정성과 국가 책임의 문제로 보고 실제 집행에 나서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