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는 약해지지 않았다” 이-이 전쟁 비참전 배경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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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즈볼라 깃발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즈)

 

지난 6월 벌어진 이스라엘-이란 전면전에서, 이란의 핵심 동맹이자 레바논 기반 무장조직인 헤즈볼라가 전면 개입을 하지 않은 점은 중동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란이 직접 전쟁을 수행하고,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공습하며 헤즈볼라를 타격하는 가운데서도 헤즈볼라는 침묵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북부 안보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민간 연구기관 알마교육연구센터의 탈 베에리 연구부장은 최근 분석에서 “헤즈볼라의 침묵은 약화 때문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밝혔다.

 

레바논 내부 압박? “과장된 진단”

전쟁 초반, 다수 언론은 헤즈볼라가 레바논의 극심한 경제난과 시아파 민심 악화 등 국내 상황을 고려해 참전을 유예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베에리는 이에 대해 “레바논 내 정치·경제적 압박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를 헤즈볼라의 행동 결정 요인으로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헤즈볼라가 여전히 ‘저항 사회’, 즉 이슬람 시아파 지지층으로부터 종교적·경제적 의존 관계를 기반으로 한 강고한 신뢰를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지지층은 공포심에 기반한 ‘포획된 청중(captive audience)’ 구조 속에 있으며, 실질적인 내부 저항도 크지 않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태우면서 반미국, 반이스라엘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즈)

 

“레바논 일반 사회의 압력은 헤즈볼라의 전략에 영향을 주지 못하며, 조직의 진정한 변화는 시아파 내부에서만 비롯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억제 상태? “그건 착시다”

일부 이스라엘 안보 분석가들은 2024년 11월 휴전 이후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타격으로 인해 헤즈볼라가 억제됐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베에리는 이를 “위험한 착각”이라고 일축한다.

 

그는 2024년 11월 20일, 헤즈볼라 기관지 ‘알아크바르’의 편집장 이브라힘 알아민이 쓴 글을 인용한다:

이번 충돌은 이스라엘과의 전쟁 중 또 하나의 전투일 뿐이며, 이스라엘은 반드시 파괴되어야 할 대상이다. 헤즈볼라는 능력을 복구하고 다시 강화될 것이다.”

 

이를 두고 베에리는 “헤즈볼라의 이념은 단절이 아닌 지속이며, 무장 저항은 수단이 아니라 존재 이유”라고 해석한다. 그는 “헤즈볼라 깃발에 새겨진 소총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조직의 무장 투쟁 정체성을 드러내는 선언”이라고 덧붙였다.

 

핵심은 윌라야트 알파키흐의 ‘명령 부재’

베에리는 헤즈볼라가 참전하지 않은 결정적 이유는 종교적 최고 권위자의 명확한 지시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이란은 헤즈볼라에 군사적 참전을 요구했지만, 윗선인 이슬람 율법학자에 의한 신정 지도체제(윌라야트 알파키흐)로부터 명확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이슬람 공화국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헤즈볼라 지도부가 참전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즈)

 

그는 이어 “만약 그 명령이 내려졌다면 헤즈볼라는 주저 없이 참전했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지금 회자되는 ‘레바논 내부 압박론’이나 ‘억제론’은 모두 무력화됐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략적 유예… 조용한 재건의 시간

베에리는 헤즈볼라가 현재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군사 압박 속에서도 군사력 재건과 전략 조정을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잔디 깎기 전략’ 아래서도 일정 수준의 전력 복구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전략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군사력 축적을 억제하기 위해 반복적이고 제한적으로 선제 타격을 가하는 방식이다.

 

그는 “현재 헤즈볼라 각 전투부대는 작전 계획을 수정하고 무기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언제든 이스라엘을 타격할 준비도 돼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참전 여부는 단순히 군사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 지도자의 명령 유무에 따라 결정된다”고 분석했다.

 

헤즈볼라의 결정구조: 전략과 이념

베에리의 분석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핵심은, 헤즈볼라의 결정 구조가 단순히 외부 억제력이나 내부 여론 또는 압박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직의 핵심 판단은 이란 최고지도자와 헤즈볼라 지도부의 명령, 즉 윌라야트 알파키흐 체계에 기반한 종교적 지시에 달려 있다.

 

그러나 종교적 명령도 조건 없는 것이 아니다. 헤즈볼라가 실질적인 전투 능력과 내부 정비를 완료해야만, 그러한 명령 역시 현실화할 수 있다. 즉, 헤즈볼라의 침묵은 종교적 판단과 군사적 계산이 동시에 맞물린 결과이며, 이 조직은 조용히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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