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텔아비브대학교 중동·아프리카연구센터 연구원 하이 에이탄 코헨 야나로차크와 디나 리스니얀스키가 21일 알마 컨퍼런스 패널 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박지형/KRM NEWS |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2024년 12월 8일 붕괴하면서, 이스라엘 북부 안보를 논의하는 전문가들의 시선이 시리아 인접국을 넘어 튀르키예에 집중되고 있다.
튀르키예는 시리아 내 권력 공백을 두고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며, 이스라엘의 새로운 잠재적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스라엘 북부 안보 현안을 연구하는 싱크탱크 ‘알마 연구교육센터’가 21일 주최한 ‘북부 전선 재편’ 컨퍼런스에서는, 오픈소스 정보를 바탕으로 2024년 이란 시아파 축의 급격한 붕괴 이후 시리아 및 주변 지역의 지정학적 변화를 분석했다.
헤즈볼라·아사드 정권 붕괴, 새로운 위협 부상
컨퍼런스에서 중동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에 대해 군사적 성과를 거두고, 시리아에서도 2024년 12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붕괴되면서 기존의 중대한 위협이 제거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더 강력한 외부 세력인 튀르키예가 시리아 내 수니파 세력의 배후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알마 센터의 전략분석가 야아코브 라핀은 “과거 이란이 시리아의 지배적 세력이었다면, 이제는 튀르키예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스라엘 내에 팽배하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시리아 내 영향력 확대…이스라엘과 갈등 심화
텔아비브대학교 중동·아프리카연구센터의 튀르키예 전문가 하이 에이탄 코헨 야나로차크는 “튀르키예가 시리아를 통해 반(反)이스라엘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튀르키예가 지원하는 친튀르키예 시리아 정권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튀르키예는 아사드 붕괴 전부터 시리아 북부와 중부에 군사·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왔으며, 쿠르드 세력을 공격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아사드 정권 붕괴 후 시리아에서는 수니파인 전직 알카에다 사령관 아흐메드 알샤라가 권력을 잡았고,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아사드 군의 중화기가 급진 이슬람 세력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헤르몬산 시리아 거점을 장악하고, 시리아 군사시설에 수십 차례 공습을 감행했다.
이처럼 튀르키예와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전략적 목표를 두고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양국 전투기가 시리아 상공에서 조우해 아제르바이잔의 중재로 군사적 충돌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튀르키예 vs 이란: 이스라엘에게 더 큰 위협은?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으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와 첨단 서방 무기를 갖춘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군사력과 공급망 모두 이란을 압도한다. 그러나 튀르키예가 이스라엘과 직접 충돌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 악화, 서방과의 외교적 고립 등 치명적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도 이란에 대응하던 방식으로 튀르키예를 상대하기는 어렵다고 코헨 야나로차크는 진단했다.
그는 튀르키예가 최근 ‘시리아 이웃국 협력체’(요르단, 레바논, 이라크, 이집트)를 통해 지역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란이 비합법적 무장단체를 동원해 이스라엘을 포위했던 ‘링 오브 파이어(Ring of Fire)’ 전략을 구사했던 것과는 달리, 튀르키예는 합법적 국가 네트워크로 이스라엘에 맞서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이라는 위치와 정상 외교를 활용해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어, 이스라엘군이 기존의 군사적 억제력 전략으로 대응하기가 더욱 까다롭다는 의견을 밝혔다.
튀르키예식 전략 “정장, 넥타이, 합법성”
코헨 야나로차크는 “이것이 튀르키예식 전략이다. 정장과 넥타이, 나토 회원국, 미국과의 동맹을 내세운다. 그리고 실제로 잘 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강인한 인물”로 치켜세운 점을 언급하며, 튀르키예의 외교적 입지가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5월 13일 사우디 아라비아를 방문해 모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과 만남을 가진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위키미디어 커먼즈 |
최근 가자지구 전쟁 이후 튀르키예-이스라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양국은 대사급 외교 관계를 단절했고, 교역과 항공편도 대폭 축소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테러 국가”로 규정하고, 무슬림 국가들의 대이스라엘 연대를 촉구하는 등 강경 노선을 이어가고 있다. 튀르키예 의회는 2024년 이스라엘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공식 지정했고, 외교부는 이스라엘이 중동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2024년 1월 26일 이스탄불 바흐데틴 궁전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커먼즈 |
시리아 권력 공백 속에서 튀르키예가 새로운 지역 패권국으로 부상하면서, 이스라엘 북부 안보 환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튀르키예의 전략적 행보와 이스라엘의 대응이 향후 중동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