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인 중화기를 소지한 헤즈볼라 대원들 (사진=X@ruswar) |
이스라엘군(IDF)이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의 핵심 거점이었던 엘-하이얌을 완전히 파괴하고 장기 주둔 태세를 갖추면서,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의 새로운 안보 독트린이 실체를 드러냈다고 예루살렘포스트가 15일 보도했다.
엘-하이얌은 이스라엘 국경에서 6㎞ 거리에 위치한 레바논 남부의 시아파 마을로, 한때 인구 3만 명에 달하는 소도시였다. 현재는 뒤틀린 철근과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만 남아 있다.
이 마을은 겉으로는 포도밭과 올리브나무가 둘러싼 평범한 농촌이었으나, 실제로는 헤즈볼라의 핵심 군사 거점이었다. 민가 지하에는 무기 창고가, 민간 건물 아래에는 지휘통제소가 들어서 있었다. 현장을 방문한 예루살렘포스트 취재진은 벽에 곰 인형이 걸린 소박한 의류 가게 바닥 아래에서 지하 25m 수직 갱도로 연결된 헤즈볼라 지하 사령부를 목격했다. 사령부 내부에는 통신장비와 무기, 군복이 남아 있었다.
엘-하이얌은 이스라엘이 2000년 레바논에서 철수한 뒤 헤즈볼라가 장악하며 레바논 ‘해방’의 상징으로 삼은 곳이기도 하다. 남부 레바논을 베카 계곡의 헤즈볼라 본거지와 잇는 전략 요충지로, 이스라엘 국경 마을 메툴라와 크파르 유발에 대전차 미사일을 직접 조준할 수 있는 지형적 이점을 갖추고 있었다.
약 30m 간격으로 갱도 입구와 지하 통로, 군사 시설이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가옥들은 모두 견고하게 지어져 있었다. 현장에 있던 한 장교는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와 살상 의지는 어디에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반이 가자의 모래보다 훨씬 단단한 암반으로 이루어진 이 지역에 헤즈볼라가 수년에 걸쳐 방대한 터널망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28일 이란 공습 직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로켓을 발사하자, 이스라엘군은 2024년에 수 주가 걸렸던 진군을 불과 수 시간 만에 완료하며 엘-하이얌을 장악했다.
현재 이 일대는 기바티 여단 사바르(Sabar) 대대가 장악하고 있다. 대대 부지휘관 A. 소령은 “메툴라와 크파르 유발 주민들이 더 이상 대전차 미사일과 직사 공격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필요한 기간 동안 강력한 전진 방어 태세로 이곳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간인이 엘-하이얌에 귀환하는 상황은 상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지점에 사람이 돌아오면 취약성이 생기고 북부 주민에 대한 위협이 재발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메툴라 지역 방위대장 아미르 쇼샤니는 이스라엘군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메툴라에는 주민이, 레바논에는 테러리스트가 있으며, 그 사이에 이스라엘군이 서 있다. 그것이 마땅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취재 도중 드론 경보를 뜻하는 ‘에어 해머’ 코드가 발령됐으며, 이스라엘군 병사가 개인 소총으로 드론을 격추했다. 현장 지휘관들은 드론 위협에 대해 “전술적 도전일 뿐 전략적 위협이 아니다”라고 일관되게 강조했다. A. 소령은 “드론이 작전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망과 방호물 설치 등 저기술 대응을 포함해 적응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엘-하이얌에서 구현하고 있는 것은 억지력만으로 테러 공격을 막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적이 국경 바로 앞에서 공격 능력 자체를 갖추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하는 새로운 안보 독트린이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 독트린이 레바논 남부뿐 아니라 가자 동부와 시리아 남서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