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 구호 ‘가자도 레바논도 아니다’

경제 불만 넘어 체제 반발 확산rn물가 폭등·통화 붕괴 속 전국 110곳 이상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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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진행되는 이란 시민들의 데모 (사진=X@TOLONewsEnglish)     

 

이란 전역에서 확산 중인 반정부 시위에서 “가자도 레바논도 아니다, 나는 이란을 위해 희생한다”는 구호가 다시 등장하며, 이번 시위가 경제 위기를 넘어 이슬람공화국 체제 전반에 대한 반발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시위는 12월 28일 물가 상승과 리알화 폭락, 정부의 경제 실정에 대한 불만을 계기로 시작됐다. 시위와 함께 상인들의 바자르 파업도 이어지며, 불만은 빠르게 전국으로 확산됐다.

 

해당 구호는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2009년 대선 부정 논란으로 촉발된 녹색운동을 시작으로, 2017~2018년 경제 시위와 2019년 연료 가격 인상 항의, 2022년 히잡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 이후 대규모 시위에서도 사용됐다.

 

구호가 겨냥하는 대상은 이란 정권의 대외 정책이다. 이란은 수십 년간 레바논 헤즈볼라와 가자지구 하마스 등을 지원해 왔으며, 시위대는 이러한 해외 개입이 국내 경제난과 직접 연결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산에 따르면 이란은 1980년대 이후 매년 7억~10억달러를 역내 동맹 세력에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대외 개입은 국제 제재와 외교 고립을 심화시켰고, 그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일반 국민에게 집중됐다. 최근 시위에서는 “이슬람공화국 타도”라는 구호도 함께 등장하며, 경제 문제와 정치 체제가 분리될 수 없다는 인식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란 당국은 강경 진압에 나섰지만 시위는 110개 이상의 도시와 마을로 확산됐다. 인권 단체들은 현재까지 1200명 이상이 체포됐고, 수십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1월 3일 강경 대응을 지시했지만 시위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가 단순한 생계 문제를 넘어, 정권이 강조해온 이념적 연대와 해외 분쟁 개입이 국내 고통의 원인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시위대는 빵값과 실업을 외치면서 동시에 국가 자원이 어디에 쓰여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일부에서는 해당 구호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연대를 거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시위 참가자들은 국내가 붕괴된 상황에서 강요된 희생과 이념적 연대는 정당성을 잃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자도 레바논도 아니다”라는 구호가 이란 국민이 정권이 규정한 국가 정체성과 희생의 방향에 더 이상 동의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이번 시위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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