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권을 둘러싸고 수일째 군사 충돌을 이어가며 양국의 휴전 합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28일(현지시간) 해군·항공우주군이 쿠웨이트 알리 알살렘 공군기지와 바레인 포트살만 소재 미 제5함대 사령부 등 미군 주요 시설 8곳을 탄도미사일과 드론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IRGC는 이번 공격을 미군의 이란 영토 타격에 대한 보복이라고 설명했다.
쿠웨이트군은 자국 방공망이 날아오는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바레인 내무부는 공습 경보가 발령됐으며 주민들에게 즉시 가까운 대피소로 이동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충돌의 발단은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란은 25일 싱가포르 선적 화물선 에버러블리호가 오만 해안 인근을 지나 호르무즈해협을 빠져나가던 중 자폭 드론으로 이 선박을 공격했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26일 이란의 미사일·드론 저장시설과 해안 레이더 기지를 타격했다.
IRGC는 이에 맞서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 쿠웨이트 알리 알살렘 공군기지, 아랍에미리트(UAE) 알다프라 공군기지, 바레인 미 제5함대 사령부 등 역내 미군 기지를 표적으로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27일 다시 선박을 표적으로 삼았다. IRGC는 이날 새벽 2백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항행 중이던 파나마 선적 유조선 키쿠호에 자폭 드론을 발사했다. 선교가 손상됐으나 승무원 전원은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이란이 휴전 합의를 준수할 기회를 부여받았음에도 추가 도발을 택했다며 이란 군사 감시 인프라·통신망·방공 기지·드론 저장시설·기뢰 부설 능력 등 10개 표적을 2차 공습했다.
IRGC는 28일 새벽 또다시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쿠웨이트 알리 알살렘 공군기지와 바레인 포트살만 소재 미 제5함대 사령부 등 미군 시설 8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협정을 계속 위반할 경우 이슬람 공화국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란은 휴전 합의에 서명했고 우리는 이를 준수했다”며 “합의 이행 방식에 이견이 있다면 전화를 하면 된다”고 경고했다.
이란도 미국을 향해 강도 높은 반발을 쏟아냈다. IRGC는 성명에서 “휴전 위반은 이슬람마바드 양해각서 제1조에 위배되며 모든 외교 절차를 전면 중단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외무부는 미군의 해안 감시시설 타격이 유엔 헌장 제2조 4항과 휴전 양해각서 제1조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충돌의 핵심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로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이란은 자국이 승인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들에 경고를 발령하고, 걸프 국가들이 미국 주도의 대체 항로 개설을 지원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IRGC는 오만이 제안한 대체 항로가 자국과 협의 없이 마련된 것으로 “수용 불가하며 심각한 안전 위협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군사 작전 공식 대변인 이브라힘 알피카르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어떠한 새로운 도발도, 명목이나 목표 규모에 관계없이, 압도적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슬람마바드 양해각서에 따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교통을 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 외무부는 이란의 쿠웨이트·바레인 공격이 두 걸프 국가의 주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력히 규탄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유엔 안보리 결의 2817호 이행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란 외무장관 압바스 아라그치는 28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역내 모든 국가가 참여하되 역외 국가의 간섭 없는 새로운 안보 프레임워크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교전은 양국이 지난 17일 양해각서에 서명한 이후 처음 발생한 군사 충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