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16일 이란에 대한 공습을 엿새째 이어갔다.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충돌을 계속했으며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전소와 교량을 공격하겠다는 위협을 실행에 옮길 경우 역내 기반시설 전역을 표적으로 삼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교전 재개는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촉발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잠정 합의가 체결된 지 한 달 만에 벌어졌다. 다만 이번 확전 국면에는 이스라엘이 관여하지 않았고 이란도 이스라엘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앞서 자국 남서부 아바즈의 소아암 병원 인근에 대한 미국의 공격에 대응해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탄도미사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매체는 미군의 공습 이후 아바즈의 해당 병원이 대피했다고 전했으며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를 “야만적”이라고 비난했다. 아바즈에 거주하는 34세 교사 하니는 “매우 강력했다”며 “손이 떨린다. 최소 11~12차례의 폭발이 있었다. 귀가 터질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무고한 선원들을 위협하는 이란의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여러 지역의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관영 IRNA통신은 북부 세므난 공항 일부에 발사체가 명중했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전했다. IRNA통신은 이 밖에도 이란 각지에서 폭발이 있었고 테헤란 일부 지역에서는 방공망이 가동됐다고 보도했다. 다른 이란 국영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대로 이란 남부의 교량 두 곳도 타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의 걸프 동맹국들도 대응에 나서 쿠웨이트는 이란의 드론을 요격했다고 밝혔고 바레인에서는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이란 통신사들은 이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케슘섬과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 일대에도 새로운 공습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CENTCOM은 16일 저녁 이란의 군사 능력을 추가로 약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공습을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으며 이란 국영매체도 이날 밤 이란 남부 여러 지역에서 폭발이 있었다고 전해 이를 뒷받침했다.
이란 국영TV는 이란의 유일한 민간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부셰르에서도 두 차례 폭발이 있었다며 “미국의 지속적인 침략”이라고 표현했고 반다르아바스 연안에서도 주체가 특정되지 않은 폭발이 잇따랐다고 전했다. IRNA통신은 아바즈 주변 지역에 대한 “미국의 공격”을 보도했으며 AFP통신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은 이틀 연속 강도 높은 공습음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란군의 한 고위 대변인은 국영TV를 통해 미국의 역내 철수를 촉구하며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채널12 뉴스는 16일 이스라엘이 다음 주 미국과 이란 간 교전이 한층 격화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비춰 미국이 이란의 민간 기반시설까지 공격 대상으로 넓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공습은 주로 이란의 군사시설에 집중돼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밤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오늘 밤도 강하게 타격할 것이고 내일 밤도, 그다음 날 밤도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다음 주가 되면 정말 나빠질 것이다. 다음 주에는 발전소 차례고 교량 차례다. 그들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지 않으면 발전소와 교량을 모두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시설은 마지막까지 아껴두겠지만 결국에는 에너지 시설도 타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널12는 아랍권 외교관 2명을 인용해 카타르가 미국과 이란 협상 재개 및 긴장 완화를 위한 새로운 제안을 워싱턴과 테헤란에 제출했다고도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이 제안을 자국에 비교적 유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제안이 제시된 이후 카타르에 대한 공격도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원유·가스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은 이번 교전의 중심에 있다. 이 해협은 지난 6월 미국과 이란의 합의 이후 잠시 재개방됐으나 이란은 지난주 “미국이 침략을 끝낼 때까지” 다시 봉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도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 조치를 재개했다.
파키스탄 외교부 대변인 타히르 안드라비는 지난달 자국이 중재한 양해각서(MOU)에 따라 양측이 폭력을 끝내고 실무 협상을 재개하도록 계속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측 수석 협상대표는 합의란 “조항이 유효하고 실제로 이행될 때만 의미가 있다”고 경고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약속 위반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그는 항상 외교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여전히 대통령과 협상을 원한다는 뜻을 전해왔고 우리는 그들과 대화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대통령은 그들이 해협에서 선박에 발포하는 것을 대가 없이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군 사령부 대변인도 이날 미국이 위협을 실행에 옮길 경우 “역내 모든 기반시설”이 “초토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군이 요르단 내 기지를 이용해 이란을 공격했으며 이에 맞서 항공우주군이 요르단의 한 기지에 두 차례에 걸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란군은 별도로 드론을 이용해서도 요르단 내 미군 시설을 타격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군은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봉쇄를 뚫으려 한 빈 유조선 한 척에 발포해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이라크에서는 쿠르드군이 미국 주도 연합군이 북부 쿠르드자치지역의 중심도시 에르빌 상공에서 폭발물을 실은 드론 8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AFP통신 기자들은 에르빌의 미국 영사관 인근에서 폭발음을 듣고 연기를 목격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24년 12월부터 이란에 억류돼 있던 미국 시민 데나 카라리(변호인 확인)가 “양호한 상태”로 이란을 떠났다고 밝히며 “이란의 이런 선의의 조치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 사법부는 16일 자국 교도소에서 석방되거나 교환된 미국인 수감자는 없다고 반박했다고 이란 국영매체가 전했다. 이란 사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인물과 일치하는 미국 스파이 혐의자나 그 밖의 미국인 억류자가 석방·교환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파테메 모하제라니 이란 정부 대변인은 지난주 이후 미국의 공습 재개로 이란에서 최소 3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