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이스라엘·이란 전쟁 개전 초기 이스라엘의 공습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던 경험을 이란 언론인 자바드 모구에이와의 90분 넘는 인터뷰에서 상세히 공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슬람공화국 내부의 심각한 보안 실패도 인정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전쟁 발발 당일 아침 당시 최고지도자였던 알리 하메네이의 관저 안에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알리 헤자지 당시 하메네이 비서실장과 함께 협상 관련 보고서를 검토하던 중 갑자기 공격이 발생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폭발 이후의 상황에 대해 잔해로 뒤덮인 통로를 지나 홀에 도착했으며, 천장에서 물이 새는 등 사방이 폐허가 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경호 인력이 즉시 자신을 대피시켰으며, 한 젊은 경호 요원이 평범한 민간 승용차로 외무부까지 자신을 실어 날랐다고 밝혔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스라엘이 이란 고위 지도부의 동선에 대해 놀라울 만큼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는 공격이 벌어진 시점과 정확도를 두고 이제는 이를 단순히 기술적 요인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하며, 이란 당국이 보안기구 내 인적 침투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사전에 마련된 비상절차가 있었다며 특정 암호가 발동되면 취해야 할 조치를 규정한 ‘110호 코드’의 존재를 언급했다. 또한 공습 이후 지도부가 통상적인 집무실을 떠나 외무부 인근 대체 장소를 이용했으나, 결국 터널을 제외하면 안전한 곳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지하시설 이용에도 며칠간 머물러야 하는 제약이 따라 실질적으로 활용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전쟁 기간 추가 전선이 열리는 것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소개했다. 그는 네치르반 바르자니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수반, 바펠 탈라바니 쿠르디스탄애국동맹(PUK) 대표,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 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와 통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알수다니 총리에게 이라크 쿠르드 지역에서 이란을 겨냥한 위협이 조금이라도 발생하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직접 경고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외교적 조치가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며, 쿠르드자치정부와 알수다니 총리 모두 이를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튀르키예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아라그치 장관은 또한 최고지도자의 아들이자 전후 이란 지도부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것으로 널리 알려진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기간 그를 본 적이 없으며, 아마도 극소수의 인원 외에는 아무도 그를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혁명수비대(IRGC)를 직접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아라그치 장관은 전쟁 후반부 결정들에 의문을 제기하는 듯한 발언도 내놓았다. 그는 휴전을 열흘 일찍 시행했더라도 이란의 성과는 그대로 유지됐을 것이라고 평가하며, 알리 라리자니 최고지도자 수석보좌관, 에스마일 카티브 정보부 장관, 모하마드 아사돌라히, 풀라드모바라케 제철단지 등을 언급했다. 이는 이란 최고위 생존 인사 중 한 명이 내놓은 이례적으로 솔직한 비판으로 평가된다.
아라그치 장관은 협상에 대한 총평으로 이란의 전략적 성과가 전쟁 개전 후 첫 2주 안에 이미 달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이슬람공화국은 굴복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킨 것이며, 다시 말해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목표를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