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장관 “호르무즈 재개방 합의 임박”

Share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합의가 이르면 오는 수요일 타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4일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측과 협상 중이며, 오늘이나 내일 중 해협을 다시 열고 이번 분쟁을 보다 정상화된 국면으로 전환하는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현재 수백 척의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가지 못한 채 대기 중이라며, 합의가 성사되면 에너지 가격도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근 며칠 상황이 여전히 다소 불안하기는 하지만, 이미 상당수 선박이 빠져나오고 있다”며 “에너지 가격도 다시 진정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전 세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이 통항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통항의 자유가 보장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미국 뉴욕타임스가 4일 이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은 결이 다르다. 이란과 오만이 조만간 서명할 것으로 알려진 합의안에 따르면, 페르시아만으로 진입하는 선박은 ‘서비스 요금’을 내야 하며 이란과 오만이 수익을 절반씩 나눠 갖는다. 페르시아만 방향으로 향하는 선박은 이란 해안에 가깝고 이란이 통제하는 항로로 다니게 되고, 반대로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가는 선박은 오만 해안 인근 항로를 이용하게 되는 구조다. 뉴욕타임스는 협상 주체가 정확히 누구인지, 미국이 이 합의에 관여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당국자는 이란 측 설명이 “정확하지 않다”며, 미국이 동의하는 항로에는 이란의 승인이나 통행료가 수반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협상에 정통한 이란 고위 소식통은 이란이 해협을 통한 입항 화물에 대해서는 통제권을, 출항 화물에 대해서는 감시권과 필요시 개입할 권한을 원한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것이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략적인 구상”이라며, 출항 항로는 이란과 오만 사이를 지나는 노선이 될 것이고 출항 허가는 오만을 통해 이란에 통보한 뒤 내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테헤란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번 전쟁 전까지 수십년간 국제 자유항행 수역으로 운영돼 왔으나, 이번 전쟁 종식 협상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로 떠올랐다. 휴전이 결렬된 이후 이란은 전쟁 초기 처음 취했던 봉쇄 조치를 재개해 통항 선박을 저지하고 상선에 발포해 왔다.

4일에는 오만 인근 해협에서 화물선 한 척이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됐다고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가 밝혔다. UKMTO는 구체적인 피해나 인명 피해 규모는 밝히지 않은 채, 해당 선박이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맞았다고 신고했으며 당국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사고는 오만 알카사브에서 북동쪽으로 37킬로미터 떨어진 해상에서 발생했다. 영국 해상보안업체 앰브레이는 해당 선박이 피해를 입었다고 확인했으나 구체적인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 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마제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교부 대변인은 4일 “모든 당사자와 함께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며,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카타르 측은 이 같은 노력의 초점이 긴장 완화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4일 이란이 분쟁 확대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 국영매체를 통해 “우리는 국경을 방어할 뿐, 전쟁 확대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이란과의 대화가 재개됐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가하겠다고 위협했던 대규모 공습 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힌 다음 날 나온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등 걸프 우방국들의 요청에 따라 공습을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란이 인정하든 안 하든, 우리는 실제로 대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에스마일 바그하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일 미국과는 어떤 협상도 진행하고 있지 않으며, 테헤란의 대화 상대는 오만뿐이고 그 내용도 호르무즈 관련 메커니즘에 국한된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먼저 대화를 요청해 놓고 이를 부인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 지도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이중적”이라며 “그들은 회담을 요청하고, 심지어 ‘애걸’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대화가 시작돼 앞으로 추가 일정까지 잡혀 있는 상황에서도 공개적으로, 그것도 당당하게 아무 논의도 없다느니, ‘오만’하고만 접촉하고 있다느니 하고 있다”고 썼다.

한편 미국이 이번 전쟁 기간 정밀유도 장거리미사일 재고 대부분을 소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확전을 선택하더라도 실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이 관련 자료에 정통한 3명을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미군은 지상발사형 정밀유도무기인 육군전술미사일체계(ATACMS)와 정밀타격미사일(PrSM)을 ‘사실상 전부’ 소진한 상태다. 이 미사일들은 원거리에서 정확한 타격이 가능해 미군 전력의 핵심 자산으로 꼽혀 왔으며, 특히 ATACMS는 우크라이나전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 내 표적을 공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PrSM은 ATACMS의 뒤를 잇는 신형 무기체계다. 소식통들은 정확한 잔여 수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중동 주둔 미군을 총괄하는 미국 중부사령부가 전쟁 개시 전 보유했던 지상발사 미사일을 거의 소진했지만, 세계 각지의 미군 비축분에서 재보급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고 관련 질의에 대해 백악관을 통해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훨씬 많은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다”는 입장을 냈다. 그는 “우리 방산업체들은 사상 최대 규모로 무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공장과 설비도 유례없는 수준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션 파넬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이며, 대통령이 원하는 시점과 장소에서 작전을 수행할 모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2월부터 7월 사이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의 약 65%가 소진됐고, 사드(THAAD) 요격미사일 재고도 전쟁 개시 시점보다 최소 38% 줄었다고 추산했다. 패트리엇과 사드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탐지·요격하는 방어체계로, 미군 자산 중 가장 효과적인 무기체계로 꼽힌다.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 등 관련 방산업체들은 이와 관련한 질의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미군 지휘부는 수주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트리엇 등 방어무기 재고가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의회에는 이란을 상대로 한 무력 사용과 관련해 선전포고나 무력사용권 승인 요청이 아직 제출되지 않은 상태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군사행동 권한을 둘러싼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