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여는 미국·오만과의 잠정 합의안에 대해 최고국가안보회의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가 7일 보도했다. 협상 중재국 외교관을 인용한 이 매체는 승인이 조만간 내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도 같은 날 취재진에게 보낸 성명에서 “조만간 타결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토요일) 이란 에너지 시설에 대한 대규모 군사 타격을 취소하면서부터 합의가 임박했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이 관계자는 “선박 운항을 제약 없이 복원하는 합의가 발표되면 미국은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를 해제할 것”이라며 “미국의 조치는 앞으로도 이란의 이행 여부에 따른 성과 기반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잇는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로, 이란은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곳의 선박 통행을 막아왔다. 이번 협상은 이 봉쇄를 풀기 위한 것이다.
앞서 미국 매체 MS나우(옛 MSNBC)는 이란과 오만이 이 요충 수로를 공동 관리하는 기본 합의가 도출됐다고 보도했다. 이 합의에 따르면 선박에는 통행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다만 미국이 이 합의를 지지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의 한 익명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이란이 통제하는 진입 항로와 오만이 통제하는 퇴출 항로가 각각 새로 설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합의가 최종 승인되면 미국과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가 공식 발표 과정에 참여하게 되지만, 구체적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MS나우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계자는 워싱턴이 이 합의를 지지하는 조건으로 통행료가 없어야 하고 승인·허가 등 어떤 형태의 ‘제약’도 없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다만 이번 합의안에 이 조건이 실제로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도 이 합의를 지지했다고 익명의 걸프 지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MS나우가 전했다. 이번 합의는 60일간 미국과 이란이 장기적 해법과 종전 방안을 논의하는 구조로, 지난 6월 체결됐다가 무산된 양해각서(MOU)와 유사한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이란 에너지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취소하며 중동 중재국들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합의가 임박했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그는 지난 3일 화요일 합의 서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고, 4일에는 수요일이나 목요일 서명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실제 타결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목요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에게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 나도 협상에 관여하고 있다. 곧 (타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를 유지해왔다.
이란 측 대미 협상 수석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대규모 공격을 거듭 경고했다가 취소하고 협상 진전을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겨냥해 “‘대규모 공격이 온다… 잠깐, 아니다, 협상을 원한다’는 식의 연출된 외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겁박과 파기된 약속, 가짜뉴스를 지렛대로 쓰는 건 실패한 전략”이라며 “사실을 인정하고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란은 지난 5일 수요일 최근 며칠간 미국과 별도 협상은 없었다면서도, 워싱턴과의 휴전을 회복시킬 수 있는 오만과의 호르무즈 관련 합의를 마무리하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협상 내용을 보고받은 관계자들은 이번 합의를 해협을 둘러싼 분쟁의 임시 해법으로 규정하면서도, 이를 계기로 미국과 이란이 테헤란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협상을 재개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란 국영매체 프레스TV는 7일 이란 의회 상임위원회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에 통행료를 부과하고 미국·이스라엘 및 그 밖의 ‘적대적’ 선박의 통과를 금지하는 예비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가 인용한 알리레자 살리미 의원에 따르면, 법안은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이란의 역내 우방을 겨냥한 ‘적대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판단되는 선박이나 화물에도 제한을 가하도록 하고 있다. 그는 “군함이나 군용 선박, 첩보·정탐 등 이란의 국가안보에 반하는 행위에 연루된 선박의 출입도 금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법안은 이 같은 제한 규정을 위반할 경우 선박 화물 가치의 최대 20%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살리미 의원은 법안이 아직 전문가 검토 단계에 있으며, 의회가 최종안 확정에 앞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이란 반체제 성향 매체 이란와이어는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친이자 전임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후 단 한 번도 각료들을 만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측근 두 명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이 “그가 극도로 위중한 상태이며 언제라도 사망할 수 있다는 소문이 정권 최상층부에 널리 퍼져 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 중 한 명은 “그의 순교 소식을 곧 듣게 되더라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보도는 외부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최고지도자 취임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으며, 육성 연설이 방송된 적도 없이 국영매체를 통한 서면 성명만 전달돼 왔다. 그는 부친이 사망한 공습 당시 부상을 입고 신체 일부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이후 은신 상태에서 소수의 중개인을 통해서만 정권 핵심 인사들과 더디게 소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지난 5일 수요일 국영TV 인터뷰에서 하메네이와의 소통이 현재 “매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