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예멘 후티 반군 몰아낼 지상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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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준비중인 사우디 공군 조종사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후티 반군이 장악한 홍해 연안을 되찾기 위한 예멘 정부군의 지상 작전을 지원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가 13일 보도했다. 작전이 실제로 이뤄지면 사우디가 지난 7개월간 서로 반목해온 예멘 민병대들을 하나로 묶어 만든 병력이 처음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후티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세력으로, 2014년 예멘 수도 사나와 북부를 장악한 뒤 지금까지 이 지역을 통치하고 있다. 현재는 사우디와 마주 보는 홍해 연안 전체를 손에 쥐고 있고, 보유 무기는 사우디 영토 안까지 닿는다. 후티는 9일 사우디 남부 지잔의 아람코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 해안을 따라 북쪽에 있는 사우디 수출 터미널 얀부에서는 하루 약 400만배럴의 원유가 실려 나간다.

11일 홍해 남쪽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는 상선 티하마호가 탄도미사일에 맞아 승선원 4명이 숨졌다. 지난 2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전쟁이 시작된 이후 후티의 공격으로 선원이 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상자 집계는 기관마다 엇갈린다. 예멘 교통부는 미사일 3발이 연달아 티하마호에 명중했고 사망자는 파키스탄인 3명과 인도네시아인 1명이라고 밝혔다. 예멘 해안경비대는 사망 6명·부상 10명으로 집계하면서, 부상자 중에는 후티가 함께 겨냥한 예멘 구조대원 2명이 포함됐다고 했다. 사우디 일간지 알와탄은 사망자를 3명으로 보도했다. 피격 사실을 처음 전한 곳은 예멘 정부군 지휘관 타레크 살레가 소유한 예멘 매체 알줌후리야다.

후티는 몇 시간 동안 공격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후티가 운영하는 매체 알마시라는 예멘군 명의의 성명을 전하며 사우디 군사 장비를 실은 선박을 상대로 작전을 폈다고 발표했으나 선박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영국 해상보안업체 앰브리는 티하마호가 사우디 소유도, 사우디 운항 선박도 아니며 8일 모카항을 떠났다고 밝혔다. 후티를 안사룰라로 부르는 이란 매체들은 그날 오전과 정오에 각각 1척씩 모두 2척의 상선이 피격됐다고 전했다.

후티는 예멘 정부군이 장악한 홍해 항구 모카에도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일곱 차례 퍼부었고 가장 최근 공격은 9일 있었다고 와다 알두바이시 예멘 서부해안 합동군 대변인이 밝혔다. 예멘 보건부는 이 공격으로 민간인 7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으며 부상자 중 2명은 어린이라고 밝혔고, 알와탄은 사망 8명·부상 26명으로 전했다. 앞서 후티가 모카항 안의 연료 수송선을 노렸을 때는 인근에 있던 어민 1명이 숨졌다. 북쪽 알코카에도 미사일이 떨어졌다.

야히야 사리 후티 군 대변인은 5일 얀부 앞바다에서 사우디 유조선 와파호를 탄도미사일로 타격했고 같은 날 아덴만에서 또 다른 사우디 유조선 데이지호도 공격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는 두 건 모두 확인해주지 않았다.

모카는 합동군의 근거지라고 나드와 알다우사리 미국 중동연구소(MEI) 예멘 분쟁 분석가는 설명했다. 알다우사리 분석가는 후티가 지상 작전에 투입될 합동군을 미리 약화시키는 동시에, 확전의 속도와 수위를 자신들이 정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모하메드 쿠바티 전 예멘 관광정보부 장관은 후티가 정부군을 결정적으로 무력화하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쿠바티 전 장관은 “우리가 말하는 것은 수천 명 규모의 부대들”이라며 “더 중요한 문제는 그 부대들이 함께 움직일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예멘 남부 정치조직인 남부시민민주연합의 의장 대행을 맡고 있다.

쿠바티 전 장관은 후티가 예멘 정부의 군 개편이 끝나기 전에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의 공격을 후티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증거로만 읽어서는 안 된다”며 “선제적 폭력은 상대가 주도권을 되찾기 전에 그 전력을 흔들려는 시도로, 오히려 전략적 불안을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내륙에서는 마리브를 놓고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마리브는 예멘 정부의 거점이자 원유·가스 생산의 중심지다. 6일 마리브와 인근 하드라마우트에서 벌어진 후티의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집계에 따라 17~58명으로 편차가 크다. 예멘군 관계자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최소 35명의 정부군 병사가 숨졌다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예멘 정부는 남부 항구도시 아덴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정부는 사우디의 지원을 받아 10년간 후티와 싸웠지만, 같은 기간 내부 분열도 계속됐다. 정부군은 사실상 서로 다른 민병대의 집합체로, 일부는 사우디가, 일부는 아랍에미리트(UAE)가 키운 부대다. 이들을 하나의 군대로 묶는 것이 사우디가 1월부터 매달려온 과제다.

두 후원국이 등을 돌린 시점도 1월이다. 지난해 12월 말 사우디 주도 연합군 항공기가 사우디의 허가 없이 예멘 동부의 아랍에미리트 연계 기지로 들어온 무기 수송분을 폭격했다고 투르키 알말키 연합군 대변인이 밝혔다. 사우디는 아랍에미리트가 남부 분리주의 세력을 사우디 국경 지역 작전에 밀어 넣었다고 비난했고, 라샤드 알알리미 예멘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군에 24시간 안에 떠나라고 통보했다.

남부 분리주의 조직인 남부과도위원회(STC)가 남부 전역을 장악하려던 시도는 사우디의 공습으로 저지됐다. STC 지도자는 반역 혐의로 기소돼 1월 15일 예멘 대통령위원회에서 축출됐고 지도부 상당수는 망명했거나 사우디 리야드에 구금돼 있다. 아부다비는 여전히 이 조직을 지원하고 있어 두 후원국의 노선 차이는 그대로라고 알다우사리 분석가는 말했다.

남부 부대들을 예멘 국방부·내무부 산하로 편입하는 작업은 현재 팔라 알샤흐라니 사우디군 소장이 감독하고 있다. 그는 사우디가 창설한 국가방패군과 긴급대응군도 함께 관할하는데, 이 두 부대는 이달 후티의 공격을 받았다.

쿠바티 전 장관은 지휘 계통이 갈라져 있던 탓에 예멘 정부가 오랫동안 병력을 통합 운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육군과 공군 사령관이 새로 임명됐고 최근 6개월 사이 통합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홍해 항로를 지키겠다며 7월 30일 14개국이 참여하는 해상 연합체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와 오만은 참여하지 않았고, 사우디가 8월 7일 메카에서 튀르키예·파키스탄과 맺은 상호방위조약에 서명한 걸프 국가도 없다. 사우디 국방부는 이 연합체가 순수하게 방어적 성격이라고 밝혔다.

후티는 이를 사우디의 범죄를 감싸기 위한 동맹이라고 비난하면서,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물리고 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앞서 국제 통신사 로이터는 7월 말 후티가 중국 선박은 면제하는 방식의 통행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리 대변인은 “피격된 선박을 두고 우는소리를 할 게 아니라 예멘 국민에 대한 봉쇄와 부당한 침략을 멈추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페르시아만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실어 내기 위해 국토를 동서로 가로질러 얀부까지 잇는 동서송유관(페트로라인)을 건설했다. 그러나 얀부를 떠나 아시아로 향하는 유조선은 결국 홍해를 종단해 후티 앞을 지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빠져나가야 한다. 쿠바티 전 장관은 후티의 공격이 이 우회로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보험료와 운임을 끌어올린다고 말했다.

중국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통로를 확보했다. 중국은 7월 봉쇄 이후 후티와 직접 대화를 열었고, 지금은 자국 유조선을 한 척씩 개별적으로 통과시키면서 그 내용을 이란에도 알리고 있다고 중국 무역 매체들과 사정을 아는 역내 당국자들이 전했다. 중국은 제재 대상인 이란산 원유의 대부분을 사들이고 있고, 그 대금은 후티를 지탱하는 자금이 된다. 이후 중국으로 향하는 사우디 유조선 최소 4척이 해협을 통과했다.

인도는 이 해협에 걸린 이해관계가 특히 크다. 사우디는 6월 기준 인도의 3위 원유 공급국인데,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상황에서 이 원유는 송유관으로 사우디 영토를 가로지른 뒤 바브엘만데브 해협으로 빠져나온다. 지난달에는 인도와 중국으로 향하던 사우디 유조선 2척이 뱃머리를 돌렸다.

더 큰 문제는 비료다. 인도가 수입하는 인산이암모늄(DAP)의 42%가 사우디산으로, 지난해 연 310만t 규모의 공급 계약이 체결됐다. 요소 비료도 약 70%를 걸프 지역에서 들여온다. 인도는 세계 DAP 교역량의 3분의 1가량을 사들이며 쌀과 밀을 이 비료로 키운다. 물량이 늦어지거나 값이 오르면 10월 파종기를 직격하고, 그 여파는 식료품 가격으로 번진다.

하르시 판트 인도 옵서버리서치재단 외교정책연구 부회장은 “후티는 드론과 정밀유도미사일, 소형 해상 플랫폼을 조합한 비교적 제한된 군사력만으로도 세계 경제에 막대한 비용을 물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쿠바티 전 장관은 후티가 민간 공무원 상당수의 임금을 체불하면서도 군사비 지출은 지켜왔다고 말했다. 후티는 예멘 인구 대부분이 사는 지역에서 세금과 관세, 각종 수수료를 걷는다. 2018년 유엔(UN) 중재로 맺은 합의에 따라 후티가 장악한 호데이다항의 수입은 이 임금을 지급하는 데 쓰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후티가 항구를 가져가기 전까지 약 500억 예멘리알, 후티 지역 환율로 약 9000만달러가 지급되지 않은 채 쌓여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8일 미국이 태도를 바꾸기 전까지 호르무즈 해협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내건 조건은 △레바논·이라크·예멘·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란과 그 동맹 세력을 겨냥한 작전 중단 △해상봉쇄 해제 △제재 완화다.

쿠바티 전 장관은 최근 후티의 의사 결정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특히 역내 대결 구도와 해상 요충지에 걸린 사안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는 “테헤란이 반드시 운전대를 잡고 있다고까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영향력은 대단히 크다”고 말했다.

예멘 정보 소식통들은 후티 지도부가 수도를 포함해 자신들이 장악한 3개 도시의 호텔들을 임시 지휘소로 바꿨고, 이란 혁명수비대 장교들이 상황실을 운영하며 확전과 후티의 언론 대응을 함께 지휘하고 있다고 알와탄에 밝혔다. 쿠바티 전 장관은 이란과 혁명수비대 관련 인력이 후티 지역에서 수년간 활동해왔다고 확인하면서도 개인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사우디는 3년가량 후티를 봉쇄하면서도 전면전 재개는 피하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쿠바티 전 장관은 앞으로의 상황이 리야드의 결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에 대비하는 것과 실제로 공격을 결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사우디가 이미 결심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고 했다.

쿠바티 전 장관은 “공중과 해상 전력은 상대의 능력을 깎고 당장의 위협을 억누를 수는 있지만, 그 위협을 만들어내는 영토적 조건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작전이든 미국이 아니라 예멘인이 직접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전략으로 △예멘군의 지상 주권 회복 △역내 파트너의 전략적 지원 △국제사회의 해상 안보 확보라는 세 겹의 억지력을 제시하며 “셋 중 어느 하나도 단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목표는 군사 행동 자체가 아니라 진지한 정치 협상이 불가피해지도록 힘의 균형을 바꾸는 데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쿠바티 전 장관은 “전략적 요충지를 장악한 비국가 무장 세력이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국제 교역에 계속 강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후티가 입증하는 상황이 가장 위험하다”며 “그 파장은 예멘을 훨씬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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