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가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민 전체가 아니라 폭력에 가담한 극소수가 문제라고 밝혔다. 허커비 대사는 13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최근 팔레스타인 마을에서 벌어진 이스라엘인들의 주택 점거 시도를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허커비 대사는 “유대·사마리아의 문제는 정착민이 아니라 정착을 어지럽히는 자들(‘unsettlers’)”이라며 “팔레스타인 가정과 이스라엘 양쪽에 큰 피해를 주는 극소수”라고 했다. 유대·사마리아는 이스라엘이 서안지구를 부르는 명칭이다.
논란이 된 사건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마을 쿠스라에서 일어났다. 이스라엘인 여러 명이 현지 주민의 집을 점거하려 했고, 집 안에 있던 가족이 퇴거를 거부하면서 대치가 장시간 이어졌다. 이스라엘 보안군이 출동해 이들을 끌어냈지만 이들은 이후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까지 막았다고 이스라엘 매체 이스라엘내셔널뉴스가 13일 보도했다.
이스라엘군과 국경경찰, 민정청 인력은 사흘 전쯤 쿠스라 인근에 들어선 전초기지 철거에 나섰다. 전초기지는 정부 인가 없이 서안지구에 세워진 소규모 정착 시설을 말한다. 이번 전초기지는 기존 텔탈피오트 전초기지를 확장하는 형태로 세워졌다. 팔레스타인 측은 이 시설이 주민들의 주택 접근로를 막아 일상생활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철거 과정에서 정착촌의 강경 성향 청년 활동가 집단인 이른바 힐탑 유스가 몰려와 큰 돌로 진입로를 막고 보안군의 작업을 지연시키려 했다. 아비 블루트 이스라엘군 중부사령관이 현장에서 작전을 지켜보다 한 시간쯤 뒤 자리를 떴다. 보안군은 충돌 없이 현장을 정리하고 인원을 소개했다.
허커비 대사는 이스라엘 간츠 비냐민 지역의회 의장 겸 예샤위원회 위원장을 거론하며 “진짜 정착민들은 소수의 행동을 규탄한다”고 했다. 예샤위원회는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지방자치단체들이 모인 연합 기구다.
간츠 의장은 이번 사건이 “우리의 가치나 행동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규탄했다. 그는 “불법 주택이나 토지 장악 시도가 걸린 문제라 해도 개인이 남의 뒷마당에 전초기지를 세우며 직접 나설 자리는 없다”며 “무관한 민간인이나 보안군을 향한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간츠 의장은 이어 “일부가 이번 사건을 유대인 공동체를 겨냥한 캠페인에 이용하고 있다”면서도 “쿠스라에서 벌어진 일은 잘못됐고 우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냐민을 비롯한 서안지구 정착촌을 앞으로도 질서 있는 절차에 따라 책임 있게 이끌겠다고 밝혔다.
간츠 의장은 동시에 이스라엘 정부에 오슬로 협정 폐기와 서안지구 빈 지역에 대한 합법적 정착촌 허용을 요구했다. 오슬로 협정은 1990년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측이 맺은 잠정 자치 합의로, 서안지구를 A·B·C 지구로 나눠 행정권과 치안권을 배분한 틀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사건을 두고 “불법적이고 비열하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군사통제구역 지정 이후 힐탑 유스 활동가 여러 명이 구급차를 이용해 현장에 들어오려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구급차가 검문소에 도착했을 때 그 안에 지역으로 들어가려는 이스라엘 시민들이 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관련자들을 보안 당국과 협의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역이나 예비역 군인이 가담한 것으로 확인되면 징계 절차에 넘기겠다고도 했다.
보안군은 13일 밤 쿠스라와 인근 잘루드 외곽 B지구에서 불법 전초기지 두 곳을 추가로 철거하고 장비를 압수했다. 이스라엘인 1명이 붙잡혔다. B지구는 오슬로 협정에 따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행정을, 이스라엘이 치안을 맡는 구역이다. 이스라엘군 제51대대 병력도 이 지역에 투입돼 방어 임무와 순찰을 맡기로 했다.
최근 몇 주 사이 쿠스라와 잘루드 일대에서는 이스라엘 시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 주택과 마을에 들어가 점거를 시도한 사례가 여러 차례 보고됐다.
허커비 대사는 앞서 이 사건을 두고 팔레스타인 주민 이합 하산과 공개 설전을 벌였다. 하산은 이스라엘 정착민 테러범들이 쿠스라에서 미국 시민권자의 집을 에워쌌는데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허커비 대사는 이에 “또 하나의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예루살렘 주재 미국대사관이 깊이 관여했으며, 미국의 요청으로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가담자들을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이 직접 개입하지 않은 것은 워싱턴이 이미 상황을 보고받고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허커비 대사는 이들의 행위를 “위협하고 괴롭히려는 끔찍한 테러 행위”로 규정하며 “이런 폭력배식 행동에는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미국 대사나 미국대사관이 신경 쓰지 않았다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허커비 대사는 이후 보안군이 전초기지를 철거하는 영상을 함께 올리며, 이스라엘과 미국대사관 모두 팔레스타인 주택 소유자와 미국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인 증거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