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시리아 내 비밀 핵시설에 보관돼온 핵물질을 조만간 반출할 예정이라고,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7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시리아·이스라엘 양측과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성사됐다.
트럼프 행정부와 IAEA는 이스라엘·시리아, 나아가 튀르키예까지 얽힐 수 있는 확전 위기를 막기 위해 이번 외교적 합의를 물밑에서 추진해왔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번 사례가 시리아 신정부와의 밀접한 관계를 활용해 위기를 해소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시리아 접근법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수개월에 걸친 위협과 외교전은 그동안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돼 알려지지 않았다.
문제의 시설은 이스라엘이 2007년 폭격한 알키바르 비밀 원자로와 연관이 있다. 바샤르 아사드 정권이 은밀히 추진하던 핵 프로그램의 핵심 시설이었던 알키바르 원자로는 당시 폭격으로 사실상 무력화됐지만, 관련 연구·개발·저장 시설 일부는 파괴되지 않은 채 대부분 가동이 중단된 상태로 남아 있었다.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IAEA는 시리아 신정부와 협정을 맺고 사찰단이 알키바르 원자로 부지를 비롯한 옛 핵 관련 시설들을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2년간 특히 주시해온 곳은 ‘사이트99’로 불리는 시설이다. 이스라엘 당국자 2명에 따르면 아사드 정권은 알키바르 원자로 프로젝트와 관련된 핵물질을 이곳에 보관해왔다. 미국 당국자는 이 물질에 우라늄 원석을 가공해 만든 분말인 옐로케이크가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옐로케이크는 이후 추가 가공과 농축 과정을 거쳐 핵연료로 쓰일 수 있는 물질이다. 아사드 정권은 이와 함께 알키바르 시설에서 나온 각종 잔여물도 사이트99에 함께 보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당국자는 이 물질 자체로는 핵무기를 만들 수 없지만, 재래식 폭발물에 방사성 물질을 섞어 오염을 일으키는 이른바 ‘더러운 폭탄’ 제작에는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아사드 정권 붕괴 직후 시설 접근을 막기 위해 사이트99의 입구들을 폭격했다.
이후 1년 넘게 이스라엘과 미국은 사이트99 처리 방안을 놓고 협의를 이어왔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이스라엘 총리실 산하 국가안보위원회 고위 당국자들이 이 사안을 긴밀히 다뤘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행정부에 핵물질이 시설에 남아 있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고, 물질이 제거되지 않거나 시리아가 접근을 시도하는 정황이 포착될 경우 시설을 다시 폭격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당국자는 이스라엘이 실제로 폭격 직전 단계까지 간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결국 미국과 이스라엘은 시리아 정부의 ‘동의’를 얻어 물질을 반출하는 방식이 최선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고 미국 당국자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 문제를 다마스쿠스 측에 제기하자, 시리아 당국자들은 해당 시설에 핵물질이 보관돼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미국과 이스라엘, 시리아를 통틀어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워싱턴이 아사드 이후 시리아 정부와 생산적인 관계를 구축해왔다며 “시리아 측과 일할 때 보면 이들은 좋은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몇 주 전에는 사이트99를 감시하던 이스라엘 측이 주변에서 이상 움직임을 포착하면서, 시리아 신정부가 기존 합의를 어기고 핵물질에 접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튀르키예가 시리아 정부의 시설 접근을 돕고 있을 가능성도 우려했다. 한 미국 당국자는 “이스라엘은 상황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늘 이것저것 확인하는데,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행동에 나서지 말 것을 요청하는 한편 IAEA를 중재자로 끌어들였다. 그 결과 3주 전 IAEA와 시리아 정부 사이에 사이트99의 핵물질을 반출하기로 하는 협정이 체결됐다. 백악관과 IAEA, 이스라엘 총리실은 모두 이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미국 당국자들은 사이트99 관련 작업이 현재도 진행 중이며 핵물질은 아직 반출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모두가 이번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고 본다”며 “조만간 반출 작업을 시작해 연내에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