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니 다논 이스라엘 유엔대사가 2025년 9월 12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문제’ 제2차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로이 펠리페 / UN |
유엔총회가 1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과 두 국가 해법 이행을 명시한 ‘팔레스타인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뉴욕 선언(New York Declaration on the Peaceful Settlement of the Question of Palestine)’을 압도적 표차로 채택했다. 이번 선언에는 하마스를 더 이상 가자지구를 통치할 수 없는 테러단체로 인정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새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총회 표결 결과는 찬성 142표, 반대 10표, 기권 12표였다. 반대표를 던진 국가는 이스라엘과 미국 외에 아르헨티나, 헝가리, 미크로네시아, 나우루, 팔라우, 파푸아뉴기니, 파라과이, 통가였다.
![]() ▲ 유엔총회가 2025년 9월 12일 ‘팔레스타인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두 국가 해법 이행을 위한 뉴욕 선언’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 유엔 |
이스라엘 “일방적 선언, 평화 약화시킬 뿐”
대니 다논 유엔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표결 직후 “이번 일방적인 선언은 평화로 가는 길로 기억되지 않을 것”이라며 “총회의 신뢰성을 약화시키는 공허한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것은 외교가 아니라 연극”이라며, 협상장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할 사안을 ‘뒷문으로 강행하려는 시도’라고 총회를 강하게 비난했다.
다논 대사는 특히 이번 선언의 최대 수혜자가 하마스라고 지적했다. 그는 “테러리스트들이 환호하고 있다면, 그것은 평화를 진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테러를 고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마스는 이번 선언을 환영하며, 최근 유럽 각국의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움직임을 자신들의 공격으로 얻은 ‘성과’라고 주장해왔다.
뉴욕 선언 주요 내용…하마스 배제·팔레스타인 국가 권한 규정
이번 선언은 지난 7월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국제회의에서 처음 공개됐다. 선언에는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절차와 두 국가 해법의 구체적 이행 방안이 담겼다.
선언문은 아랍연맹과 회원국들이 처음으로 하마스를 ‘테러 단체’로 규탄하고, 가자지구 통치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다. 동시에 이스라엘의 가자 민간인 공격과 기반시설 파괴를 “참혹한 인도적 재앙과 보호 위기”를 초래한 행위로 규정해 비판했다.
선언은 전쟁의 즉각적인 종식을 요구하며, 하마스가 무장을 해제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권한을 이양해 새로운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사우디를 비롯해 브라질, 캐나다, 이집트, 인도네시아, 아일랜드, 이탈리아, 일본, 요르단, 멕시코, 노르웨이, 카타르, 세네갈, 스페인, 터키, 영국, 유럽연합(EU), 아랍연맹 등 17개국 및 기구가 공동 서명했다.
아바스 “비무장 팔레스타인 국가” 약속…그러나 신뢰성 논란
마흐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 6월 9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는 비무장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의 오랜 요구 조건이기도 하다.
또한 선언은 아바스가 향후 1년 이내에 민주적이고 투명한 총선과 대선 개최를 약속한 점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바스는 2005년 선출된 4년 임기를 이미 20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선거를 수차례 약속했지만 번번이 연기·취소해 장기 집권해 왔다. 이로 인해 그는 국제사회에서 대표성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아바스는 지금까지 테러리스트와 그 가족에게 월급과 보조금을 지급하는 ‘순교자 수당(Martyrs’ Fund)’ 정책을 유지해 왔다. 이는 팔레스타인 무장 공격을 사실상 장려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으며,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선언에서 아바스를 새로운 국가의 민주적 대표로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 ▲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마흐무드 아바스 © 위키미디어 컴먼즈 |
이번 선언에 따르면, 선거에 참여하는 모든 팔레스타인 정당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정치 강령을 존중해야 한다. 이는 모든 정당이 두 국가 해법과 국제 협정을 수용하고, 무력투쟁이 아닌 협상과 제도를 통한 정치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하마스와 같은 무장 단체가 선거에 나서더라도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무장 투쟁을 고집해서는 안 되며,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틀 안에서만 활동할 수 있다는 조건이다.
PLO는 1987년 미국 정부에 의해 테러 조직으로 지정됐으나, 이후 대통령 면제를 통해 대화 창구가 유지되다가 2018년 트럼프 행정부 시절 워싱턴 사무소가 폐쇄된 바 있다.
교육 개혁·증오 종식 요구…이스라엘에도 유사 조치 촉구
선언문은 팔레스타인이 급진화, 선동, 탈인간화, 폭력적 극단주의, 차별, 증오 발언을 근절하기 위해 교과 과정을 현대화하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에도 유사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미국 “평화 해법 아닌 하마스 선물”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 오렌 마르모르스타인은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 결의안은 하마스가 인질을 반환하고 무장 해제하라는 단순한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결의안은 평화를 위한 해법을 진전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하마스가 전쟁을 계속하도록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미국도 이번 결의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무부는 이번 투표를 “잘못된 시점에 추진된 또 하나의 보여주기식 정치 쇼”라고 규정하며, 진지한 외교적 노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미국 외교관 모건 오르타거스는 총회 연설에서 “이번 결의안은 하마스에 주어진 선물”이라며 “평화를 촉진하기는커녕 전쟁을 더 오래 끌고 가며, 하마스를 고무하고, 단기적·장기적으로 모두 평화의 전망을 해쳤다”고 비판했다.
결론
이번 유엔총회의 ‘뉴욕 선언’ 채택은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논의의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되지만, 대표성 없는 아바스를 전제로 한다는 점, 하마스를 고무할 위험성, 테러 미화 정책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실질적 평화 진전에 오히려 역행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선언은 아바스의 불투명한 통치와 하마스의 정치적 득세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주며, 중동의 불안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