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알리 하메네이 이란 전 최고지도자의 아들 3명이 5일 테헤란 그랜드 모살라 광장에서 열린 장례 기도식에 참석했다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이란 정부 고위 인사들도 장례식장에 모습을 드러내 안전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날도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마수드, 메이삼, 모스타파 하메네이 등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 세 명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수장 아흐마드 바히디 장군도 장례식장에서 모습이 확인됐다고 AP 취재진이 전했다. 바히디 장군은 전쟁 이후 처음 사진이 포착된 것이 3일이었으며, 이날 검은 야구모자를 쓰고 사복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채 장례식장에 나타났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모하마드 바케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이스마일 카아니 이슬람혁명수비대 쿠드스군(Quds Force) 사령관도 참석했다.
이런 가운데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의 측근 소식통들은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부친 사망 당시 공습에서 얼굴에 부상을 입고 한쪽 또는 양쪽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당한 채 은신 중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그에 대한 살해 위협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으며, 전쟁 중 이스라엘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인사들을 표적 제거에 활용한 사례가 있어 이란 당국이 그의 공개 행보를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장례식장 분위기는 강렬한 복수 열망으로 가득했다. 그랜드 모살라 광장 일대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살해를 요구하는 포스터와 낙서가 곳곳에 붙었다. 행사 사회를 맡은 이란 시인 모하마드 라술리는 장내 확성기를 통해 군중을 향해 “미국에 죽음을!”과 “이스라엘에 죽음을!”을 외쳤다. 라술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하며 “세상에서 가장 나쁜 인간이 왜 아직 살아 있느냐”고 말했고, 군중의 환호를 받았다. 이어 “세상은 더 이상 그에게 좋은 곳이 아니다”라고 발언해 장례식 동안 이란 측 공식 인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직접적인 살해 위협을 가한 것이라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라술리의 발언이 나오던 같은 시각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 연설에서 “이란을 쓸어버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에서 “베네수엘라, 이란을 보라. 군사력을 완전히 쓸어버렸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 인사들에 대한 이란의 위협을 수년째 추적해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이슬람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하도록 지시한 데서 비롯됐다.
조문객들은 장례식장으로 검은 옷을 입고 몰려들었다. 29세 식료품점 직원 골람레자 사부니는 “우리 이맘을 죽였으니 우리도 그들의 지도자 트럼프를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 42세 간호사 지바 나데리는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지시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히며 “복수 호소는 들었지만, 우리 지도자가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해줘야 한다. 우리는 그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장례식에는 전날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란 당국은 테헤란에서만 1000만 명 이상이 장례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97세 시아파 성직자 자파르 소브하니 아야톨라가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와 함께 숨진 가족들을 위한 장례 기도를 이끌었다.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는 2월 28일 전쟁 개전 첫날 테헤란 관저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86세를 일기로 숨졌다.
장례 일정은 9일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고향인 마샤드 이맘 레자 성지에서의 안장식으로 마무리된다. 그 사이 쿰, 이라크 등에서도 추도 행사가 이어진다. 이란 당국은 관이 6일 테헤란 거리를 이동하는 노제(路祭)를 계획하고 있으며, 테헤란 도심 일대 교통과 공역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당국은 지구촌 조문객들을 위한 위성 중계와 함께 폭염 대책으로 분무기를 가동하고 있으며, 인파 압사 사고를 경고하는 공지도 내보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의 최종 종식을 위한 후속 협상은 장례 기간이 끝날 때까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며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재공격 가능성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