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지구 정착민 습격에 총격전…이스라엘군 2명·팔레스타인 4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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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민들과 팔레스타인들과의 충돌 장면 (화면제공=하임 굴리흐)

24일 서안지구 북부 마을 텔에서 이스라엘 정착민 무리가 마을에 진입해 벌어진 충돌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한 명이 무기를 빼앗아 총격을 가하면서 이스라엘인 2명과 팔레스타인인 4명이 숨졌다. 이번 사건으로 주말 동안 서안지구 전역에서 보복 공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사건은 정착민 수십 명이 하이킹을 명목으로 텔 마을 외곽에 진입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 마을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관할하는 A·B지역에 속해 있어 이스라엘인은 군과 사전 조율 없이는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이스라엘군은 정착민들이 이런 사전 조율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무장한 성인과 미성년자가 포함된 이스라엘 측 무리가 무단으로 진입하자, 팔레스타인 주민 수십명이 이들을 마을 밖으로 내보내려 하면서 모스크 인근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텔 마을 소속 팔레스타인 정당 파타의 지역 지도자 에삼 사이피는 로이터통신과의 통화에서 정착민 25~30명가량이 처음 텔 동쪽 지역을 공격해 주택 두 채에 침입하려 했다고 전했다. 주민들이 나와 맞서자 정착민들이 총격을 가했다고 그는 밝혔다.

사이피에 따르면 30분 뒤 이스라엘 측 인원이 다시 돌아와 마을 서쪽 지역을 공격했고, 이 과정에서 미성년자 한 명이 흉기에 맞았다.

이 무렵 인근 하바트 길라드 정착촌의 민방위대와 인근에 주둔한 포병 부대원들이 현장에 급파됐다고 이스라엘군은 밝혔다.

현장에 도착한 뒤, 습격에 참여한 정착민 중 한 명이 촬영한 영상에는 무장한 이스라엘인이 공중에 총을 쏘는 모습과 함께 지켜보던 젊은 이스라엘인들이 “복수”를 외치는 장면이 담겼다.

이어 팔레스타인인 두 명이 무장한 이스라엘인 중 한 명인 하바트 길라드 민방위대원 브나야후 멜레트(32)에게 맞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멜레트가 총을 겨눴음에도 팔레스타인인 중 한 명이 그의 소총을 빼앗아 곧바로 발사하면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 팔레스타인인은 멜레트와 이스라엘군 포병중대장 유발 에즈라 소령(27)에게 총상을 입혔다. 멜레트와 에즈라 두 사람 모두 이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현장에 에즈라와 함께 도착한 이스라엘군 소대장이 총격전 중 멜레트의 무기를 빼앗은 팔레스타인인을 사살했다고 군은 밝혔다.

교전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3명이 추가로 숨졌으나 신원은 즉시 확인되지 않았다. 이 밖에 이스라엘인 2명(위중 1명·중상 1명)과 팔레스타인인 4명(그중 3명 중상)이 다쳤다.

이후 이스라엘 특공대가 이번 충돌에 가담한 것으로 군이 지목한 부상 팔레스타인인 2명을 나블루스의 한 병원에서 나포했다. 두브데반 부대 소속 군인들이 두 용의자가 치료받던 병원을 급습해 신병을 확보한 뒤 신베트(이스라엘 국내정보기관)의 추가 조사를 위해 이송했다고 군은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격에 가담한 모든 테러범의 신원이 파악됐으며, 병력이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작전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 서안지구에 병력 5개 중대 추가 투입

이번 사건 이후 이스라엘군은 서안지구에 병력 5개 중대를 추가로 투입하고 텔 마을과 나블루스를 봉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미 목요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벌인 공격에 대응해 베이트 푸리크와 투바스에서도 작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서안지구에 배치된 병력의 주말 휴가도 취소했으며, 성명에서 병력이 “이 지역에서의 대규모 대테러 작전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목요일 발생한 흉기 피습 2건이 겹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안보 협의를 소집했다. 협의에는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다비드 지니 신베트 국장 등이 참석했다.

협의 후 네타냐후 총리와 카츠 장관은 서안지구 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일련의 새 조치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신규 정착촌 건설도 포함됐다.

네타냐후 총리와 카츠 장관은 공동성명에서 이번 총격을 저지른 팔레스타인인의 주택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이스라엘군은 테러 온상으로 지목된 마을들에서 무기를 수거하는 새로운 작전에 착수하며, 해당 마을 주민들에게 남아 있던 소수의 노동허가도 취소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서안지구 내 정착촌 전초기지의 합법화도 서두르고, 새 전초기지도 추가로 세우기로 했다. 강경 성향의 현 정부는 이미 이런 전초기지를 유례없는 속도로 늘려왔으며, 이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와 카츠 장관은 보복에 나설 수 있는 정착민들에게 경고를 보내며 “보안군이 자유롭고 전력을 다해 테러에 맞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이들의 작전을 저해하거나 본연의 임무, 즉 이스라엘 국민 보호와 테러 격퇴로부터 주의를 돌리게 하는 어떤 행위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와 카츠 장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좌파 성향 정당인 데모크라츠는 두 사람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사건을 이용하고 있으며, 오히려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장악을 확대해 정세를 더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다비드 지니 신베트 국장은 별도로 유혈 충돌 현장을 방문해 평가회의를 가졌으며, 신베트가 공개한 발언에서 “오늘 아침의 공격은 심각하고 고통스러우며, 안타깝게도 많은 인명 피해를 낳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달간 우리는 거의 매일 밤 수십 건의 공격을 저지했다. 이번에는 사전에 막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니 국장은 대중을 향해 “스스로 법을 집행하려 하지 말고, 이를 임무로 하는 이스라엘군과 신베트를 신뢰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착민 보복 습격 잇따라…7명 부상

이스라엘군은 성명에서 해당 마을에서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간 “충돌”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군 관계자는 이번 유혈 사건 이후 보복 분위기가 형성돼 있으며, 팔레스타인 마을에 진입해 공격을 벌이자는 선동이 나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선동은 곧 현실화됐다. 텔 인근 여러 마을에서 정착민 수백명이 습격에 나섰다.

텔 인근 파르아타 마을에서는 정착민들이 주민들을 공격하고 건물 여러 채에 불을 질렀다고 팔레스타인 매체와 현장 영상이 전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이번 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 한 명은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맞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군은 이 습격 현장에 도착했었는지 즉각 확인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매체는 또 정착민 수십명이 인근 지트 마을에 진입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공개했으며, 이후 서안지구 북부 사라 마을에도 정착민 수십명이 습격을 가했다. 영상에는 정착민과 주민 간 투석전 장면도 포착됐다. 이 지역 일대에서 정착민들이 토지에 불을 질렀다는 보도도 나왔다.

멜레트, 두 자녀 아버지…극우 인사들 애도

이스라엘군은 이후 멜레트를 전사자로 인정했다. 예루살렘여단 8119대대 소속 예비군 지휘관이었던 그는 사망 당시 지역방위병으로 예비역 복무 중이었다.

하바트 길라드 정착촌 측은 멜레트를 추모하며 그가 기혼자이자 두 자녀의 아버지였고, 정착촌에서 농업을 담당했다고 밝혔다.

요시 다간 사마리아지역위원회 위원장은 그를 “황금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 진실하고 헌신적인 가장이었으며 온 영혼으로 이스라엘 땅을 사랑했던, 뿌리 깊은 가문 출신”이라고 평가했다.

극단주의 인사 메이르 에팅거도 멜레트를 애도하며 그를 정착촌 확장 단체 ‘모든 두남을 위한 투쟁’의 창립자이자 “살아있는 정신”이라고 치켜세웠다.

에팅거는 엑스(X)에 “그는 공인된 도로와 울타리에 결코 만족하지 않았고, 끊임없이 이 지역을 정복하려 애썼다”며 “브나야후는 늘 C지역과 B지역을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썼다.

오슬로 협정에 따라 서안지구는 A·B·C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A지역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전면 관할하고, C지역은 이스라엘이 전면 관할하며, B지역은 이스라엘이 치안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민간 행정을 담당한다.

이스라엘인은 B지역 거주가 금지돼 있지만, 평화단체 피스나우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에는 이스라엘 당국이 철거하지 못한 불법 전초기지가 최소 21곳 존재한다.

불법 전초기지 조직의 핵심 인사인 엘리샤 예레드도 비슷한 취지로 “브나야후는 C지역과 B지역을 구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해했고, 그 테러 지역들에 전초기지를 세우는 데 힘썼다”고 썼다.

그는 또 멜레트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C지역 대부분을 장악하려 한다는 정착촌 활동가들의 주장에 대해 경고했고, 자신이 활동하던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세워 이런 계획을 저지하려 했다고 평가했다.

예레드는 “그의 뜻을 직접 계승해, 우리 포럼은 브나야후가 생전에 유대인 정착촌을 계획했던 지역에 더 많은 정착촌을 세우기 위한 정착 조직을 신속히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스모트리쯔 “팔레스타인 마을 초토화해야”

초기 충돌에 대해 극우 성향 베잘렐 스모트리흐 재무장관은 엑스(X)에 “최근 몇 주간 정착촌 개척자와 농장에 맞서 우리의 적들이 고개를 들고 억지력이 무너지는 것을 정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썼다.

그는 “나는 이스라엘군이 살인을 저지른 마을과 그 주변에 강경하게 대응해 통치력과 억지력을 회복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영웅적인 농장 노동자와 정착촌 개척자들은 이스라엘 국가의 보호벽이며, 우리는 이 땅에서 우리의 존속을 위해 아랍 테러에 맞서 굳건히 버텨온 이들을 계속 강화하고 예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스모트리쯔 장관은 텔과 인근 팔레스타인 마을 부린, 베이트 푸리크가 “나블루스와 툴카름의 난민촌처럼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최근 작전에서 이 두 지역에서 대규모 철거를 벌여 수천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집을 잃은 것을 가리킨 발언이다.

데모크라츠 소속 길라드 카리브 의원은 스모트리쯔 장관에게 그가 서안지구 안보 상황 악화에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카리브 의원은 “팔레스타인 마을을 잿더미로 만들라는 당신의 요구는 도덕적으로도 안보적으로도 완전히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은 맹목과 광신 속에서 우리를 제3차 인티파다와, 수많은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의 목숨을 앗아갈 대규모 폭발로 이끌고 있다”며 10월 선거에서 스모트리쯔 장관을 반드시 낙선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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