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남쪽 해안을 끼고 있는 중동 원유 수송의 관문이다.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 해역에서 해상봉쇄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글에서 “미국 해군의 봉쇄를 모두가 강철의 벽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이란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적었다. 이어 이란에는 해군도 공군도 없고 남은 병사들은 봉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혁명수비대는 궤멸돼 달아나고 있고 지도부도 불안정하다”며 “그들에게 남은 것은 가짜뉴스와 300% 인플레이션뿐”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있는 것은 미국 해군뿐”이라며 “우리는 해협 전체의 기뢰를 제거했다”고 말했다.
봉쇄로 해협 통항량은 급감했다. 그날 해협을 지난 선박은 6척으로, 최근 열흘 평균인 11척가량을 밑돌았다. 원자재 데이터 분석업체 케플러 집계에 따르면 11일에는 액화석유가스와 잔사유를 실은 2척이 해협을 빠져나갔다. 전쟁 전 이 해협의 하루 통항 선박은 130~140척 수준이었다.
이스라엘도 봉쇄 효과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약 일주일 전 보안내각 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봉쇄는 매우 효과적”이라며 “그곳의 경제위기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장관들에게 보고했다고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가 이스라엘 당국자 2명을 인용해 12일 보도했다.
봉쇄의 타격이 가장 큰 곳은 이란의 항만과 해상 교역로다. 이란 경제는 원자재·연료 등 필수품의 수출입을 해상 운송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봉쇄 이후 항만 운영과 공급망에 차질이 계속되고 있다. 수출이 막히면서 외화 부족도 심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육로로 물건을 들여오더라도 대금을 치를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이란 경제가 5.6%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1988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이란 당국 발표 기준 연간 물가상승률은 88.6%에 이르고, 식품 가격은 1년 사이 130% 올랐다. 이란 화폐 리알화 가치는 전쟁 개시 이후 약 20%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란 정부는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던 2017년과 2019년의 전례를 의식해 생필품 보조금 삭감은 피하고 있다. 그럼에도 물가 상승을 막지는 못해 빵값은 약 150% 뛰었다. 이란 시민들은 지난 1월 시위 이후 거리로 나서지 않고 있다. 당시 시위는 정권의 강경 진압으로 수천 명, 많게는 수만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경제난이 이란 정권에 대한 내부 압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주유소에 늘어선 긴 줄은 연료 공급 불안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란이 두려워하는 것도 군사력보다 경제 제재라는 것이 미국 측 판단이다. 마이크 왈츠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9일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더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군사 작전을 지휘하는 국방장관보다 제재를 총괄하는 재무장관의 무게가 더 크다는 뜻이다. 왈츠 대사는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그들이 하는 말은 돈, 돈, 돈뿐”이라며 “폭격은 견딜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9일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이란과 절반만 협상하고 있다”며 “엄청난 인플레이션과 그들에게 돈이 없다는 사실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당국자 1명은 교전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이란이 경제적 후폭풍을 미룰 수 있었지만, 공습이 멈춘 지금은 마땅한 해법 없이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고 악시오스에 밝혔다.
이스라엘은 봉쇄가 길어질수록 이란 경제의 누적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난이 민생 압박으로, 다시 정권에 대한 압박으로 번지는 연쇄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