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장관 “이란 정권 붕괴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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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0일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대이란 경제 제재가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서 이것은 효과가 있을 것이고, 우리는 이 정권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새 조치의 구체적 내용을 24일 발표하겠다며, 기존 해상봉쇄에 더해 “역대 가장 강력한 제재”를 함께 적용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에 대해 “경제적 디데이”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뜻하는 ‘디데이’에 빗대, 이란을 상대로 전면적인 경제전을 벌이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경제적 생명줄을 제공하는 국가·기업·기관에도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조치는 이란뿐 아니라 원유 구매, 자금 이체, 제재 회피망 등을 통해 이란과 거래를 이어가는 제3국까지 겨냥한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의 동맹국과 각국이 이제는 이 캠페인에 협조할지 결정해야 할 때라며, 재무부를 비롯한 미국 정부가 이란과의 거래를 계속 돕는 기관들에 대해 집행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은 2025년 기준 이란의 해상 원유 수출 물량 가운데 80% 이상을 사들인 최대 고객으로, 시장분석업체 켑러 자료를 인용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주도해왔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이 중국에도 제재를 가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직접 답하지 않고 일부 사안은 비공개로 다루는 게 낫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중국은 걸프 지역에서 에너지의 50%를 들여온다”며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적 통행 재개에 협조할 유인이 크다고 강조했다. 중국산 무역을 제재할 경우 이란에 대한 압박은 커지지만, 최근 완화됐던 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딜레마도 있다.

이란 경제는 이미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란 경제가 5.4%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80%를 넘어섰고 물자 부족과 급격한 물가 상승이 생활 수준을 갉아먹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유 수출 타격은 특히 심각한데, 시장조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 자료를 인용한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 수출액은 미국이 봉쇄를 재개한 뒤 6월 약 45억달러에서 7월에는 사실상 0에 가깝게 급감했다.

그러나 경제적 고통이 곧바로 정치적 항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게 중재국들의 판단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재국 관계자들은 미국 측에 “이란은 수년간 제재를 견뎌왔으며, 경제적 압박으로 테헤란이 타협할 것이라는 기대는 실현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오히려 이란이 미국과 동맹국들의 부담을 키우기 위해 공격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이란 당국자들은 이번 주 봉쇄가 “수주 내” 해제되지 않으면 역내 확전을 촉발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하디 카할자데 연구원(이란 사회보장기구 전 관계자)은 “이 같은 압박은 이란을 충격을 흡수하는 회복력 있는 경제에서, 기능은 유지하되 회복 능력을 점차 잃어가는 ‘생존 경제’로 서서히 몰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억압적 통치 구조 때문에 그 고통이 안보 관련 결정을 바꿀 만큼 강한 압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란 정부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성명에서 “모든 이란 시민의 기본적 인권을 겨냥한 미국의 경제 제재는 경제 테러이자 반인도 범죄의 사례”라고 반발했다. 이어 “제재와 경제적 압박은 전쟁·군사적 침략의 또 다른 얼굴”이라며 “이란은 시온주의·미국 세력에 맞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젬 가리브아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그들은 이란이 붕괴 직전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모든 동맹국에 도움을 구걸하고 있다”며 “군사전이 실패하자 이제 그 실패에 ‘경제전’이라는 새 이름을 붙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미드레자 하지바바이 이란 국회부의장은 “국가 기관들은 경제와 문화 두 전선에서 전면전을 계획·관리하기 위해 밤낮없이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른바 ‘경제적 디데이’는 미국 자신의 위기, 즉 전례 없는 부채와 치솟는 이자 비용에서 시선을 돌리려는 것”이라며 “실패한 정책을 밀어붙이면 또 다른 패배와 이란 국민의 반발만 불러올 것”이라고 썼다.

다만 이 같은 반발과는 별개로 경제적 압박이 실제 이란 내부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거듭 그 여파를 경고해왔는데, 혁명수비대 강경파 장성들의 영향력이 커진 현 체제에서 그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권한을 갖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이 현재의 ‘전쟁도 평화도 아닌’ 상태를 끝내야 한다고 반복해서 말해왔다. 이란 매체들은 지난달 말 그가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만나 민생, 외환 관리, 에너지 부문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항복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 모하마드레자 아레프 이란 수석부통령은 “적은 군사적 패배를 경제적 압박으로 만회하려 하고 있다”며 “지난 두 차례 전쟁에서 단결과 국민적 결속으로 적을 물리쳤듯, 이번 경제전에서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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