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디 아이젠코트 야샤르당 대표가 이슬람 뿌리를 둔 아랍계 정당 라암(Ra’am)당을 향후 연립정부에 참여시키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무에이드 알헤이브 투바-장가리야 지방의회 의장이 아랍어 라디오 방송 라디오 나스, 이어 이스라엘 채널12와의 인터뷰에서 아이젠코트 대표가 라암당에 접촉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이에 야샤르당은 문제의 회동 녹취록 32분 분량을 공개했고, 알헤이브 의장도 이후 실제로는 그런 약속이 없었다고 인정했다.
주목할 대목은 이 사안 자체보다 보도가 확산되자 아이젠코트 캠프가 보인 반응이다. 아이젠코트 대표와 참모진은 즉각 해명에 나서며 강하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10월 27일 총선에서 아이젠코트 대표의 최대 라이벌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여당 리쿠드당 의원들은 이 논란을 놓치지 않고 잇달아 영상을 배포하고 언론 인터뷰에 나서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모르고 있었다고 하지 마라. 아이젠코트는 야이르 골란, 리버만, 아랍 정당들과 함께 좌파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거론한 야이르 골란은 이스라엘군 참모차장 출신으로 현재 좌파 성향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인물로, 우파 유권자들에게 ‘급진 좌파의 상징’으로 활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발언은 아미르 오하나·아비하이 부아론 리쿠드당 의원을 비롯한 여러 당직자의 발언으로 곧바로 확산됐다.
이에 아이젠코트 대표는 자신의 연정 파트너는 독립선언서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스라엘을 유대·민주국가로 받아들이며, 군 복무 또는 민간 봉사를 이행할 준비가 된 세력이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밝히며 방어에 나섰다. 특히 만수르 아바스 대표가 이끄는 라암당을 직접 겨냥한 새 조건도 내걸었다. 야샤르당은 성명에서 “하마스를 이스라엘이 반드시 제거해야 할 테러조직으로 인정하지 않는 정당은 우리 당이 구성하는 정부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라암당 예비 후보 중 이 조건을 충족하는 인물은 유대계 시온주의자로 예시 아티드 출신 전직 경찰 고위 간부인 요아브 세갈로비츠뿐이다.
이 논란은 목요일 하루 종일 이스라엘 정치권 뉴스를 지배했고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사안을 통해 아이젠코트 대표와 그의 강경 우파 성향 연정 파트너인 아비그도르 리버만 대표 사이에 균열을 만드는 데도 성공한 모양새다. 아랍계 정치세력의 연정 참여라는 민감한 사안이 두 사람 사이의 이견을 표면화시킨 것이다.
균열은 아이젠코트 대표가 목요일 아침 이스라엘 공영라디오 레셰트 베트와의 인터뷰에서 반네타냐후 진영, 이른바 ‘체인지 블록’ 파트너들에게 자신의 리더십을 지금 인정하고 결집하라고 요구하면서 뚜렷해졌다. 야샤르당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23석 안팎을 기록하며 블록 내 다른 정당들을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아이젠코트 대표는 또 의석 수가 적은 정당 대표가 총리직을 노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는데, 이는 2021~2022년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가 이끌던 연립정부가 자신의 야미나당 소속 의원 7명 중 일부의 이탈로 붕괴했던 전례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리버만 대표는 즉각 반발하며 아이젠코트 대표에게 선거 다음 날 정확히 누구와 손을 잡을 것인지 지금 명확히 밝히라고 맞받았다. 리버만 대표가 이끄는 이스라엘베이테이누당은 현재 8~9석 정도로 조사되고 있지만, 리버만 대표 본인은 여전히 총리 후보임을 고수하고 있다.
야당 내부의 이런 공개 신경전은 선거일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네타냐후 총리는 아이젠코트 대표가 아랍계와 ‘위험한 좌파’ 세력과 손잡고 정부를 구성하려 한다는 공세를 앞으로도 집요하게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가 2015년 총선 당일 아랍계 유권자들이 “떼로” 투표소로 몰려들고 있다고 경고해 우파 지지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렸던 전략의 2026년판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실제 아랍계 투표율은 63.5%로 유대계 투표율 76%보다 오히려 낮았다.
아이젠코트 대표가 어정쩡하고 방어적인 해명을 이어가는 사이, 역시 차기 총리를 노리는 리버만 대표와 정당 ‘비야하드’를 이끄는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는 계속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방어 일변도의 선거운동으로 승부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며, 실제로 반네타냐후 진영인 ‘체인지 블록’은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하락하며 의석을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타냐후 총리는 목요일 밤 텔아비브 엑스포에서 열린 리쿠드당 공식 선거운동 개막 행사에서 좌우로 갈라지는 갈림길 표지판을 내세우며 “직진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똑바로(야샤르)’라는 뜻을 가진 아이젠코트 대표의 정당명을 겨냥한 조롱성 발언이다.
리버만 대표가 이끄는 이스라엘베이테이누당의 2번 후보인 라피 벤시트리트도 목요일 “네타냐후 블록과 아랍계가 낀 좌파 블록, 이 둘뿐이라는 인식이 대중 사이에 굳어졌다. 이런 세뇌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토로했다. 벤시트리트는 벳셰안 전 시장 출신으로 오랜 기간 리쿠드당 활동가로 일했으며, 아들 알로이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주도 공격 당시 나할오즈 기지에서 전사했다. 그는 이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가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유가족·인질 가족 모임 ’10월위원회’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아이젠코트 대표가 왜 이토록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순전히 선거 전략상 아랍 정당과 거리를 두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연정에 이들을 포함시키고 싶지 않은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유대·아랍계 연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 자체가 그에게 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근저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0월 7일 참사 이후 이스라엘 여론은 뚜렷하게 우경화됐고, 설령 국가에 충성하는 정당이라 해도 아랍계 정당에 의존하는 정부라는 구도 자체를 상당수 유권자가 꺼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젠코트 대표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가 없이 아랍계 유권자의 지지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 정치의 속성이지만, 동시에 라암당의 명시적 지지 없이는 수학적으로 연정 구성이 불가능하고, 설사 라암당의 지지를 얻더라도 의석 수가 부족할 가능성마저 있다. 이 딜레마는 선거일까지, 어쩌면 그 이후까지도 그를 옭아맬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의 리더십과 승리로 가는 현실적 경로를 찾아낼 능력을 가늠하는 중대한 시험대이며, 지금까지 아이젠코트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의 공격적인 ‘반아랍 공세’에 설득력 있는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국면을 타개하려면 아이젠코트 대표와 그의 동맹 세력이 하루빨리 국정 의제의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월 7일 참사와 이를 막지 못한 네타냐후 총리의 일차적 책임 문제, 네타냐후 총리가 줄곧 반대해 온 초정통파 유대인의 군 징집 의무화 문제, 갈수록 심화하는 이스라엘의 국제적 고립과 전 세계적 반유대주의 확산, 살인적인 생활물가,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 사법부 무력화 시도와 정치적 연고주의에 따른 공공부문의 제도적 부패와 기능 마비 등이 반네타냐후 진영이 다시 전면에 내세워야 할 핵심 의제로 꼽힌다. 네타냐후 총리에게 의제 설정의 주도권을 계속 내주는 대신, 이런 사안들을 선거를 6주도 남기지 않은 지금 다시 공론장 중심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