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공격 뒤 유대교에 다가선 세속 이스라엘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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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막절을 맞이해서 지은 장막의 모습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유대교 최대 명절 욤키푸르(속죄일)를 앞두고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종교를 대하는 세속 이스라엘인 일부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가 19일 보도했다.

10·7 공격은 사실상 모든 이스라엘인에게 영향을 줬다. 숨지거나 인질로 끌려간 사람을 아는 이스라엘인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부는 신의 존재를 의심하게 됐고, 전통적 의미의 신앙인이 아닌데도 욤키푸르를 지키는 이들도 있다.

가자지구 접경 니림 키부츠(이스라엘의 집단농장 공동체)에 사는 아델레 레이머는 스스로 세속적 유대인이라고 밝힌다. 레이머는 예루살렘포스트에 “나는 독실한 유대인이 아니고 욤키푸르에 금식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위선일 것 같기 때문”이라며 “나에게 욤키푸르는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키부츠와 내 나라, 유대 민족 안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날”이라고 덧붙였다.

레이머가 사는 니림에는 10·7 당시 하마스 무장대원 약 150명이 침투해 주민 5명을 살해하고 5명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이 가운데 여성 3명은 하마스와의 휴전 합의로 풀려났고 남성 2명은 터널에서 숨졌다. 이스라엘군 3명도 키부츠에서 교전 중 전사했다.

레이머는 안전실에 여러 시간 숨어 있다가 이스라엘군에 구조돼 남부 휴양도시 에일라트로 옮겨졌다. 그는 에일라트에 도착해 휴대전화로 ‘비르카트 하고멜’을 검색했다고 말했다.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올리는 유대교 감사 기도다. 레이머는 “그저 본능이었다. 테러범들이 내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나를 죽이려 했고, 이 기도를 찾은 것도 본능이었다”고 말했다.

예루살렘 변호사 조나단 리브니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리브니는 “10월 7일에 신은 어디에 있었나”라며 “그런 참사를 막지 않는 신은 있을 수 없으니 인간이 신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니엘 글릭먼(34)은 올해 임신 8개월이라 금식은 못 하지만 시나고그(유대교 회당)에는 갈 계획이다. 글릭먼은 평소 욤키푸르에 금식한다며 “이번에는 기술 기기를 쓰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7일 이후 특히 가족을 키우는 시기에는 전통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질 출신 일부는 종교에 한층 가까워졌다. 하마스 터널에 500일 넘게 억류됐던 엘리야 코헨 전 인질은 연인 지브 아부드가 숨졌다고 믿고 있었다. 코헨은 최근 결혼식에서 지브와 결혼하면 공개적으로 유대교 신앙 고백 기도인 ‘쉐마 이스라엘’을 외치겠다고 다짐했었다고 밝히고, 하객 1000명 넘게 앞에서 실제로 외쳤다.

아감 베르거 전 인질은 억류 중 샤바트(안식일)를 지켰다고 말했고, 다니엘라 길보아 전 인질은 억류 중 아랍어로 샬롬 알레이헴을 불렀다고 말했다. 샬롬 알레이헴은 안식일에 부르는 노래다. 다른 인질들은 욤키푸르에 금식했다고 밝혔다.

여러 랍비는 10·7 이후 유대교와 연결되려는 이스라엘인이 늘었지만 반드시 전통적 방식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나톤 키부츠에서 미크베(유대교 정결 의식용 목욕조) 시설 ‘샤마야’를 운영하는 하비바 네르 다비드 랍비는 개혁파 유대교를 통해 유대교로 개종하려는 이들이 미크베에 몸을 담그는 의식을 돕는다. 네르 다비드 랍비는 10·7 이후 개종자가 늘었고, 특히 유대계 이스라엘인과 결혼한 비유대인이 많다고 말했다.

네르 다비드 랍비는 예루살렘포스트에 “이들 중 다수는 수년간 이스라엘에 살았는데 10월 7일 이후 유대 민족과 운명을 함께하고 싶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속죄 과정의 하나로 욤키푸르 전날 미크베에 몸을 담그는 전통이 있어 이 시기가 미크베가 가장 붐비는 때라고 그는 설명했다.

가자지구 인근 샤아르 하네게브 지역의회 관할 키부츠들과 함께 일하는 야엘 부르간 랍비는 전통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유대교와 연결되려는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혁파는 오래전부터 키부츠 한 곳에서 욤키푸르 대안 예배를 열어 왔고 올해는 두 곳에서 연다.

부르간 랍비는 10·7 며칠 전인 2023년 10월 3일 80~90대 6명의 바르·바트 미츠바(유대교 성인식) 행사를 집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제껏 성인식을 치르지 못한 사람들로 부르간 랍비가 3개월간 가르쳤다. 부르간 랍비는 10·7 이후 노래와 시를 곁들인 모임 등 영성에 대한 관심이 이 지역에서 커졌다고 말했다.

전쟁 발발과 특히 인질들의 운명은 거의 모든 시나고그에서 기도와 시편 낭송을 늘렸다. 부르간 랍비는 “많은 사람이 공동체로서 문화적이고 영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할 방법을 점점 더 필요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적인 목소리와 텍스트, 노래로 이뤄지는 영성을 사람들이 원한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에서 욤키푸르는 특별한 날이다. 공항까지 포함해 나라 전체가 멈추고 아이들은 주요 고속도로에서 자전거를 탄다.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srael Democracy Institute)의 최근 조사에서는 이스라엘인의 60%가 욤키푸르에 완전히 금식하고, 5%는 음식은 먹지 않고 액체만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자신을 ‘정통파’로 규정하는 이스라엘인은 25% 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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