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전 늦게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네베 추프(할라미시) 인근 천연 샘에서 총격 테러가 발생해 30대 이스라엘 남성이 숨졌다. 유대교 최대 명절인 욤키푸르(대속죄일)가 해 질 무렵 시작되기 몇 시간 전이었다. 이스라엘군은 같은 날 총격범이 병원으로 도주했다가 붙잡혔다고 밝혔다.
욤키푸르는 유대인이 하루 동안 금식하며 한 해의 죄를 참회하는 날이다. 이 명절을 앞두고 샘물에 몸을 담그는 것은 전통적인 관습으로, 사건 당시 샘에는 이 관습을 따르려는 이스라엘인들이 와 있었다.
이스라엘군의 초기 조사에 따르면 총격범은 차량 안에서 샘을 향해 총을 쐈고, 역시 차 안에 있던 피해자가 총에 맞았다. 총격범은 이후 차에서 내려 무장한 채 걸어서 달아났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에는 샘에 있던 이스라엘인들이 총성이 울리자 몸을 숙여 피하는 모습이 담겼다.
중상을 입은 피해자는 페타티크바의 베일린슨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정착촌 행정을 맡는 사마리아 지역위원회는 피해자가 관할 정착촌 중 한 곳의 주민이라고 밝혔다.
총격 직후 이스라엘군 빈야민 지역여단의 전투 추적병이 달아나던 총격범에게 사격해 부상을 입혔다. 총격범은 다시 차에 올라 라말라 인근 병원으로 이동했다. 이스라엘군은 몇 시간 뒤 특수부대 두브데반 대원들이 병원에서 총격범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Shin Bet)가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한 작전이었다. 군은 병원 밖에 세워둔 총격범의 차량도 압수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총격과 같은 날 서안지구 북부에서 벌어진 차량 돌진 시도, 두 사건에 대응해 성명을 냈다. 네타냐후 총리는 “어떤 테러범도 무사하지 못하며 이들을 도운 자들도 마찬가지”라며 “가자지구와 레바논, 유대·사마리아에서 모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유대·사마리아는 서안지구를 가리키는 성경 속 표현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보안 당국에 서안지구 병력 증파와 폐쇄 조치, 체포 작전을 지시했다. 총격범의 자택을 즉시 철거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다만 총격범과 차량 돌진 시도 사건 운전자 중 누구의 집을 가리키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성명이 나온 시점에 총격범은 아직 붙잡히지 않은 상태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아내와 함께 이스라엘 국민을 대표해 유족에게 깊은 애도를 전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유족에게 조의를 표하고 서안지구에서 작전 중인 이스라엘군 장병들을 치하했다. 카츠 장관은 “이스라엘군과 보안군은 유대 민족의 가장 신성한 날에 공격을 꾸미는 모든 적으로부터 어디서든 국경과 국민을 지킬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은 성명에서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며 고개를 숙인다”며 “테러는 우리를 꺾을 수 없고 우리의 정신을 흔들 수도 없다”고 밝혔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이 신성한 명절을 앞두고 통합과 결의, 믿음으로 함께 테러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착촌 지도부는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요시 다간 사마리아 지역위원회 위원장은 보안 당국에 “팔레스타인 마을 안에서 작전 강도를 높이고 집집마다 수색해 불법 무기를 회수하며 테러 기반을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정착촌 전체를 대표하는 단체인 예샤 협의회 의장을 겸하는 다간 위원장은 “이스라엘은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해 억지력과 주민 안전을 회복해야 한다”며 “정착촌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간츠 빈야민 지역위원회 위원장은 “매우 힘든 사건이지만 우리는 강하며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 후반 시작되는 1주일간의 명절 수코트(초막절)를 언급하며 “신의 뜻이라면 이번 수코트에는 관광객이 가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누구도 이곳에서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도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이스라엘 베이테누 대표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스라엘군은 총격범이 나온 마을에 들어가 그곳을 완전히 파괴해야 한다”고 썼다. 강경 성향 야당을 이끄는 리베르만 대표는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하며 테러에는 용서가 없다”고 주장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는 엑스에 “이스라엘인은 이 땅 어디에서나 안전해야 한다”며 “테러범과 그를 보낸 자들을 찾아내 철권으로 테러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적었다. 베네트 전 총리는 야당 투게더(Together)를 이끌고 있다. 가디 아이젠코트 야샤르(Yashar) 대표는 “우리를 해치려는 자들을 언제 어디서든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며 “온 국민의 가슴이 아픈 어려운 시간”이라고 밝혔다. 야샤르는 주요 야당이다.
이스라엘군은 같은 날 서안지구 북부에서 별도의 사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과거 철수한 정착촌 가님 터에서 팔레스타인인 운전자가 차량으로 군인들에게 돌진하려 했다는 것이다. 현장에 배치된 공수여단 제890대대 병사들이 차량에 사격해 운전자를 사살했고, 차에 타고 있던 다른 팔레스타인인 1명을 체포했다. 다친 병사는 없었다.
동예루살렘 실완에서도 총성이 울렸다. 경찰은 이 지역을 지나던 청소년 무리가 돌팔매를 당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중 한 명이 용의자들을 쫓아내려고 공중에 총을 쐈다. 다친 사람은 없었고, 경찰은 용의자 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청소년과 용의자의 국적을 밝히지 않았다. 와디 힐웨 지구 현장 영상에는 유대인 청소년들이 경찰이 자신들만 조사한다며 항의하는 모습이 담겼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주도의 이스라엘 공격이 가자 전쟁을 촉발한 뒤 서안지구의 폭력은 급증했다.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과 서안지구에서 테러 공격으로 숨진 민간인과 이스라엘 보안요원은 67명이다.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도시에서 벌어진 급습 작전 중 교전으로 숨진 이스라엘 보안군도 8명이다.
같은 기간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나 정착민에게 숨진 팔레스타인인은 1100명이 넘는다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보건부는 집계했다. 이스라엘군은 사망자 대부분이 총격전 중 사살된 무장대원, 군과 충돌한 시위대, 공격을 시도한 테러범이라고 설명한다. 정착민 극단주의자들의 팔레스타인인과 재산 공격도 크게 늘었다. 이스라엘군이 집계한 정착민 폭력 등 민족주의 범죄는 2024년 682건에서 2025년 867건으로 증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