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국민은 오는 10월 27일 제26대 크네세트(의회) 선거를 치른다. 7,337,000명의 유권자를 놓고 38개 정당 명단이 경쟁하며, 이 가운데 실제로 의회에 들어가는 정당은 12개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 정치를 이해하려면 먼저 이 나라의 선거 제도를 알아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그 기본 구조를 짚어본다.
의회민주주의 국가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의회민주주의 국가다. 의회는 120석이며 임기는 4년이다. 임기 중이라도 총리나 의회의 결정으로 해산될 수 있고, 새 의회가 구성될 때까지는 기존 의회가 권한을 그대로 유지한다.
임기를 다 채우는 일은 드물다. 이스라엘은 조기 총선이 잦은 나라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반 사이에 총선이 다섯 번 치러졌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더 눈에 띈다. 2022년 선출된 제25대 의회는 1988년 이후 처음으로 조기 해산 없이 4년 임기를 끝까지 채웠다. 올해 5월에는 초정통파(하레디) 정당들의 병역 면제 문제로 해산 법안이 추진되기도 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초정통파 정당들과 합의하면서 정부는 정규 선거일까지 유지됐다.
100%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이스라엘 총선은 전면적인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치러진다. 유권자는 후보 개인이 아니라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하고, 각 정당은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나눠 가진다.
각 정당은 선거 전에 의원 후보자 명단을 작성해 제출한다. 선거 후 정당이 의석을 얻으면 이 명단의 앞 순번부터 차례로 의원이 된다. 예컨대 어떤 정당이 4석을 얻으면 명단 4번까지, 10석을 얻으면 10번 후보까지 의원이 되는 식이다. 그래서 명단 순번이 곧 당선 가능성이다. 리쿠드당, 민주당, 종교시온주의당처럼 경선을 치르는 정당도 있지만, 대부분은 당 지도부가 명단을 짠다.
지역구도 없다. 이스라엘 전체가 하나의 선거구다. 예루살렘에서 투표하든 갈릴리에서 투표하든, 표는 모두 전국 단위로 합산된다.
3.25%의 문턱
정당이 의석을 받으려면 전체 유효표의 3.25% 이상을 얻어야 한다. 이를 봉쇄조항 또는 최소득표율이라 하며, 120석 기준으로 약 4석에 해당한다. 최소득표율을 넘지 못한 정당의 표는 의석으로 바뀌지 못한다. 그래서 여론조사에서 이 문턱 근처에 있는 소수 정당들에게는 합당이나 연대가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된다.
3.25%는 독일(5%) 같은 나라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심지어 2015년 총선 이전까지는 2%였다. 문턱이 낮은 편이라 선거 때마다 정당 등록이 몰린다. 역대 최다 기록은 2019년 제21대 총선으로, 47개 정당이 등록했다.
1위 정당도 과반은 어렵다
이렇게 정당이 많이 진출하다 보니 한 정당이 단독으로 61석(과반)을 얻는 일은 사실상 없다. 1위 정당의 득표율도 대개 20~30%대에 그친다. 120석으로 환산하면 24~36석 안팎이어서, 과반인 61석에는 한참 모자란다. 2022년 총선에서도 1위 리쿠드당은 23%대 득표율로 32석을 얻었다.
결국 둘 이상의 정당이 손을 잡아 과반을 만든 뒤 정부를 꾸리는 연립정부(이하 연정)가 이스라엘 정치의 기본 형태다. 정당들은 선거 전부터 합당하거나 선거 연합을 꾸리고, 선거 후 어느 정당과 연정을 구성할 의향이 있는지를 미리 밝힌다.
총리는 누가 정하나
1위 정당의 대표가 자동으로 총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가 끝나면 대통령이 각 정당 대표들과 협의한 뒤,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당 대표에게 조각권(연정 구성권)을 준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 총선이다. 카디마당이 22.5%를 얻어 21.6%의 리쿠드당을 앞섰지만, 대통령은 연정 구성 가능성이 더 높은 쪽이 리쿠드당이라고 판단했다. 그 결과 리쿠드당 당수 네타냐후가 총리 후보로서 연정 구성권을 받았다.
정부를 구성하는 데 주어지는 시간은?
대통령으로부터 정부 구성 임무를 부여받은 총리 후보에게는 현재 법상 28일이 주어진다. 대통령은 필요할 경우 총 14일까지 추가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따라서 첫 번째 후보에게 주어질 수 있는 기간은 최대 42일이다.
이 기간 동안 후보는 다른 정당들과 연정 협상을 벌인다. 정부 구성이 완료되면 의회에 정부의 구성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신임을 요청한다. 제출된 구성안이 의회 의석 과반인 61명 이상의 신임을 얻어야 비로소 새 정부가 공식 출범한다.
첫 번째 후보가 정부 구성에 실패하면 대통령은 다른 정당 대표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 두 번째 후보에게는 28일이 주어지며, 또다시 실패할 경우 61명 이상의 의원이 추천한 세 번째 후보에게 14일이 주어진다. 모든 절차가 법정 기한까지 이어질 경우 총선부터 새 정부 출범까지 최대 약 4개월 반이 걸릴 수도 있다.
이스라엘 총선에서 봐야 할 숫자는 ‘득표율’만이 아니다
이스라엘 총선을 볼 때는 세 가지 숫자를 기억하면 이해하기 쉽다.
120석 — 의회 전체 의석
3.25% — 의회 진출을 위한 최소 득표율
61석 —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의회의 신임을 얻기 위해 필요한 과반 의석
결론적으로 이스라엘 총선을 이해하는 핵심은 ‘누가 1위를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61석을 만들어내느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