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7일 안에 다시 열겠다는 이란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이라크 쿠르드자치지역 매체 루다우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제안은 해협 봉쇄를 7일간 완화하는 일종의 임시 합의안이다. 이란은 일주일 넘게 이 구상을 거론하며 유엔(UN) 총회를 계기로 성사를 노렸다. 하지만 미국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원유 수송 요충지다. 지난 2월 미국과의 전쟁이 시작된 뒤 이란은 해협 통항을 막아 국제 해운을 압박해왔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로 맞서고 있다.
이란은 해협 재개방에 조건을 달았다. 한 이란 외교관은 루다우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은 조건 충족 여부에 달려 있다”며 “중재국들의 최종 답변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루다우에 따르면 이란의 조건은 △해외 동결자산 해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종식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다.
양국은 이번 주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 총회를 계기로 외교 접촉을 재개했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과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는 22일 카타르의 중재로 회담했다.
아락치 장관은 26일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대통령의 첫 반응은 봤지만, 중재국들로부터는 아직 아무것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 답변은 받지 못했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시점을 선거 이후로 내다봤다. 그는 “선거 직후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며 “이란이 재건해 과거 어느 때보다 훨씬 위대한 나라를 만들도록 하는 합의를 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이슬람 공화국을 생존 가능성도 희망도 없이 신속하게 전멸시킬 것인가”라고 말했다.
세스 프란츠먼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 중동 분석가는 27일 분석 기사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소모전에서 서서히 밀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은 해운을 끊어 국제 시장을 뒤흔들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계산했지만, 미국이 대체로 이란의 허세를 간파했다는 것이다.
프란츠먼은 미국이 2월 개전 이후 이번 전쟁에 많은 것을 쏟아부은 만큼 6개월간의 충돌 끝에 내세울 성과를 원한다고 짚었다. 미국의 주요 목표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 저지다. 그러나 정작 전쟁의 초점은 핵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이란이 해협과의 지리적 근접성을 지렛대 삼아 협상의 중심을 호르무즈 문제로 옮겨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시간이 자기 편이라고 판단하고 11월 중간선거까지 기다리는 전략을 택했다고 봤다. 반면 이란은 미국에 ‘승리’를 안겨주지 않은 채 임시 합의를 반복하며 문제를 뒤로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지난여름에도 같은 방식을 시도했다.
프란츠먼은 이란이 자국 협상단의 재량을 스스로 묶어 합의가 어려운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런 ‘페르시아 시장식 흥정’을 더는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소모전의 흐름이 자국에 유리하다고 믿는 한, 이란에만 이득이 되는 단기 합의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7일’ 구상 이상의 카드를 내놓거나 대미 요구 조건을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그는 “이란은 자신이 이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미국도 이기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양측 모두 이기고 있다고 믿으면 합의에 이르기가 더 어렵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양측 모두에 승리한 모양새를 만들어주는 데 능했지만, 이번에는 양측 모두 시간이 자기 편이라고 믿는다는 점이 걸림돌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